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 거창한 약속과 초라한 실적 - #2 . 효과 보장돼도 설치 과정 극히 험난해..

CRM, 거창한 약속과 초라한 실적 - #2 . 효과 보장돼도 설치 과정 극히 험난해..

프로젝트 설치에 장기간 소요... 신중한 계획과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

90년대 중반 처음 개발된 CRM은 기업의 고객관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약속'했었다. CRM은 고객들을 일회성 거래 대상으로 보는 대신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파악하고 고객의 필요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제품 캐털로그 요청에서 실제 구매나 불평에 이르기까지 고객과의 모든 접촉 기록은 CRM 시스템에 저장된다. 이 시스템은 모든 고객관련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고 콜센터 직원에서 영업담당자에 이르기까지 회사 내의 모든 직원들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관리자들은 모든 고객관련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확보하게 된다.

CRM의 이런 효과는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했다. 콜센터 직원이 고객응대에 걸리는 시간이 5분에서 2분으로 줄어든다면 급격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영업사원이 제품설명서와 고객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제품 판매 과정은 더 손쉬워진다. 마케팅 담당자가 고객의 필요와 구매 이력을 자세히 알 수 있다면 목표 판매량을 훨씬 더 정확하게 설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약속'에 불과했고, 이를 실현하기는 훨씬 더 어려웠다. 사실 CRM은 어려운 작업이다. 기업들은 CRM 프로젝트에 쉽게 달려들고 충분한 준비 없이 일쑤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다. 충분한 시간과 자금을 분배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며 최고 의사 결정자로부터 시스템 운영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확인하고, 적임자를 선발하는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퀵 & 레일리(Quick & Reily)의 부사장 에드워드 개리의 경우는 CRM 프로젝트를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시벨 소프트웨어의 제 1차 CRM 시스템 구축을 위해 무려 8개월을 보냈다. 제 2차 시스템 구축에는 7개월이 걸렸다. 현재까지 퀵 & 레일 리가 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비용은 400만~500만 달러에 달하지만 개리는 "아직도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간규모 기업이 CRM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대체로 50만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고 대기업의 경우 30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이때 컨설턴트나 시스템 설치담당자 및 시스템 사용법 강사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소프트웨어 자체 비용보다 2,3배 이상 많기도 하다.

일단 시스템을 구매해 설치하더라도 회사의 목표를 즉시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숍NBC(ShopNBC)의 최고정보책임자(CIO) 마크 빌리터리는 "100 퍼센트 만족스러운 시스템은 구축하기도 어렵고 비용도 높다"며 "비용과 만족도 사이에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BC숍은 지난 2월부터 5월초까지 약 500만달러를 들여 오라클의 CRM 시스템을 설치했다.

빌리터리는 CRM 소프트웨어 덕에 서류에 의존하던 기존의 고객관리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CRM 시스템이 하루 1만~1만 5000통에 달하는 고객들의 전화를 줄이고 숍NBC가 100명의 콜센터 직원을 절반 이하로 감원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최고 의사결정자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 CRM 프로젝트는 실패하기 쉽다. 테크놀로지 서비스 업체 어플라이드 디지털 솔루션스(Applied Digital Solutions)의 사장 제프리 프랜시스는 지난 몇 개월간 12개 부서 책임자들과 여러차례 회의를 가졌다. 그는 이런 자리를 통해 올 여름 가동 예정인 100만 달러 짜리 CRM 프로젝트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토론을 벌였다"고 말했다.

프랜시스는 "각 부서 책임자들이 자신들의 고객정보를 타부서와 공유하기를 꺼리고 있었다"며 이에 따라 새 CRM 시스템에 대한 호응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별도의 비용 없이 부서 매출을 10%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이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하지만 프랜시스는 이 같은 매출증대 계획이 얼마만큼 실현될지 아직 불확실하다고 실토했다. 어플라이드 디지털 솔루션스는 CRM 시스템을 통해 10대 영업 전략을 수립, 앞으로 3년간 매출을 40% 늘리고 고객관리 비용을 50만 달러 절감할 계획이다. 프랜시스는 "1년 후면 성공여부를 점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CRM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얼마나 굳은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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