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기획자의 다섯가지 道

“감히 여쭙건데, 웹기획자가 대기획자(大企劃者)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도(道)가 있습니까?”
스승은 대답한다.
“대기획자는 프로젝트의 본질을 한눈에 꿰뚫어 보고
그것에 조직의 핵심역량을 집중하도록 열과 성을 다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느니라.
이것을 성(聖)이라 한다.
기업이나 브랜드가 가져야 할 고객과의 인식(認識)상의
오해는 없는지 넓게 살펴 그것을 바로잡게 해야 할 경우,
웹사이트가 고객응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오프라인에서의
불필요한 업무나 인력을 줄여 기업의 예산절감에 기여하도록 해야 할 경우,
새로 출시한 브랜드가 나름의 시각적 정체성을 잡아갈 수 있도록
기틀을 잡아야 할 경우, 기발하고 독특한 화면전개나 움직임으로
화제(話題)를 창출하여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게 해야 할 경우,
난해하고 복잡한 정보구조나 화면설계로 좋은 정보를 갖고도
고객들이 외면하는 웹사이트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할 경우가
각각 다르건데,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덤비는 것도 어리석음이요,
이도 저도 의욕을 부리지 않아 무난한 사이트를 만들고 마는 것도
어리석음이니 웹기획자들은 프로젝트를 만날 때마다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곁가지인지 성(聖)을 발휘하여
잘 살펴야 나머지 동지들의 몸, 마음 고생을 막고
거금을 들여 프로젝트를 발주한 고객사에게도 실익을 안겨줄 수 있음이니라.”
“웹기획자에게는 또 어떤 도가 있겠습니까?”
제자의 질문에 다시 스승이 입을 열어 가로되,
“고객사의 부당한 요구에 쉼없이 발로 뛰어다니며
자사(自社)의 입장을 대변할 줄 알아야 하며,
정당한 고객사의 불편사항을 반영키 위해 적절한 때를 보아
비난을 무릅쓰고 심신이 피폐해진 동지들을 설득하는 덕목을 용(勇)이라 한다.
이러한 용(勇)의 덕목을 갖춘 기획자는 프로젝트 내내
안과 밖, 어느 쪽으로도 덕담을 듣지 못하며,
점점 고독을 느끼게 될 것이나 스스로는 자기확신으로 충만할 것이다.
결국 동지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파일들이 서버에 포팅될 적에
뜨거운 박수라는 보상을 받게 될 것이며
설혹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는 이미 이를 담대히 받아들일 그릇이니
큰 상관이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웹기획자가 이러한
용(勇)의 덕목으로만 가득 차서는 안될 것이다.
웹기획자에게는 용(勇)을 보완할 또 하나의 덕목이 필요하니라.
자신의 프로젝트에 어려움이 처하면 그 곤란함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 먼저 수습하려 애쓸 것이며,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포상을 통해 논공행상(論功行賞) 할 적에
그 덕을 디자이너, 개발자, 코더, 플래셔 등 백 여 일을
땀을 흘리고 밤을 잊은 모든 동지들에게 돌리는 것을 의(義)라고 부른다.
또한 내가 철야를 하며 작업할 때는 동지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조속하게 귀가조치를 하고, 동지들이 철야를 할 때는
용기면이나 음료수, 간장약 등을 준비하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
이것이 인(仁)이다.”
“대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성실함이
요구된다는 진리를 이해했습니다.”
“성실함이라...물론 중요하지. 그러나 웹프로젝트는
농군적 근면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자신은 물론이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동지들이 삽질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면밀한 상황판단과, 때로는 잔머리를 발휘하여
작업공수(作業工數)를 줄이는 기술이 필요하니라.
때로는 수주할 가능성이 적은 프로젝트의 경쟁입찰을
과감하게 거절하는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어차피 취소되거나,
다시 변경되거나, 원위치로 돌아올 고객사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시간을 벌다가 결과적으로
동지들을 쉴 수 있게 하는 것을 지(智)라 한다.
선한 기획자라도, 이러한 다섯가지 도(道)를 얻지 못하면
대기획자가 될 수 없다.
세상에는 선한 기획자는 많으나 대기획자는 적으며,
대기획자는 적으나 이 커다란 웹에이전시 시장을
별 탈없이 잘 이끌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스승께서는 언제 대기획자의 반열에 오르셨습니까?”
“나는 대기획자가 되는 일은 오래전 포기했고,
어디 대기획자가 없는지 찾고 있다.”
출처 : 2006년 1월 '월간웹'게재
윤카피(윤주협)의 블로그 사무실 - http://blog.naver.com/funny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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