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넘버스]농심, 계열분리 핵심 율촌화학 지분 어떻게 풀까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지난 27일 별세한 직후 재계 관심은 농심그룹 승계에 쏠렸습니다. 국내 대표 식품업체이자 라면류의 절대강자인 농심을 앞으로 누가 이끌어갈지, 또 지분관계는 어떻게 변할지는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그룹 전반의 승계작업은 사실상 이미 오래전에 마무리됐습니다. 신 회장의 장남이자 현재 농심을 경영하는 신동원 부회장은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지분매입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신 부회장은 이미 2003년 농심홀딩스 출범과 함께 35%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며 차기 후계자 자리를 점찍었습니다. 한진, 두산, 롯데 등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 자식들 끼리 갈등을 일으킬 소지를 사전에 차단했습니다. 무엇보다 농심그룹 승계는 삼형제가 일찌감치 고유의 사업영역을 확고히 하며 교통정리도 끝난 상태입니다.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 등 그룹 정체성을 대표하는 식품업을 장악했구요. 신동윤 부회장은 1989년부터 율촌화학에 몸담으며 화학사업을 차지했습니다. 삼남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앞세워 유통사업을 이끌고 있죠.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과연 누가 어떻게 물려받을지가 관건이긴 한데요. 사실상 현재 구도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신 회장이 보유한 주요 지분은 농심 5.75%, 율촌화학 13.5% 등입니다. 농심의 경우 이미 농심홀딩스가 32.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다른 주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삼형제 각자의 사업영역이 뚜렷한 상황이라 신 회장이 보유한 5.75%의 지분은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상속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동원 부회장은 30일 "아버님의 소박하면서도 위대한 정신적 유산인 농심 철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같은 이유로 신 회장이 보유한 율촌화학 지분 13.5%는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물려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동윤 부회장은 현재 율촌화학 지분 13.93%를 보유한 2대주주로 신 회장의 지분을 더하면 지분율이 27.43%로 늘어납니다. 삼남 신동익 부회장은 할인점, 직영수퍼마켓, 인터넷쇼핑몰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메가마트 지분 56.1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습니다. 신동익 부회장 외 메가마트 주주구성은 농심근로복지기금(17.7%), 율촌화학 근로복지기금(8.67%), 율촌재단(4.85%)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신 회장이 직접적으로 보유한 메가마트 지분은 따로 없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처럼 농심그룹은 일찌감치 승계도 마무리 짓고 형제간 갈등 소지도 적어 보이는데요. 그렇다고 모든 게 완벽하게 정리된 상태는 아닙니다. 향후 계열분리까지 감안하면 지분관계가 다소 꼬인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핵심은 율촌화학입니다. 신동윤 부회장이 오랜 기간 경영을 해온 율촌화학의 최대주주는 31.94%의 지분을 보유한 농심홀딩스입니다. 농심홀딩스 최대주주가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니, 율촌화학의 실질적인 지배주체도 신동원 부회장이라고 할 수 있죠. 신동윤 부회장이 아버지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 13.5%를 물려받는다고 해도 지분율은 27% 수준입니다. 최대주주가 될 수 없는 것이죠. 결국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신동윤 부회장이 율촌화학 최대주주에 올라야 합니다.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지분을 신동윤 부회장이 직접 사들이든지 해야하는 거죠. 다행히 율촌화학 지분 취득을 위한 조건은 좋은 편입니다.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레버리지 삼을 수 있죠.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 그리고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지분 이 두 지분관계만 해소되면 계열분리 작업의 큰 틀은 마무리가 됩니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닙니다. 계열분리를 할 경우 농심그룹 SI(시스템통합) 업체인 농심NDS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농심NDS는 메가마트가 53.97%의 지분을 소유해 최대주주로 있고, 신동원 부회장(15.24%), 신동윤 부회장(11.75%), 신동익(14.29%) 부회장 삼형제가 지분을 고르게 소유하고 있습니다. 계열분리가 아주 먼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쌍둥이 형제인 장남 신동원 부회장과 차남 신동윤 부회장은 둘 다 1958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만 63세입니다.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줘야 하는 고민을 한다고 해도 늦은 나이는 아닙니다. 사실 계열분리가 이뤄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각자 자식들에게 재산과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서죠. 신동원 부회장의 아들 신상렬씨는 농심 경영기획팀에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3세 경영 구도도 거의 확립된 모습입니다.이미 십수년 전에 승계를 마무리한 점을 감안하면 계열분리도 큰 잡음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과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분관계를 정리하고 계열분리에 나설지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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