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 광고의 위력

"정말 끔찍한 기계였어요."

어느 평범한 여성, 사라 휘슬러가 자신이 사용하던 윈도 PC를 가리켜 한 말이다. 애플 컴퓨터가 최근 전국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광고 캠페인의 일부분이다.

애플은 광고업계에서 일종의 터부로 여겨지고 있는 '비방 광고'를 과감히 시도하고 있다. 10편의 시리즈로 진행되고 있는 애플의 광고 캠페인은 (최근 애플 매킨토시로 전향한) 보통 사람들이 등장해 MS 윈도 시스템의 폐해에 대해 증언하는 내용이다.

애플은 이 광고를 통해 매킨토시 OS의 실제적인 차별성보다는 MS 시스템의 부정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간접적인 비방 광고인 셈.

애플은 단순히 TV 광고에 그친 것이 아니라, 애플의 웹사이트에서 윈도 PC에서 매킨토시로 전향한 다른 이들의 경험담을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웹 페이지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윈도 시스템 문제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매킨토시와 윈도 PC 간의 가격 비교, 윈도 PC에서 맥으로 바꿀 때 알아두어야 할 점들, 그리고 그 밖의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비록 반 노골적인 비방 마케팅이긴 하지만 애플의 전략은 매우 훌륭해 보인다. 사실, 비방 광고는, 사실만 왜곡하지 않는다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광고업계는 이상하리만큼 비방 광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히지만, 비방 광고는 산업 발전에 되려 도움이 된다.

비방 광고가 좋은 이유

소비자들은 제품의 결함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경쟁사에서 이런 제품의 결함에 대해 미리미리 알려준다면, 소비자들은 굳이 억울한 일을 당해가며 하자 있는 제품에 대해 입 소문을 내고 다닐 필요가 없다.

시장이 보다 합리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상업 제품에 대한 결함이나 폐해, 단점, 부작용 등이 되도록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 이런 지식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오직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제품만 구입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시장에서는, 가장 좋은 품질의 제품이 아닌, 가장 방대한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 제품이 가장 많은 소비자들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식이면 회사의 브랜드나 제품의 품질이 아닌, 오직 유통망만이 제품 매출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해결책이 비방 광고다. 사실, 남을 비방하는 것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것도 없다. 사람들은 대중 매체로부터 (정치 관련 프로그램을 빼곤) 거의 항상 도와 규격에 맞는 것들만을 보길 기대한다. 이런 와중에 도를 벗어난, 비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냉소적이고 피도 눈물도 없는 광고를 본다면 얼마나 깊은 인상을 받겠는가.

이는 단순히 '인상'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비방 광고로 인해 자신이 사려는 제품에 대해 사전 지식을 얻고 미리 조심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비방 광고는 광고주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아니라,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비방 광고의 조건

비방 광고가 효력을 보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선행돼야 한다.

경쟁사에 대한 비방은 분명한 사실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흔히 쓰는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 비방 선전은 절대 참고하지 말도록. 정치적 선전과 상업적 광고는 결코 비슷한 종류가 아니다.


비방 광고는 경쟁 제품의 나쁜 점만 부각시켜야지 브랜드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선 안 된다.


비방 광고는 결코 비열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 웃음을 유도하거나 공감대를 불어넣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비방 광고의 위험성

물론 비방 광고는, 다른 혁신적 형태의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조심하지 않으면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염려도 있다. 특히, 광고를 천박하게, 비열하게, 혹은 좀스럽게 만들어 버리면 그 광고를 내보낸 광고주의 브랜드는 큰 타격을 입는다.

애플의 광고는 남을 비방함에 있어 결코 비열하거나 좀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사용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광고로 엮어 내보냄으로써 비방 광고의 가장 심각한 위험성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었다.

애플은 자신들이 경쟁사 제품을 (비방하기 위해) 억지로 찾아낸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미 이전부터 경험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모아 대대적으로 알려준 것이다. 즉, 소비자들이 갖고 있던 윈도 PC에 대한 불만을 애플이 공감했고, 애플은 자사의 공감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광고로 내보낸 것이다. 이런 공감대가 형성되면, 애플은 더 많은 사람들이 매킨토시로 기종을 전환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더 많은 사람들이 PC에 불을 붙여 MS 본사 주차장에 내 던져버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비방 광고 앞에는 거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바로 제도, 정책적인 문제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과 광고 에이전시들은 스스로 비방 광고를 제한하는 규정을 갖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시장에서 유지해온 '품위'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항상 "행복해, 행복해" 광고만 만들어 보내고 있다. 이런 답답하고 비합리적인 규정은 자신들의 광고를 비효율적인 '절름발이'로 만들어 버릴 뿐이다.

몇 달 전, 금융 거래 회사인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애널리스트를 고용한 다른 금융 중개 회사들을 돈에 눈이 먼 사이비 아티스트로 묘사해 광고를 제작한 적이 있다. 애널리스트를 고용치 않는 찰스 슈왑 자신들은 다른 경쟁사처럼 애널리스트로 고객들을 현혹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였다.

이 광고에서 경쟁사들은 "돼지에게 립스틱을 바르는 식으로" 엉터리 주식을 소비자들에게 속여 파는 사이비 아티스트로 묘사됐다. 그러나 분명 메릴 린치를 비롯한 많은 수의 금융 회사들이 유명 애널리스트를 동원해 고객에게 피해를 끼쳤음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CBS 방송국은 찰스 슈왑의 광고를 지나치게 '선정적이다'라는 이유로 방송을 거부했다.

광고 제작자에게 가장 힘든 것은 비방 광고를 '못되게' 보이지 않게 하는 일이다. 못되게 보이지 않게만 한다면, 특히 온라인에서, 비방 광고는 그 어떤 마케팅 도구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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