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 플라리온테크놀로지 아태 사장
휴대 인터넷이 자체 개발로 방향을 잡아가면서 서비스와 기술 표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휴대 인터넷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보다 그 영향력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자체 개발 진영에서 내세운 명분 처럼 반드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술이 돼야 할 것이다.
휴대인터넷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술과 서비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와 개발요소 기술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우선, 4G로 거론되는 차세대 이동통신을 국가 성장엔진의 하나로 선정한 시점에서 휴대 인터넷은 그 징검다리가 되는 의미로 적어도 4G와 같은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즉, `4G 비전'에서 거론되는 멀티플 액세싱, 듀플렉싱, 코딩 및 IP기반의 패킷 에어인터페이스 등을 기본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휴대 인터넷이 4G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새로 개발되는 기술은 그 명분 처럼 시기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를 향해 진출 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력이나 경제성 보다 정책적 고려로 인해 수 많은 정부 관련 기관들이 강제적으로 채택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휴대 인터넷 시스템 개발과 관련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이동 속도'이다. 과연 이 서비스가 `어느 정도의 이동 속도를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려가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의 정부안은 시속 60㎞ 정도의 중ㆍ저속을 지향한다. 하지만 시속 60㎞로 이동하는 차량 등에서 모바일 인터넷 접속이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재 외국에서는 적어도 시속 250㎞ 정도를 구현하기 위해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뭔가 출발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주파수 효율성에 대한 검토도 주요 고려 사항으로 꼽힌다. 현재 TTA가 정의한 휴대 인터넷 규격은 매 ㎐당 2bps 정도의 주파수 효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널 대역폭 5㎒에서 10Mbps의 전송속도를 구현 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효율적인 파이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파이프의 주파수 효율 뿐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파이프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들에 대한 논의가 더 있어야 한다. 이는 4차선 고속도로 구축 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제대로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TDD와 FDD 방식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혹자는 TDD가 FDD보다 데이터 통신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이는 `넌센스'에 가깝다.
4G에서 FDD를 거론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3.5G로 불리는 휴대 인터넷 기술 표준으로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가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최근 ETRI도 4G를 위한 시스템 연구에서는 FDD를 채택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다만, 대부분의 고정 인터넷 기술에서 TDD를 택한 것은 다분히 비즈니스적인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정 인터넷의 초기 출연 배경과 시장 포커스를 함께 짚어 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미국, 캐나다 등과 같이 지형이 광활하고 가옥들이 산재해 있는 환경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유선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기가 어렵다. 그런 이유로 종단 구간을 무선화하는 기술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고려사항은 단위정보(Granularity)와 직교성(Orthogonality)이다. 4G를 비롯한 많은 무선 인터넷 기술이 OFDM을 기본 다중 접속 플랫폼으로 채택하는 것은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신호가 서로 직교해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대량 정보 뿐 아니라 소량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단위정보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 수송을 위해 버스도 필요하지만 소량의 데이터를 지체 없이 보내기 위해서는 택시도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기서 택시를 단위정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송 수단이 버스만 있다면, 제어 신호의 수송은 매우 비효율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국이 휴대 인터넷을 통해 모바일 브로드밴드 서비스 부문에서도 강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