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절대 내가 될 수 없다

일을 하거나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일이 잘 안 풀리는 것을 볼 때 우리는 간혹 쉽게 이렇게 말한다.

나라면 진작에 끝냈겠다.”

생각처럼 정말 그럴까? 이번 호에서는 일을 할 때 착각하기 쉬운 것 중 자신과 남을 혼동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 세상의 기준은 나?

우리들은 자기 주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자신의 삶과 연관된 모든 것에 자신의 기준을 가져다 대놓고 그것을 가지고 평가한다. 정치, 경제 등 거창한 것부터 주변 가족, 친지, 친구, 동료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을 자신의 기준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특히 세상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지 남을 통해서 자신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남이 뭐라 해도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면 결코 자신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문제는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남도 똑같이 자신의 기준으로 바라보길 바랄 때 트러블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 너는 왜 이렇게 생각 안 해!! 이대로 하란 말이야!!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말들을 간혹 듣게 된다. 우리가 하는 일, 그것이 기획이 되었든 개발이 되었든 다른 것이 되었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우리는 서로 다른 다양한 가치관과 다양한 기준 속에서 팀을 이루어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10명이 있어도, 팀장이나 리더의 뜻대로 무조건 움직여야 할 상황들이 생긴다. 까라면 까..라는 식의 이런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그것은 남의 의사나 생각은 들을 필요도 없이 자신의 생각이나 기준에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으로 일을 밀어 붙이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고, 팀원들은 경력이나 노하우에서 자신을 따라올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들 자신의 방식으로 끌고 가려고만 한다. 자신의 방식에 안 따라오면 다른 팀으로 보내던지 극단적으로는 회사에서 쫓아내기도 한다.

남을 이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당신 외롭지 않은가?

■ 나는 외로운 존재

위와 같이 독단적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 특히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기준만을 강조하는 사람의 경우 대부분 외롭다.

왜 외로울까? 답은 간단하다. 자신은 남을 인정하고 이해해주지 않으면서 자신은 남에게 이해 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오는 말은

왜 나를 알아주지 않는 걸까?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라고 말을 한다.

그들은 이렇게 외로움에 몸서리치면서도 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것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외롭다면서 그 원인에 접근하거나 해결하기보다는 그것을 계속 고수하는 모습이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이런 사람들이 한 두명 나온다. 자신의 말에 대한 주장만 있을 뿐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의견이 나오면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고 무조건 전투모드로 돌입한다.

이런 방식으로 삶을 사는 사람의 주변에 과연 누가 있을 수 있겠는가!! 眼下無人(안하무인)인 사람에게는 결코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걸까?

100명이 모이면 100개의 가치관과 100개의 기준이 존재한다.

100명의 생각 모두를 이해할 수 없지만 100개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서로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자. 하나의 기준에 따라가는 것은, 이러한 100개의 생각들이 모여서 하나를 만드는 것이지 누군가 하나를 만들고 모두 따라가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서로 토의를 통해서 좋은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를 할 때 간혹 일부 사람들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소위 배가 산으로 가는 모양새가 발생할 때가 있다.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몇 몇의 의견으로 의사결정을 해버리거나 독단적으로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밀어 붙여서 전혀 예상치 않는 방향으로 가다가 결국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경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를 만든 의사결정자는 독단적으로 처리한 결과를 대해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함께 떠안아주길 바란다. 그러나 바람과는 달리 대부분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문제해결을 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미 자신들을 외면하고 결정한 사안으로 발생된 문제이기 때문에 결정권자들에게 모든 문제를 돌려 버리고 자신들은 그저 먼산의 불구경하듯 하는 것이다.

과정에서 생각이 공유되고 서로 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의사가 결정했을 때야말로 설령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체적으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열린 커뮤니케이션, 의사 결정구조가 바로 성공하는 조직을,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易地思之(역지사지)

제일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易地思之. 상대방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자. 많이 듣던 말이지만 정작 행동으로는 잘 옮겨지지 않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군대에서 착하디 착한 후임병이 있었다. 언제나 서글서글하고 인사도 잘하던 아이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고참과 싸웠다는 것이였다. 평소 그 후임병의 성정을 생각했을 때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 그 곳으로 달려갔는데 그 고참은 헌병대에 넘기려고 벼르고 있던 참이였다.

필자는 그 착한 후임병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왜 그랬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하면서 갔다. 다그치지 않고 혹시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하며 후임병에게 한 마디 하자 그 때부터 마음을 풀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뒤늦게 연유를 알게 된 그 고참도 자기가 맞은 것은 잊고, 그 후임병을 위해서 먹을 것도 사주면서 신경을 써주었고, 다른 동료들도 위로해주게 되어 일이 잘 풀린 경우가 있었다.

그때 필자가 한 말은 너 헤어졌니?” 이것이었다. 사실 그 날 이 후임병은 여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반항하던 후임병이 마음을 풀게 된 것도 결국은 易地思之로 접근했기에 가능했다. 이미 전개된 결과보다는 그 사람 입장에서 무엇이 이 사람을 갑자기 돌변하게 했을까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후임병이 말하지 못한 개인적인 문제와 아픔을 알 수 있게 됐고 실수도 품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흔히 일을 할 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나라면 진작에 끝냈어!!”라고

하지만 그 사람은 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끝낼 수 없는 것이다. 역량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일을 주었다 해도 똑같은 성과를 내길 기대할 수는 없다. 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적절히 합리적으로 배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아닌 그 사람이 나처럼 하길 바래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부족하다고 구박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상대방을 이해해주면서 일을 진행하다 보면 쉬운 일이나 어려운 일이나 모두가 같이 힘을 합할 수 있게 된다.

남을 남으로 대하지 말고 때로 한 발짝 물러나서 상대방을 내 자신이라 생각해보자. 상대방을 내 기준이 아니라 그 사람 입장에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보다 더 성공에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다운로드
의견 1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