기획의 함정


기획일을 시작한지도 10년이 넘은듯 하다.
개발 4년차에 개발이 잘되려면 결과적으로 기획이 잘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이 길을 걸은것도 10년이다.

10년이 지나면서 느끼는 점은 기획의 함정이 많다는 것이다. 잘된 기획인데 망하고 말도 안되는 기획인데 대박을 터트리는 일들이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것이 단순하게 기획의 잘되고 못되는 기준의 오류로 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기획의 대상의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서 그 성공여부가 판가름 되는데 이러한 성공여부의 판가름에서 우리가 흔하게 빠지는 것이 바로 기획의 함정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기획의 함정에는 무엇이 있을까?

1. 트랜드의 함정
우리는 뭐든 트랜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2006년에 Web 2.0이 우리를 마구 흔들었던 적이 있었다. 너도나도 2.0 기업을 말하면서 달려들었지만 정작 2.0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은 지금으로서 별로 없는듯 하다.

이처럼 트랜드는 기획자들은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트랜드의 함정이다. 트랜드를 기획에 반영하지 않으면 뒷처진 기획처럼 여겨지고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을 한다. 결과적으로 트랜드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목적에 맞지 않는 기능들이 하나둘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함정은 사용자를 고려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배제된다. 사용성은 떨어지는 기능들을 기획자들은 기획을 하고 그것을 적용한 사이트를 사용자들이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결과적으로 초기만 흥하고 사용성이 떨어지면서 고객들은 하나둘 떠난다.

2. 기능의 함정
기획을 하다보면 단순한 것이 때로는 없어보인다는 이유로 배척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덕지덕지 무언가를 추가하기 시작하면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기획이 나와 버린다.

기능은 사용자가 사용하기 위한 것이 중요한데 경쟁사나 경쟁 사이트의 기능이 많다는 이유로 인해서 굳이 필요 없는 기능들이 하나둘 들어 온다. 사실 이때의 기획은 정말 화려해 보인다. 현란한 기능들로 인해서 기획서가 화려하게 보이고 이로 인해서 마치 잘된 기획서 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용자다.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너무 많은 기능이 있을 경우 오히려 기능을 사용하는 제약으로 작용하게 된다. 무엇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사용자의 사용성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예로 사이월드의 미니홈피가 그것이다. 초기 사용자들이 많았던 미니홈피에 어느순간 기능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기존의 사용성을 헤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미니홈피 관리가 어려움을 느끼는 사용자는 떠나게 되었다. 비단 이 부분만의 이유로는 아니겠지만 떠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능의 화려함은 결국 기획의 함정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려는 함정
가끔 기획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때 느끼는 점은 모든 사용자를 기획에 담으려 한다는 점이다. 또한 고객이나 발주자 또는 상사도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기획을 원한다. 모든 고객이 만족하는 기획을 하려면 앞에 나온 함정 1, 2번을 답습할 수 밖에 없다.

100명의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현실불가능한 것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향해서 달려가려고 한다. 그로 인해서 1번과 2번의 함정에 빠지고 결국 모두에게 불만인 기획으로 전락하고 만다.

고객을 모두다 만족시킨다는 생각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4. 사용자는 프로라는 함정
1번의 함정과 연결되는 내용으로 트랜드를 적용시킬때 기획자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트랜드나 기술들을 적용시키는 경우가 있다. 신기술을 적용시키면 고객들은 신기술에 환호성을 지르며 자신의 기획에 찬사를 보낼거라는 것이 바로 4번째 함정이다.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를 모든 사용자로 착각하는 함정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트랜드가 하나 나타나면 그것을 이해하고 내것으로 만드는 작업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트랜드가 모든 나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뿐더러 그 나라의 상황, 그 나라의 사용자들의 특수성들을 감안하고 IT의 규모나 발전형태, 네트워크의 속도 등 여러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분석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감안하지 않고 적용하기에 급급한 경향이 있다. 또한 감안을 하더라도 우리 시장의 사용자 수준을 너무 높게 생각해서 만들면 사용하겠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힌 것도 하나의 문제일 것이다.

이런 사용자의 사용수준을 높게 생각하는 것부터 버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기획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함정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몇달전 연제를 시작한 ESC 기획에 대한 것이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기획이란 사용자 중심이 되어야지 기능이나 트랜드 중심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아무리 사용자의 수준이 높다고 해도 결코 초심을 버려서는 안된다.

기획의 초심은 바로
- Easy(쉽고)
- Simply(간단하고)
- Comfortable(편안한)
위 3가지라고 생각한다.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게시판 하나로 지금의 사이트가 된것이지 초기의 복잡한 것들이 존재했다면 과연 지금의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았을까?

또 하나 한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것들은 피해야할 것이다. 영원한 베타(perpetual beta)라는 말이 있다. 모든 기능을 한번에 넣어서 만들기 보다는 하나의 기능에 고객들의 의견을 담아서 지속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기존의 기획에서 기획자가 모든것을 해야 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과 같이 호흡하는 기획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용자들은 다양하다. 그들의 Needs 또한 다양하다.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모든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도구는 만들 수 있다. 즉 보편 타당한 기획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조금 적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사용하기 쉽고, 조작이 간단하고,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런 기획이 이러한 함정을 돌파하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함정은 남이 만든것이 아니라 기획자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자신의 생각 또는 기획자들의 생각속에서 어떤 틀을 정해서 그 틀이 정답인양 간주하기 시작할때 그 틀은 함정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기획은 틀이 없다. 정답은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에 기획을 규정하는 것은 함정을 만드록 스스로가 빠지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제 함정에 빠지지 말고 제대로된 기획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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