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넘버스]"물류·바이오·콘텐츠도 합니다"…KT는 '디지코' 전환중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국내 대표 통신 기업 KT의 '탈통신'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현모 KT 대표는 국내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를 넘어서면서 더 이상 통신 사업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KT를 통신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KT의 표현을 빌리자면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컴퍼니)'로의 변모입니다.KT가 내세우는 통신을 제외한 새로운 사업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디지털 물류와 바이오 정보 사업이 눈에 띕니다. KT는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3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디지털 물류사업을 위한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송주선업'과 빅데이터·클라우드 기반의 바이오 정보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을 목적사업으로 추가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물류와 바이오 사업이라고 하면 정보통신기술(ICT)을 근간으로 하는 KT와 동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KT는 이 두 사업을 ICT와 연계해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디지털 물류는 기존 물류 사업에 ICT를 도입한 사업을 뜻합니다. 기존 물류업은 재화가 공급자로부터 생산돼 수요자에게 전달되거나 소비자로부터 회수돼 폐기될 때까지 이뤄지는 운송·보관·하역·관리 등의 제반 업무를 말합니다. KT는 물류의 이동이 이뤄지는 곳에 ICT를 접목할 계획입니다. 가령 자율주행 솔루션을 통해 다양한 물류의 이동이 보다 빠르게 가능해지도록 하거나 사람 대신 로봇이 물건의 이동을 맡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KT는 이미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지난해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 서울에서 자율주행 방역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고 2019년에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상암 자율주행 5G 페스티벌'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5G 자율주행 버스를 시승하도록 했습니다. 5G망과 연결된 이 버스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월드컵북로 약 1.1km 구간을 달리며 특정 구간에서 자율주행으로 운행됐습니다. 버스 내부에서 멀티미디어 방송 채널과 게임 등의 콘텐츠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KT는 로봇 관련 기술도 보유했습니다. KT는 벤처 기업 '도구공간'과 함께 자율주행 방역로봇 '캠피온'도 제작했죠. 캠피온은 클라우드 기반 관제 플랫폼과 연결돼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로봇을 모니터링하고 조작할 수 있습니다. KT는 주총에서도 디지털 물류 사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진 않았지만 앞선 사례처럼 사람과 물류의 이동을 기존보다 스마트하게 변모시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자율주행의 경우 자율주행에 필요한 플랫폼뿐만 아니라 외부 사물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5G망과 빅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는 필수 요소로 꼽힙니다. 두 가지 모두 KT가 이미 보유한 기술력이기에 KT로서는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뛰어들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분야로 보입니다. KT가 정관변경을 통해 추진하는 두 번째 사업은 바이오 정보 사업입니다. KT는 개인의 건강정보 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오라고 하면 기존의 제약 및 헬스케어 관련 사업들이 포함되는 용어로 쓰입니다. KT는 여기에 '정보'를 덧붙였죠. 이미 개인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와 서비스는 삼성전자·LG전자뿐만 아니라 애플·화웨이·샤오미 등 국내·외 기업들이 선보였습니다. KT는 방대한 건강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도출된 결과를 자사의 클라우드 및 통신 등 다양한 ICT 서비스와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KT가 내세운 신사업은 '콘텐츠'가 있습니다. KT는 지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년간 총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 30개 이상을 제작한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구 대표는 자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 및 유료 채널 스카이TV, 티커머스 KTH 등의 플랫폼으로 성공하려면 자체 콘텐츠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콘텐츠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구 대표가 지난해 주총에서 공식 취임한 이후 KT는 디지코 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기존에도 KT는 통신 외의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KT는 정관에 꾸준히 목적 사업을 추가해 2020년 12월31일 기준으로 31개의 목적 사업을 보유했습니다. 여기에 KT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들이 영위하는 사업 18개도 있습니다. ICT 기업의 사업 목적이라고 하기엔 생소한 사업들도 보입니다. 구 대표가 디지코 전환을 추진하며 이 사업들을 모두 안고 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 등을 따져 정리할 계열사들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 첫 타자가 앞서 KT가 매각을 발표한 무전기 전문 자회사 KT파워텔입니다. KT파워텔은 KT와 같은 전기통신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지만 구 대표의 디지코 전환을 위한 정리 작업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KT의 64개 연결대상 종속회사들도 구 대표의 디지코 전환 작업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입니다. 사업 정리의 칼날이 언제 자신들에게 불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죠. 이러한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직원들의 불만은 구 대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KT파워텔 노동조합은 이날 주총장 앞에서도 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주총장에서도 날선 질문을 쏟아냈습니다.구 대표는 디지코 전환의 의미를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통신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며 10년 이상 연간 매출 15조원의 벽을 넘지 못해 다른 영역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디지털 통신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임기 2년차에 접어든 구 대표가 내년 주총에서는 신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냈다고 주주들에게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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