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제 이메일 컨텐츠 배달 서비스 FanTeamLink.com

유저가 컨텐츠에 돈을 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터넷 컨텐츠의 편재성, 즉 필요한 컨텐츠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도 있으며, 조금만 찾는 수고를 하면 돈을 내지 않고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다. 그렇다면, 컨텐츠 비즈니스에서 이런 한계는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컨텐츠가 아닌 서비스, 즉 ‘편의성’을 판매하는 FanTeamLink.com의 사례를 보자.

스포츠 매니아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싶지 않을까? 굳이 신문이나 스포츠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서라도 말이다. 이런 니드를 겨냥해 B2C 정액제 이메일 컨텐츠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바로 FanTeamLink.com 이다. 년 29$를 내면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팀에 새로운 뉴스가 있을 때마다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메일 서비스만으로 과금을 하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수천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1994년 설립된 이 업체는 원래 MediaTeamLink라는 이름으로 각종 스포츠 팀의 보도 자료 배포를 대행해왔다. 연간 50,00$의 수수료를 받고, 팀의 홍보자료를 각 스포츠 미디어에 팩스로 전송하는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웹이 부각되면서, 이렇게 모아진 뉴스를 이메일을 통해 B2C로 서비스하는 정액제 이메일 컨텐츠 서비스를 런칭하게 된다.

B2C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FanTeamLink는 치밀한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서비스 스펙을 결정했다. 수많은 스포츠 팬들에게 메일을 띄워 유료화 서비스의 서비스 유료화 및 가격 정책 등에 대한 12개 항목의 설문을 하도록 요청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결과는 정액제 이메일 서비스를 런칭하는 데 있어 많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우선, 이러한 서비스에 돈을 낼 의사가 있는 지를 묻는 설문에서 48%의 유저가 그렇다고 밝혔다. 30%는 전혀 돈을 낼 의향이 없다고 밝혔고, 22%는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FanTeamLink는 전체의 10% 정도를 실제 서비스에서도 돈을 낼 유료 회원으로 추정했다.

이 설문 조사와 초기 마케팅 테스트에서 FanTeamLink는 흥미로운 결과들 발견했다. 무료 트라이얼 서비스를 통해 무료 회원이 유료 회원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비스를 구매할만한 잠재 유료 회원은 강력한 마케팅 카피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샘플, 그리고 신뢰를 줄 수 있는 환불 정책에 대한 문구 등을 보고 유료 회원을 가입한다. 애초에 절대로 돈을 내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무료 트라이얼 서비스를 받는다고 유료 회원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약간 흥미는 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가입하지는 않는 사람들은 가입과 더불어 그들의 관심을 끄는 공짜 선물을 받을 수 있을 때 가입이 유도되었다고 한다.

또한, 처음에 69$로 잠정적으로 정했던 년 정액 요금은 설문 조사에서 27~34$ 선을 요구하는 대다수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29$로 조정되었다. 이렇듯 FanTeamLink는 유료화 서비스를 런칭하기 전 치밀한 사전 시장 조사를 통해 스스로의 가격과 서비스 정책을 구체화 시켜 나갔다.

그러나, FanTeamLink가 발표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과연 스포츠 팬들에게 이 서비스가 줄 수 있는 독특한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결과였다. 사람들은 컨텐츠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열심히 웹사이트를 뒤진다면 비슷한 컨텐츠는 얼마든지 공짜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년 29$라는 돈을 delivery, 즉 컨텐츠의 배달에 대해 지불한다고 밝혔다. 웹서핑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ESPN과 동시에 원하는 뉴스를 받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즉, 정액제 회원들은 컨텐츠 그 자체가 아닌 컨텐츠 배달의 ‘편의성’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액제 서비스의 가치에 있어, 또 다른 양상을 생각하게 해 준다. 컨텐츠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과연 어떠한 컨텐츠를 제작해야 하는가?”라는 부분이다. 컨텐츠와 관련된 글을 쓰면서도, 종종 받게 되는 질문이지만 이것은 어떠한 마케팅 서적이나 전문가도 답변해 줄 수 없는 그야말로 컨텐츠 비즈니스의 본질과도 같은 문제일 것이다.

추상적이나마 이에 대한 모범답안이라는 것은 대개 VRI(Valuable/Rare/Inimitable…가치있는/희귀한/흉내낼 수 없는)로 요약이 된다. 일단 남들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가진 독특한 컨텐츠를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하지만 TeamFanLink의 사례는 정액제 서비스의 가치가 단순히 독특한 컨텐츠의 생산,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켜 준다. 인터넷의 특성상 온라인 컨텐츠는 필연적으로 편재성을 지니며,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대체 가능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파생될 수 있는 컨텐츠 비즈니스의 가치는 단순히 독특한 컨텐츠 그 자체가 아닌, 컨텐츠의 delivery 혹은 부가적인 편의성과 관련된 서비스일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로는 결국은 찾을 수 있지만, 그 찾는 수고를 덜어주는 컨텐츠 배달이라는 컨셉을 구현한 FanTeamLink와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기존의 컨텐츠를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Archive 비즈니스일 수도 있다. 최신 뉴스는 무료지만,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가공된 뉴스를 이용하는 데에는 부가적인 요금을 부가하는 형식이다. 지난 번 소개한 Moreover같은 경우도 독특한 컨텐츠를 생산하기 보다는, 기존에 웹에 존재하는 컨텐츠를 재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례이다. 어쨌든 결국은 찾을 수 있지만, 그 찾는 수고를 덜어주는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들이다. 모두에게 참 바쁘고 할 일 많은 세상에서 이런 비즈니스가 니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FamTeamLink의 서비스가 확고한 성공을 거둔 사례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기존의 B2B형태의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와 B2C의 이메일 뉴스 배달 서비스와의 결합은 시사하는 점이 있다. 어느 한 쪽이 아니라, B2B와 B2C 양쪽에서 모두 가치를 제공하고, 양쪽에서 모두 과금을 하는 서비스라는 것. 이것은 하나의 확고한 비즈니스 라인을 만들었다면 그것을 가지고 B2B 혹은 B2C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와 그에 따른 수익모델을 창조해 내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한 일임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웹컬럼니스트 :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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