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침묵한 3자 주주연합'...한진칼 경영권 분쟁 이대로 '끝'?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그간 한진 총수일가와 대척점에 섰던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이 주총에서 끝내 침묵했다. 다른 주주의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우호 주주로 해석되면서 분쟁 동력을 상실한 결과다. 이로써 3년간 끌어온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조원태 회장 등 한진가(家)의 승리로 끝나는 모양새다. 한진칼은 26일 오전 서울시 중구 한진빌딩 본관 26층 강당에서 제8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을 가진 주식 총수 6626만2467주 가운데 90.89%에 해당하는 6022만6216주가 참석했다. 안건으로는 △경영 투명성과 건전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 중 선임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않고, 이사회 내 ESG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신설 △최방길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과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김효권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임 등이 제안됐다. 해당 안건 대부분 90%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가운데 3자 주주연합은 대부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이나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는 반대가 아닌 기권을 행사했다. 3자 주주연합은 주총에 앞서 주주제안도 제출하지 않았다. 관련법상 주총 개최 6주 전까진 주주제안을 내야 하지만 이들은 끝내 침묵했다. 1년 전 주총에서 조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정관 변경을 요구하고 가처분 소송까지 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한 산은의 한진칼 지분 참여로, 조원태 회장의 우호 세력이 확대된 만큼 더 이상의 분쟁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위해 한진칼 3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3자 주주연합의 '동맹관계'도 곧 마무리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는 최근 3자 주주연합의 일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분 일부를 KCGI에 넘기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그러나 KCGI가 보유한 상당한 지분율(17.54%)을 감안할 때 경영권 분쟁의 끝이라기 보단 오히려 전열을 다듬는 계기가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산은의 경우 현재 조 회장의 우호 주주라는 데 선을 긋고 있고, 투명경영을 내세우면서 회사 곳곳에 경영진 견제장치를 만들고 있다. 이달에 출범한 대한항공 경영평가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산은은 해당 위원회를 통해 통합 양사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며, 성적이 저조하면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해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지난해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통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성과가 없으면 조 회장 지분을 강제 처분해 퇴출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자 주주연합으로선 산은 주도의 통합 항공사 출범, 경영 정상화에 따른 한진칼의 주가 상승분을 챙기면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경영진 교체의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 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무려 83%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재신임을 받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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