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넘버스]현대차·기아 中 공장 굴뚝서 다시 연기 날까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한 때 시장에선 현대차 중국 사업 관련, 이런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정의선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현대차가 현재 가동이 중단된 베이징 1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고, 기아도 동풍열달기아 옌청 1공장을 현지 합작사 중 하나인 열달그룹에 매각하려고 한다"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수년간 멈춰있는 공장을 비용 축소 차원에서라도 계속 가져갈 이유가 없는 만큼 공장 매각 추진설은 나름 설득력을 얻었는데요. 공장 폐쇄에 이어 매각설까지 나돌다 보니 시장에선 두가지 해석이 나왔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 수익성 개선의 움직임이다", "아니다. 중국 법인 철수의 일환이다."멈춰선 공장을 매각하고 가동률이 좋은 공장만 운용해 중국 법인의 실적을 개선하려는 것이란 분석과 한 자릿수인 중국 내 점유율을 고려할 때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현대차·기아도 탈(脫)중국 전략을 가동했다는 해석으로 갈린 건데요. 극과극 반응이긴 하나, 두 반응 모두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성적이 역대 최악이라는 데서 비롯된 해석이라는 건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그만큼 두 회사에게 있어 현재 중국 시장은 답이 없는 상황인데요. 현대차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02년 중국 국영기업 베이징기차와 함께 현지 합자회사 '베이징현대'를 만들어 중국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2016년까지 참 잘 나갔습니다. 쏘나타와 엘란트라(아반데 중국 모델명)의 큰 활약으로, 중국 진출 2년 만인 2004년 중국 내 판매 순위 5위권 안에 드는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더랬습니다. 2002년 1002대에서 출발한 판매량은 2016년 114만대 까지 불어났습니다. 매출액도 같은 기간 1조원 규모에서 20조원으로 20배나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조원을 훌쩍 넘었고요. 그랬던 현대차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입니다.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결정을 중국이 한한령(限韓令, 한류제한명령)으로 받아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기업들은 일제히 타격을 입었는데요. 현대차의 경우 판매량이 1년 새 30% 가까이 쪼그라들었습니다. 1조원에 달했던 영업이익도 적자 전환됐고요.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중국 특유의 가마솥 근성에 반한(反韓)감정은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그 사이 중국 내 자국 브랜드가 성장했고 현대차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서서히 외면받았습니다.현대차가 아무 것도 안한 건 아닙니다. 가동률이 낮은 공장 폐쇄 및 직원 철수 등으로 비용 감소에 나섰고, 수요 많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위주로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수익성 반등을 꾀했는데요.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이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판매량이 34만대에 그치면서 중국 내 판매 점유율은 2%에 그쳤습니다. 매출액(6조 8729억원)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났고, 이제는 손실 규모가 1조원에 달했습니다. 10년 넘게 차곡차곡 쌓아올린 공이 고작 2~3년 사이에 무너진 셈이었습니다. 기아 중국 법인 '둥펑위에다기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둥펑위에다기아'는 베이징현대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한한령 이후 역시 급격히 고꾸라졌습니다. 한 때는 판매량이 64만대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고작 18만대 팔리는 데 그쳤습니다. 영업손실 규모만 6499억원으로, 현대차와 합치면 거의 2조원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당연히 자산 가치도 곤두박질쳤습니다. 베이징현대의 장부금액은 7800억원으로 전년(1조 2569억원)에서 38% 감소했습니다. 둥펑위에다기아의 장부금액도 2019년 말 4908억원에서 지난해 2827억3300만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습니다. 두 회사 모두 회복이 의심스러운 상황까지 온 건데요. 이러다 보니 현대차·기아 모두 중국에 추가적인 투자를 꺼리는듯 합니다. 양사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투자나 향후 투자 계획에 '중국'은 없는데요. 이는 공장 매각설과 맞물리면서 현대차·기아의 중국 철수설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문대로 현대차·기아는 정말 중국 시장을 포기할까요? 전문가들은 두 회사에게 중국은 살아남는 것 만큼이나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데 입을 모읍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지만, 현대차·기아가 힘주는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전략은 중국을 공략하지 않고선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중국 시장은 최근 유럽 전체와 맞먹는 어마무시한 전기차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로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8%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5%를 넘어선 수치입니다. 시장에선 오는 2025년 중국 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5%가 전기차일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기차를 포함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수소전기차(FCEV)의 판매량도 압도적입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기동력차 판매량은 120만6610대로, 2위인 독일 판매량 40만4545대 보다 3배 더 많습니다. 수소차 세계 점유율이 70%에 달하고,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로선 충분히 붙어볼 만 한 시장입니다. 지긋지긋한 한한령만 해제되면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중국 철수설을 불식시키려는 듯 중국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판매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내연기관, 전기차 할 것 없이 배수진을 치는 모습인데요.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24일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중국 사업의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가져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는 "중국 시장의 위상 회복을 위해 신차 중심 판매 확대, 인센티브 축소 등 판매의 질을 향상하고 브랜드력 제고에 집중하겠다"면서 △글로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비중 50% 확대 △차량 교체 프로그램 시행 △탄소중립 전략과 연계한 수소 사업 확대 등을 사업 전략으로 제시했는데요. 당장 이번 달부터 중국 전략 차종인 '신형 미스트라'를 출시하고, '밍투 일렉트릭'과 '아이오닉5', '제네시스' 등을 중국시장에 잇따라 내놓을 예정입니다. 기아도 카니발과 같은 수요가 많은 SUV 위주로 집중 출시하고, 동시에 기아의 전동화 브랜드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통해 현대차·기아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만 81만7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현대차·기아의 중국 전략 발표는 매년 으레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터라 올해는 더 절박하고, 적극적인 듯 보이는데요. 그만큼 올해 성과가 중요하단 뜻이겠죠. 현대차·기아의 중국 공장 굴뚝에 연기가 많이 피어오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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