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클릭율은 죽어야 한다

전세계 최대 온라인 광고 대행사인 더블클릭(DoubleClick)이 최근 온라인 광고의 평균 클릭율이 지난해보다 3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광고 업계에서는 크게 환영할 일이겠지만 난 더블클릭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

"그래서 뭐?"

클릭율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직도 클릭율은 온라인 광고의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이상한 점은 클릭율이 "왜" 온라인 광고의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하는지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보고 바보 아니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난 사람들이 광고를 클릭하는 것과 광고의 효율성 사이에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제발 알고 싶다.

한번 생각해 보자.
사이트 방문객이 광고 배너를 클릭하기만 하면, 광고주의 모든 목적이 이뤄지는 건가? 사람들이 광고를 많이 클릭하기만 하면 저절로 투자 대 수익률이 올라간다는 건가?

수만 수천 명이 사이트의 광고를 클릭해 들어왔다고 해보자.
도대체 광고를 클릭한 사람들이 누군지 알 수 있던가? 기사 링크를 누르려다 실수해서 광고를 눌렀는지,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가 키보드 위를 밟고 지나가다 광고를 클릭하게 됐는지 누가 알겠나? 그리고 사이트 주인이 광고의 '닫기(close)' 버튼을 눌러도 클릭율로 계산되도록 조작해 놓았는지 어떻게 알겠나?

내가 온라인 광고 죽이기로 작정한 사람이라고 오해하지 말라. 나도 온라인 광고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나도 온라인 광고에 대한 좋은 소식 좀 들어보고 싶다. 하지만 난 그저 아직도 온라인 광고 업계가 클릭율에 목을 매고 있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클릭율의 '보다 자세한' 이해를 위해, 웹사이트를 오프라인 상점에 비유해 보자. 여기서 클릭율은 소비자들이 상점 안으로 들어오는 것과 같다. 즉 클릭율이 늘어난 것은 상점에 들어오는 사람 수가 늘어났다는 것과 같다는 것인데, 현재 온라인 광고업계 사람들의 인식은 다음의 오프라인 가게 주인들의 '괴상한' 대화와 다를 바가 없다.

주인 아저씨: 와, 이것 좀 봐. 내가 이번 달 우리 가게를 방문한 사람들 수를 세 봤더니 지난 달보다 35%나 더 많아졌더라고. 모두 가게에 들어와서 둘러보고 그냥 다시 나가더라고!

주인 아줌마: 놀라워! 내가 샴페인을 준비할 테니 파티 준비나 하자고. 기념으로 올해 여름 휴가는 카리브해로 놀러 가는 게 어때?

광고주들이나 가게 주인이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매출이다. 솔직히,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 수보다 클릭 수가 매출과 연결될 확률이 훨씬 적은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온라인 업계가 아직도 클릭율이 연연하는 까닭은 뭘까?

이는 다른 온라인 마케팅 매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E메일을 버리기 전에 잠깐 읽어 보는 비율이 35% 증가했다고 이것이 원래 e메일의 궁극적인 목적을 충족시켜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리치 미디어 광고가 세상을 바꾼다

더블클릭에서는 또 다른 '좋은 소식'을 알려왔다. 플래시와 같은 리치 미디어(rich media) 광고의 클릭율이 GIF 광고 배너 보다 6배나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전체 온라인 광고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리치 미디어 광고 업계에 대단한 희소식이다.

하지만, 리치 미디어 광고가 정말 클릭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광고 형태던가? 리치 미디어 광고는 원래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광고 공간 안에서 광고주들이 표현하려는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즉, 리치 미디어 광고는 독자들이 굳이 배너를 클릭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들을 모두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리치 미디어 광고는 예쁘기만 한 장식용 광고가 아니라 일종의 마이크로사이트, 혹은 또 다른 온라인 마케팅 도구로 이해돼야 한다.

온라인 광고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선, 광고주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을 충족시켜야 한다. 만일 광고주의 '근본적인' 목적이 그저 클릭 수를 늘리는 것이라면 할말 없다. 그건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온라인 광고의 목적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며, 매출의 직접적인 향상을 꾀하기 위함 이라면, 지금과 같은 클릭율에 의존하는 사고 방식은 버려야 한다.

광고주들은 이제 클릭이라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온라인에서 클릭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한, 클릭율은 광고의 효율성과 아무 관련이 없다.

또한 광고주들은 리치 미디어 광고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광고는 단순히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리치 미디어 광고를 이용하면 상당히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마케팅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고로 독자들의 e메일 주소를 수집하는 것이다. 리치 미디어 광고를 이용하면 방문객들은 굳이 광고주의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e메일 주소를 입력해 보낼 수 있다. 광고주는 여기서 '편리하게' 수집된 e메일 주소를 이용해 본격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펼칠 수 있고, 리치 미디어 광고는 여기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리치 미디어 광고로는 쿠폰도 제공할 수 있고, 간단한 쌍방향 게임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또한 브랜딩을 위한 스크린 세이버를 직접 다운로드 받게 할 수도 있다.

앞으로 광고주들은 광고의 영역을 벗어나 이렇게 방대한 마케팅 기능을 제공하는 리치 미디어에 대해 좀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할 게다.
그리고, 그 동안 누군가 클릭율과 온라인 광고의 효율성 사이에 명확한 논리적 관계를 증명할 수 있다면 나에게 말해 달라. 그런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공식 사과를 하고 클릭율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하나 더 쓸 것이다.

하지만, 그때를 기다리느라 너무 오래 기다리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니 주의 바란다.

Created 200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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