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기업, 왜 위기에 빠지는가

한 때 시장을 리드했던 초우량 기업들이 그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아예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성공을 장기간 담보할 수 있는 성공 요인은 없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끊임없이 변신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만이 현재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원인을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고, 기업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한 시사점을 찾아 본다.

1917년에 창간된 포브스(Forbes)지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지난 70년 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917년 당시, 100대 기업 중 1987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39개밖에 안되었다. 그리고 39개의 생존 기업들 중 18개 기업만이 100대 기업의 자리를 지켰다. 더욱이 70년 동안 기업 성과가 주식 시장을 능가한 기업은 GE와 코닥(Kodak) 두 기업뿐이었다.

이와 같이 한 때 블루오션을 창출했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그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위기에 빠지거나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어즈 로벅(Sears Roebuck & Co.)은 SCM, 유통점 브랜드(Store Brand), 카탈로그 판매, 신용카드 판매 등 혁신적인 판매 기법을 도입한 우량 기업이었으나, 할인 판매점의 등장으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였다. 또한 DEC는 기존 중대형 컴퓨터를 저렴한 가격으로 대체할 수 있는 미니컴퓨터 시장을 창출하고 오랫동안 지배적 위치에 있었으나, PC와 노트북 시장으로의 진입 기회를 놓쳤고 결국 컴팩(Compaq)에 합병되었다. 이처럼 기업들이 위기에 빠지는 요인들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1.눈앞의 번영이 변화의 걸림돌

어떤 회사라도 한 단계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맞이하게 된다. 메모리 사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비메모리 사업으로 전환하여 성공을 거둔 인텔(Intel)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인텔의 전 CEO인 그로브(Andy Grove)는 이러한 시점을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s)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변곡점은 새로운 경쟁자, 기술 등의 등장으로 인해 산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주로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기업이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창출하고 조직을 적절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여 새로운 기회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위기에 빠지게 된다.

1876년 벨(Alexander Graham Bell)은 당시 최대 통신회사인 웨스턴 유니언(Western Union)에게 자신이 발명한 전화 기술을 10만 달러(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70만 달러)에 넘기겠다고 제안하였다. 하지만 웨스턴 유니언의 사장 윌리엄 오톤(William Orton)은 “전화기는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장치는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도 제공하지 못한다”라고 말하면서 그 제안을 거절하였다.

결국 벨과 그의 후원자들은 스스로 그 기술을 상용화하기로 결정하고, 1878년에 최초의 전화 회사를 설립하였다. 초기 전화 사업의 성장은 웨스턴 유니언의 핵심 사업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장거리 전화가 상용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되었다. AT&T로 이름을 바꾼 이 통신회사는 1910년이 되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높은 이윤을 올리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웨스턴 유니언이 10만 달러를 주고 사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한 기술 덕택이었다. 웨스턴 유니언은 현재의 성공에 취한 나머지 커다란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125년여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코닥은 디지털이라는 시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큰 타격을 받은 기업 중 하나이다. 필름 사업의 선두주자였던 코닥은 1976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였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이 되자,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사업을 두고서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당시 코닥이 선택한 전략은 전통적인 필름 사업을 계속 강화하면서, 동시에 디지털 기술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기존 코닥의 주수입원인 필름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코닥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TV에 연결하여 보거나, 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는 ‘포토CD’라는 신기술을 개발하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였고, 디지털 카메라가 전통적인 필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수익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캐논이 디지털 시장을 석권하며 번성하고 있는 동안, 코닥은 2006년 3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적자를 보이면서 ‘디지털 시대에 뒤처진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코닥은 전성기의 영광에 집착하여 사양길을 걷는 필름 사업에 매달리다가 큰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때로는 자사의 핵심 사업 영역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2.고객이 아닌 기업 중심의 의사결정

기업 경영의 출발점은 고객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여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고객에게 큰 만족을 안겨 줄 수 있어야 한다. 기업 활동을 통해 창출한 결과가 고객이 인정하는 효용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좋을 수 없다. 하지만 종종 기업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여 제공하기보다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 또는 단기적 이익에 중점을 두고 의사결정을 내려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담배 회사인 RJ 레이놀즈(Reynolds)를 보자. 1980년대 들어서자 흡연의 폐해가 미국을 중심으로 중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RJ 레이놀즈는 수년 간 약 3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하여 프레미어(Premier)라는 담배를 개발하였다.

프레미어는 일반 담배와 모양은 동일하지만, 담배 알갱이를 알루미늄 캡슐 안에 넣고 캡슐을 가열시킴으로써 흡연 시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 특수 담배였다. 이를 통해 당시 이슈였던 간접 흡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이 담배를 환영하지 않았다. 상추가 타는 냄새가 나는 등 다른 담배에 비해 맛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피우기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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