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 개발에 대한 불평불만

기획자

국내에서 기획이라고 칭해지는 분야를 보자면, 기존 컨텐츠를 재분류하고 정리 및 통합하고 기존 사이트의 문제점 및 비효율성을 다시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로 개선함을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흔히들 '방법론'이라고 불리우는 업계 개발과정을 보자면, 너무나 비효율적인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인해서, 촉박한 기간 동안 무수히 많은 PowerPoint 파일과 피사의 사탑과도 같은 종이 문서를 만들어내야 한다. 만드는 사람, 옆에서 그걸 보는 사람 모두 고역이자 고통이다.

PowerPoint는 Presentation을 하기 위한 편집 에디터이지만, 언제 부턴가 국내에선 기획을 위한 전용 툴로 널리 쓰이게 됐고, 제한된 다이어그램과 컬러를 이용해서 UI 개발자가 해야될 UI 구성을 기획자가 하곤 한다. 전문적인 UI, UX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결코 좋은 바탕을 갖추지 못하고, 디자이너가 최대한 알록달록 컬러와 플래시 신공 또는 귀여운 캐릭터 붙여주기 신공을 펼쳐야 한다.

웹 사이트의 목적이 Redesign이 아닌 이상 이러한 일들까지 기획자가 전적으로 해야함으로 인해서 실제 웹 사이트 구성이나 개선에 대한 부분은 현저하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기획자 스스로 PowerPoint에서 벗어나서 무의미한 문서 찍어내기 풍토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함께 정확한 기술, 마케팅, 디자인, 사용자 경향을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머릿속에서 미칠듯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한들 판타지 소설을 쓸 순 없지 않은가. 한국어가 아 다르고 어다르다고 하지만 그게 그걸로 판단하는 사람도 많기에, 스스로 생각과 지식을 올바른 길로 정립하지 않으면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넷피아 이판정 사장과 같은 Web 3.0 마인드를 가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개발자

협업의 과정중에서 다양한 개발자들과 일을 하는 과정에서 웹 표준과 접근성에 대해 이해는 둘째 치고 과연 HTML에 대해서 지식이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발생할 때, 조금은 묘한 기분이 들게 된다. 개발자들 중에선 HTML 비동적 마크업 언어라는 선입견 혹은 Java******를 하찮게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러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작업하게 되면 온전한 HTML 문서와 스크립트를 프레임웍에 넣게 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문서의 형식을 알려주는 Doctype 엄마는 이미 집을 나간지 오래고, body 아들과 iframe 딸들만 무수히 남아있고, Java****** 삼촌은 IE DOM양과 눈이 맞아 불러도 본체만체 하더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문제에 대한 제기를 하고 수정이 이루어지면 다행이지만, 귀찮아 하거나 시간이 없다고 하거나 자체 개발된 프레임웍이 이 모양이라서 안됩니다라는 반어법이 들리면 참 암울할 따름이다.

서버 사이드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프로그래밍이 결국은 HTML 문서를 Front End에 배포하기 위함이란걸 잊지 말자.


디자이너

어느샌가 Photoshop의 창은 나의 끓어 넘치는 아트함을 마음껏 표현할 순백색의 도화지로 변하고 내 마우스는 붓이 되어 Color Picker를 요리조리 찍어보니 어느 샌가 멋진 풍경화가 눈 앞에 펼쳐지더라. 덤으로 썩 귀여운 캐릭터도 하나 달아주자.

그래, 이런 것이 머리털 쥐어 뜯어가며 고뇌해온 Creative 일수도 있다. 하지만, 웹 페이지는 어디까지나 그림 그리는 도화지가 아니라 문서다. 쉽게 말하자면 어릴때 학교에서 배웠던 편지 양식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식의 Creative 명목하에 잘게 나뉘어진 GIF 파일들과 DreamWeaver로 weave한 테이블들로 인해 발생되는 트래픽은 고스란히 서버 비용과 사용자 트래픽 증가로 인해서 KT 메가패스나 LG 파워콤 같은 ISP 업체들이 인터넷 이용료를 더 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이미지나 테이블을 줄인다고 해서 ISP 업체들이 가격을 내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전문적인 UI, UX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경우 지그재그 바둑판 형식 레이아웃과 게시판 목록 좌판 늘어트리기가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예쁘게 그리고 레이아웃은 같지만 벤치마킹한 사이트랑 뭔가 다르게 보여줘야 하는게 아니다.

Select Box를 Rounded Corner로 포토샵질 해놓고, 요즘 유행하는 Rounded Corner가 이번 웹 사이트의 기본 컨셉이다라고 까지 말한 디자인 팀장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적이 있다. 디자이너 스스로 웹 표준과 접근성에 대한 기술적 이슈를 이해하고 있다면 이런 초현실주의 디자인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사내에서 UI, UX에 관한 업무를 기획자만 하고 있다면, 아마 다른 사람들보다도 디자이너들이 가장 노력해야되지 않나 생각된다.


PM

Project Manager. 별로 생각나는건 없음.

클라이언트

Portal Service라는 단어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너도 나도 포털이다. 구글에서 포털이라고 키워드를 넣으면 공무원 급여 포털까지도 존재한다. 자신의 사이트가 Yellow Page 역할을 한다거나 네이버 처럼 사용자들이 딴데 안가고 사장님 이력사항까지 즐겁게 읽을 요량이 아니라면 다시금 생각해보자. 홍보가 목적이었다면 홍보차원에서 끝내자.

그리고 무슨 찌라시도 아니고 사장님 이력사항 이딴건 좀 뺐으면 하는게 개인적 바램이다. 담당자라면 영문이고 일본어고 다국어 페이지에 euc-kr로 인코딩 되어 있으면 utf-8 고치자고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기본적인 역량은 갖추자. 우리 사이트를 알고 개발사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요즘 Weblog, Web 2.0, UCC, 사용자화 등등 단어가 급속도로 유행으로 퍼지는데, 과연 이게 우리 사이트에 필요한가 하고 골똘이 생각해보자. 아니 이건 기획자의 몫일수도 있다. 웹 기획자로 전업할 생각이 없다면 기획일에 너무 깊게 관여하진 말자. 또한 자신의 미적 감각을 디자이너에 알리기 위해 솔선수범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웹 사이트 개발을 왜 위탁하는지와 자기 회사 사이트가 왜 이번에 개편을 하는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자.


혼용된다고 생각되는 전문 용어

  • 기획서 - 명세서
  • 메인화면 혹은 메인페이지 - Index Page
  • Depth - Level
  • Story Telling - Flow
  • Renewal - Redesign, Relaunch
  • Coding - Markup

마지막으로

틀리거나 열받거나 이상적인 내용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농담반 진담반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처 : http://jiyoon.unfi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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