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작품 12개로 출발한 배민 웹툰...'네-카-만' 경쟁 도전

[지디넷코리아]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배민)은 2010년 출시됐다. 12년이 흘렀다. 배민은 국내 배달 시장 선두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취업준비생들이 희망하는 정보기술(IT) 기업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배민으로 시작해, 국내 대표 IT 기업이 됐다.

2019년 8월. 우아한형제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웹툰이다. 태동 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콘텐츠 시장에 우아한형제들이 뛰어들었다. 서비스명은 ‘만화경’. 지난달 앱 누적 다운로드수 100만건을 돌파했다. 출시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룬 성과다. 기획, 서비스를 맡은 구지민씨, 개발 담당 홍성호씨, 그리고 사업을 총괄하는 김명철 만화경셀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15일 만화경셀 소속 구지민씨, 홍성호씨, 김명철 셀장과 온라인으로 인터뷰했다. 구씨, 홍씨는 만화경이 첫 직장이다. 두 사람은 우아한형제들 신사업 부서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합격자 발표 전 회사는 구씨에게 따로 연락했다. 부서 선택을 두고, 구씨 의사를 물었다.

구지민 만화경 서비스, 기획 담당. (사진=만화경)

구지민(만화경 서비스, 기획 담당): “영상, 웹툰 중 뭐가 더 좋은지 회사에서 물었다. 웹툰을 즐기진 않았다. 네이버, 다음에서 한 작품씩 보는 정도였다. 배민에서 하는 웹툰은 뭐가 달라도 다르겠거니 생각했다. 입사 후 만화경이란 이름 외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단 사실을 알게 됐다.”

홍씨는 평소 만화를 즐겼다. 입사 지원서에 만화로 본인을 표현했다. 입사 무렵, 웹툰은 인기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해보고 싶은 분야였다. 본인 역량으로, 이용자가 웹툰을 쉽게 접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어느덧 입사한 지 햇수로 4년. 현재 홍씨는 만화경 iOS 앱 개발 담당자로, 만화경과 이용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김 셀장은 7년 전 우아한형제들 회계팀에 합류했다. 2018년 신사업 부서로 이동, 이듬해 만화경을 맡게 됐다. 구씨가 만화경 사업을 기획하면 홍씨가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최종 선택자가 바로 김 셀장이다. 만화경 출범 당시, 웹툰 콘텐츠 시장이 이렇게까지 성장할지 김 셀장은 예상 못 했다. 재밌겠단 막연한 생각에 만화경 운전대를 잡았다고.

처음엔 눈앞이 깜깜했다. 출시 초기 수급이 어려워, 12개 작품으로 출발했다. 구씨는 출발부터 한 가지를 분명히 했다. 플랫폼과 작가 관계다. 작가들로부터 작품이 나오고, 따라서 이들에게 우선순위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격주 연재 운영방식을 택한 것도 이 때문. 작가를 위해 ‘애독자 엽서’란 비공개 소통 창구도 만들었다. 개발자 홍씨도 처음엔 부담을 느꼈다.

홍성호 만화경 iOS 앱 개발 담당.

홍성호(만화경 iOS 앱 개발 담당): “사업 초기, 만화경 모든 방향이 새로운 것이라 어깨가 무겁기도 했다. 처음 사회생활이다 보니, 망설임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많은 걸 시도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값진 경험을 했다. 동료들, 만화경과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단 점에서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12개 작품은 어느새 150개를 웃돈다. 회원수는 약 20만명, 계약 작가는 150여명이다. 만화경 출시 당시 웹툰 플랫폼은 부지기수였다. 아쉽게도, 상다수가 자취를 감췄다. 만화경은 달랐다. 어떻게 하면 이용자 호응을 얻을지, 어떤 웹툰이 적합할지 등 고민하며 꾸준히 독자층을 늘려갔다.

다른 웹툰에서 볼 수 없는, 만화경만의 기능이 있다. 구름톡, 태그톡이다. 구름톡에선 웹툰 에피소드 내 장면별로, 독자가 감상평이나 생각을 남길 수 있게 했다. 특정 장면에 댓글을 남기는 형태다. 만화경 독자 절반 이상은 구름톡을 켜둔 채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다.

태그톡은 만화경 내 작품에 대해 작가와 독자가 대화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다. 만화경 앱 하단 ‘#태그톡’ 메뉴를 누르면, 이용자는 자유롭게 게시물을 올릴 수 있다. 일상부터 웹툰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의 텍스트와 사진을 이용자가 직접 올려 소통하는 장이다.

만화경 구름톡, 태그톡 기능.

구씨는 이용자가 구름톡, 태그톡에 좀 더 쉽게 접근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사용 편의성을 개선해 유사한 기능을 기획하고 서비스하는 것도 구씨 지향점 중 하나다. 홍씨도 마찬가지. 작가 지망생들이 두 기능을 활용해 피드백을 받게끔 한 기술 개발도 내심 계획하고 있다.

만화경은 작가 지원에도 힘을 주고 있다. 계약 시, 배민 식사 쿠폰과 건강검진 등을 복지로 제공한다. 신진작가의 부담을 줄이고자, 격주 연재를 장려하기도 한다. 작년 말 만화경 작가를 대상으로 내부 설문조사한 결과, 여타 플랫폼 대비 만족도가 높게 집계됐다. 웹툰 플랫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작가라는 게 김명철 셀장의 운영 철학이다.

김명철(만화경 셀장): “만화경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작가들과 왕래, 공생을 중요시했다. 지금도 변함없다. 작가 지망생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 만화를 자유롭게 그리며 작가 능력을 기르는 데 있어, 만화경이 함께하겠다.

김명철 만화경 셀장.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웹툰 산업은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웹툰의 영상화는 이제 자연스런 기류가 됐다. 네이버, 카카오를 필두로 지식재산권(IP) 확장이 지속되고, 산업 파이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근래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 등과 연계한 웹툰 창작활동도 잇따른다.

만화경 성장세를 견인해온 세 사람에게 끝으로, 포부를 물었다.

홍성호: 10년 뒤엔 플랫폼 사업자가 작가를 찾아가 연재를 부탁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작가 지망생 작업 환경도 훨씬 나아질 것이다. 작가와 이용자 수요를 모두 충족할 앱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로서 계속 골몰하겠다.

김명철: 단순 웹툰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웹툰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겠다.

(사진=만화경)

구지민: ‘네카만(네이버, 카카오, 만화경)’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게 목표다. 또, 플랫폼 사업자가 독자와 작품, 그리고 작가 관계를 견고히 하는 주체로 역할 하길 꿈꾼다. 웹툰을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웹툰으로 돌아와 또 다른 작품이 추천되는 등 선순환 효과를 플랫폼이 창출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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