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프리젠테이션 파워

뛰어난 프리젠테이션 파워
Outstanding presentation power

남을 사로잡는 프리젠테이션,
그 게임에 이기는 사람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는다.

도시건축인은 일생을 통해 프리젠테이션과의 전쟁을 치른다. 학교 다닐 때의 설계과제 리뷰,연구과제 발표, 전시회, 공모전에 작품 내기는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직장을 얻기 위해 만드는 포트폴리오도 실무의 냉엄한 세계를 맛보기 시작하는 극히 초보 단계일 뿐, 실무세계에서는 끝없는 프리젠테이션이 기다리고 있다.

직장 상사에게의 프리젠테이션, 회사 최고경영자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다양하기 짝이 없는 고객에게 하는 프리젠테이션, 심의/심사에서의 프리젠테이션, 설계경기에서의 프리젠테이션 등등, 살아남고 또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또한 자신의 안을 설득해서 그 무엇인가 만들어 내기 위해 하는 수도 없는 시험의 연속이다. 이 점철되는 시험 속에서 훈련하고 단련되며 어떻게 더 나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느냐? 프로 일생을 통해 가지는 숙제중의 하나다.

1. 프리젠테이션을 잘 한다는 뜻은 무엇일까?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 통상 그 무엇을 근사하게 보이는 것, 즉 '표현의 문제'로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그 뿐일까?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영어 어휘, 'present'라는 단어를 보면 몇 가지 복합적인 뜻이 있는데, '존재를 나타내기, 남에게 선사하기, 무엇을 제안하기' 등의 의미로 쓰이곤 한다. 과연 좋은 프리젠테이션이란 이 세 가지를 다 갖춘 것이 아닐 수 없다. 그 내용이 선명해야 하고(즉, 존재가 뚜렷할 것), 남이 받아 기분 좋을 만큼 근사해야 하고(즉, 내용이 잘 표현될 것), 남이 귀를 기울이고 싶을 만큼 충실해야 한다(즉, 내용의 설득력이 있을 것).

이 정의를 돌려서 말해보자. 프리젠테이션? 실제 한 것 그대로 보이게 하는 데에도 엄청난 기량이 필요하고, 실제 한 것 보다 더 근사하게 보이게 하면 말할 것도 없이 좋고, 무엇보다 상대편이 설득 당할 만한 내용적 파워가 전달되어야 한다.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이 개념. 프리젠테이션의 기본이다. 항상 머리 속에 두자.

2. 상대와 과제를 파악하라: 기본이다

그렇다면, 프리젠테이션은 왜 하는가? 기본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 항상 '상대'를 전제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해법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항상 '과제'를 전제한다.

물론 자기 표현적인 프리젠테이션, 즉 뚜렷이 상대를 전제하지 않고 실제적 과제를 전제하지 않은 작업도 있겠지만(그리고 그러한 프리젠테이션도 무척 즐겁고 도전적인 작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소위 '프로 세계'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이란 어떠한 경우에나 어떠한 상대, 어떠한 과제를 전제하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파악하고 과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프리젠테이션 전략은 여기에서부터 생긴다.

도시건축 관련 실무인들이 빠지곤 하는 함정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통상적 실무의 프리젠테이션 틀에 고정되는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프리젠테이션의 고정 틀은 대개 있게 마련이다. 보여줄 도면, 보여줄 서류, 보여줄 자료의 항목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항목들을 요리하는 방식이란 결코 같은 것이 있을 수 없고, 순서에 따라 조합에 따라 표현에 따라 설득효과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이 사실을 간과해서는 좋은 프리젠테이션이 이루어질 수 없다.

두 번째 빠지는 함정이 '물리적 결과' 중심으로 펼치는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은 상대와의 설득과 대화인데 물리적 사실 또는 결과만을 펼쳐놓으면 상대편은 질리게 마련이다. 더구나 프리젠테이션의 상대란 대개 그 전문내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기 십상이다. 또는 정반대로 그 전문 내용에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잘 설득 당하지 않기 십상이다. 이 사실을 유념하자.

3. 프리젠테이션 전략 포인트

프리젠테이션 전략을 잘 짜보자. 프리젠테이션 전략회의는 꼭 필요하다. 능숙한 프로라 할지라도 이 회의는 꼭 필요하다. 사실 노련한 프로일수록 이 전략회의에 무게를 둔다. 회의에는 주요한 의사결정자들은 물론 참여해야 하고,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팀원들도 같이 참여하며 감을 나누어야 효과적인 프로덕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감을 잡으며 커간다. 몇 가지 구체적인 전략 포인트를 점검해 보자.

가. 어떠한 상황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인지를 파악하라

'간접 프리젠테이션'인가, '직접 프리젠테이션'인가? 자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간접이고, 실제 눈과 눈을 마주치며 하는 것이 직접 프리젠테이션이다. 이에 따라 만드는 내용은 무척 다르다. '예컨대, 설계 경기나 입찰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은 대개 간접 프리젠테이션이다. 도면, 투시도, 모형, 설명서 등의 자료 자체로 내용이 전달되어야 한다. 너무 빈약해서도 안되고 너무 지나치게 많아서도 안 좋다. 여러 개와의 비교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예컨대, 고객에게 하는 프리젠테이션은 대표적인 직접방식이다. 무척 중요한 것, 자료의 길이로 상대를 질식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말'이 개입된다.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해서도, 지나치게 적게 해서도 안되고, 또 말과 자료가 같이 가야한다.

모든 프리젠테이션은 결국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 해도 좋다. 프리젠테이션이란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인데, 직접 만남 없이 결론이 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받을 만 하겠다 유도하는 '간접 프리젠테이션', 마치 '직접 프리젠테이션 같은 간접 프리젠테이션'이 필요하다.

이 상황은 프로젝트 단계에 따라서도 무척 다르다. 아마도 프로로서 가장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은 매치-메이킹(match-making), 즉 일을 만드는, 오히려 '프로젝트 전 단계'일 것이다. 왜 이 사람인가, 왜 이 회사인가, 왜 이 팀인가, 왜 이 안인가를 결정하게 하는 상황이다. 개인적 고객 인터뷰, 공식 제안 인터뷰, 설계경기, 입찰 등의 상황에서다.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필요한 때다.

일단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의 프리젠테이션 상황은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물론 '안의 방향'을 결정하는 초기단계에서의 전략은 또 다른 매치-메이킹이다. 수많은 기싸움이 벌어지는 때이다. 어떻게 상대를 리드할 것인가가 펼쳐지는 때이다.
실무적 문제를 풀어 가는 상황에서 역시 전략은 필요하다. 쓸데없이 온갖 데서 온갖 문제로 발을 거는 상황이 전개되니 말이다. 충실한 실무 역량이 동원되어야 할 때다. 가장 좋은 것은, 상대의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가는 것이다.

나. 누구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인지를 파악하라

최종 의사 결정자냐, 중간 의사 결정자냐, 실무 처리자냐, 심의와 같이 공공적 이슈를 체크하는 대상이냐, 자문과 같이 의견을 듣는 중간과정이냐 등등 대상은 수없이 많고, 그에 따라 프리젠테이션의 내용과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똑같은 자료, 똑같은 방식을 가지고 쓰다가는 설득력은커녕 당하기 십상이다. 이것은 많은 경우 조합의 문제인데 신경을 쓰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다. 상대의 기대와 불안을 파악하라

상대가 갖고 있는 기대와 불안? 말하자면 과제에 대한 기대, 불안,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태도 등등이다. 이것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무척 다르다. 의외로 사람은 전체를 꿰뚫기 보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전체를 판단하곤 한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과도 통한다. 다음 꼭지의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파워'를 참조해보자.

라. 자기 안의 강약을 조절하라

어떤 안이든 강점과 약점이 있다. '강점은 강하게 보이게 하고 약점은 약하게 보이게 한다.' 부정직인가? 그렇지 않다. 도시건축에 관련된 일이 현실의 현장을 다루는 것인 만큼 제약조건이 많고 그에 따라 약점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 약점을 커버할 수 있을 만한 강점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 단순히 표현의 문제일 뿐 아니라 프로젝트 소화능력이기도 하다.

마. 매체는 적절히 섞는 것이 좋다

프리젠테이션의 매체는 기본적으로 네 가지다. 글/말(보고서, 설명서, 요약문, 발표자의 말), 그림(각종 도면, 실물(모형, 재료 샘플 등), 그리고 영상(슬라이드, 시뮬레이션, 비디오, 파워포인트, 인터넷 등) 이다. 이 매체들을 어떻게 섞을 것인가를 상황에 따라, 대상에 따라, 안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는 능력이 프리젠테이션 기법이다.
정말 수많은 기법이 있다. 나는 단 한가지만 강조하련다. '일방적 프리젠테이션이 되지 않도록 매체를 잘 조절하라'는 것이다. 상대는 같이 의논하고 싶어하고 이해하고 싶어한다. 무언가 자료를 놔두고 모색하고 싶어하고 결정에 무언가 영향을 주고 싶어한다. 일방적으로 세뇌를 하려들지 말라. 그래서 필요한 것이 '쌍방향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 기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영상자료들은 상대를 감동시키기에 유효하지만 '시간에 따라 흘러가 버린다.' 그래서 덜 교류적이다. 영상에만 의존하지 말라. 이왕이면 영상을 쓰더라도 좀 더 교류적인 매체를 개발하라. 같은 영상매체에도 같이 설계하기, 인터넷 교류 같은 것은(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희귀하게 쓰이지만) 무척 효과적이다.
그림은 가장 많이 쓰이지만 실물 입체적인 것보다 덜 효과적이다. 백장의 그림보다 한 개의 모형이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모형이란 더욱 '교류적'일 수 있다. 같이 만들어보고 치워보고 바꿔보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프리젠테이션 경우에 모형 모든 부분을 정착시키지 않는 것은 좋은 전략이다.)
그림은 예상외로 교류에 약하다.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참 적다. 그만큼 전문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그 자리에서 같이 그려보는 것이다. 일단 어느 정도 이해한 후에는 그림을 같이 그려보면 정말 효과적이다. '아하!'가 느껴진다.
글은 언제나 지리하다. 언제나 읽기 싫다. 정리는 되어있지만 그것을 파악하는 수고가 싫은 것이다. 당장의 프리젠테이션에서 글은 효과가 없다. 그러나, 글은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적절한 프리젠테이션을 한 후 남은 글과 그림으로 실무자들이 체크를 하면서 프리젠테이션 내용과 일치하며 좋은 신뢰를 쌓는다. 그래서 글과 그림은 언제 어디서나 완벽해야 한다. '그 누가' 볼 지 모르기 때문이다. 말은 참 중요하다. 그 자리의 인상을 결정하고 신뢰를 쌓은 가장 중요한 매체다. 그러나 또 말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다음 항목으로 가보자.

바. 리허설, 모의 프리젠테이션을 꼭 하라

리허설을 안 해보고 프리젠테이션 자리에 가는 것은 자충수다. 프로로서 실격이다. 프로일수록 리허설을 해보고 간다. 마치 정치가가 1분의 연설을 위해 연설문을 수십 번 고치고 수십 번 리허설을 하듯 리허설을 해보라. 할수록 는다.
정치가와 달리 도시건축 관련 프로들은 여러 매체를 활용하며 프리젠테이션을 하니 정말 기막힌 시나리오, 기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연출, 기막히게 흘러가는 큐와 액션이 필요하다. 프리젠테이션 자리는 하나의 무대다. 프로는 하나의 배우다. '진정한 연기력'도 필요하고 기막힌 '스테이지 매너'도 필요하다. 거부감이 든다? 그런 거부감은 누구나 가진다. 그러나 실력이란 수없는 훈련에서 나온다.

사. 예상 질문을 미리 만들라, '내부의 적'을 키우라

상대는 항상 허를 찌른다. 아무리 많이 생각하고 준비해 가도 여전히 허를 찌른다. 그나마 준비를 많이 할수록 그런 허 찌르기에 적절히 방비를 할 수 있다. 리허설 할 때 중요한 것, '내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다. 팀 내에서 작업 중 생겼던 의문을 잘 정리하는 것은 물론, 팀 밖에서 전혀 프로젝트를 모르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리허설을 하면서 예상질문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아. 순발력 있는 현장의 답, '프리젠테이션의 꽃'이다.

이것을 잊지 말자. 기막히게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들 보다, 상대가 하는 질문에 기막힌 답을 바로 그 순간, 그 자리에 하는 것이 백만 배, 천만 배의 효과가 있다. 핵심 아이디어에, 핵심 문제에, 상대방의 불안에, 상대방의 호기심에, 상대방의 문제에 대해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순간에 하는 것, 신뢰의 시작이다.
이것을 잘 하려면? 준비는 필요하다. 다만 준비만으로 되지 않는다. 마치 빙산과 같이 숨어 있는 '프로 역량'이다. '내공'이다.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 빙산을 느낀다. 상대방은 어떤 경우에나 이것을 알아챈다.

4. 프리젠테이션 직접 할 사람이 직접 나서라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프리젠테이션 직접 할 사람이 전 과정을 직접 관장하고 직접 나서야 한다는 기본 사항이다.
많은 회사들에서 대부분의 자료 만들기를 실무진에게 시키고 하다 못해 발표문까지도 실무자에게 맡기고는 소위 '대표주자'로 나가는 상위직은 마지막에 잠깐 보고 프리젠테이션 자리에 나가곤 한다. 치명적인 결함이다. 이런 것이 통하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모든 실무 사항을 꿰고 있고 현장의 문제를 알고 있어야 비로소 프로젝트 대표의 자격이 있다. 아무리 회사가 크고 팀이 크더라도 여전히 누가 프로젝트를 맡느냐, 즉 사람을 보고 일을 주는 것이 프로역량이 쌓인 선진사회에서도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은 그만큼 중요하다.

프리젠테이션의 꽃 역시, '사람'이다.

출처 :
www.archfo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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