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에 대한 이야기

작년 12월 회사를 옮기고 총괄기획본부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거래소 상장회사로 옮기게 되어서인지...

업무라든지...인간관계라든지...하루 하루 살아가는 스타일 자체도 예전과 같지 않더군요.

예전 회사에서 기획실장으로 근무를 할 당시엔....

오너의 편에 들을때도 있었고, 동료들 혹은 팀원편에 서서 싸우기도 많이 했었죠..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곳에서는 개개인의 업무의 이익과 상황에만 치우쳐져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니...

적나라하게 말하면...

나는 나..너는 너...

이런 인식이 지배적이더군요.

한동안...이런 시스템에 적응을 못하고...

여기 저기 사업부 업무를 진행하면서 정신없이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제 눈에 들어온 물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천칭이였습니다.



곰곰이 이것을 보면서 생각을 한 결과...

천칭이 가지고 있는 기대와 신뢰의 뿌리 역시 ‘중립’ 이라는 이미지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이 드는군요.

중립..
천칭처럼 양쪽의 무게를 잘 맞춰서 균형을 잡는 중립도 있고 지나쳐서 문제가 된 두 극단의 위험을 슬기롭게 조절해서 얻는 중립도 있겠죠.

한국사회에서는 오랜 시간동안 중립의 가치를 높게 평가를 했습니다.

중용의 덕이라고도 하죠.

넘치지도..부족하지도 않아야 함을..미덕으로 가르쳤습니다.

월드컵때 하나의 붉은 물결로 세상을 뒤덮고..

영화라는 매체 하나에 국민의 3분의 1 이상이 몰리는 열정과 정열의 민족이기에 오히려 중입이나 중도의 덕을 쌓는 것이 추구해야할 가치가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중립..
그 중립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우리 예전에 학교 다닐때...

운동장에서신나게 놀다 벌어지는 실랑이 속에서도 금새 튀어 나오는 말이
“야...넌 누구편이냐?"라는 말이죠...

나와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이나 다른 파트에서 업무를 하는 사람이나...

항상 매번 나와 같은편...혹은 다른편으로 나뉘는것이 당연해서...

그 가운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이러한 상황에서 중립은 두가지 방안으로 나타날수 있을꺼 같습니다.

하나는..

양쪽에 모두 우호적인 사람으로 비쳐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양쪽에게 모두 적으로 비쳐지는 방법이겠죠..

이런 방법은 구태연하게 골라서 되는건 아니죠..

선택을 해야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의 성격에 의해 좌우 되는경우가 많더군요..

"넌 누구편이야?"라는 질문에..

"응~~난 네 편이지"라고 변함없이 답변을 한다면..

양쪽이 한장소 한자리에 모여 대면을 하기전까지는 양쪽 모두 우호적인 사람이 될수 있겠죠?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의 경우..

자기 틀렸다는 말들..

그러니깐 내편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을수도 있고...

양쪽 모두에게 적을 만드는 셈이 되는겁니다.

전부에게 우호적인 사람으로 여겨지는건 불안하고..

전부에게 적대적인 사람으로 여겨지는건 피곤하고..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결론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중립을 위해선 꼭 필요한게 있더군요..

바로 힘(POWER)입니다.

권력이든 재력이든 매력이든..

확실한 자기만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자기 목소리를 낼수 있습니다.

비록 바로 눈 앞에선 배척하고 돌아서버리더라도..

그 힘 자체가 적의 힘이 되게 할수 없기에 아예 분명하게 돌아서버리지 못하게 되더군요..

그만큼 중립을 지킨다는건 자신만의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럼...

일반적인 예를 들어...

회사의 CEO들은 어떤 힘이 있을까요?

모든 규칙을 잘 지키고..도리에 어긋나지 않는거 자체로만 힘의 원천은 아닐꺼 같습니다.

누구의 편도, 누구와도 적대적이지 않는...

왜?

이중의 충심을 품은 사람이여서 가능하다?

그렇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분명 자기 자신에게 맞는 중립이 통하는 힘이 있을겁니다.

CEO뿐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도 말이죠..

과연 그게 무엇일까요?

이 질문의 해답을 지켜보면서 찾는다 해도..

제발 이것만 아니길 바랍니다.

도구...

누가 주인이 되어도 예리함을 잃지 않는 칼처럼.

유용하고 빛나지만 그저 도구인..
누가 쥐던 주인을 가리지 않아서..
어느 누구나 손 쉽게 찾는 도구와 같은 사람이기에 그를 찾는 자가 많은 것만은 아니길 바랍니다..
도구처럼 냉정하게 충성하는 것도 힘이라면 힘이지만..
그렇게 인정하기에는 현실의 조건들이 너무 뜨겁고..
도구에 내맡겨진 열정의 우리 운명의 미래가 너무 섬뜩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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