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는 고객 정보의 사각지대인가

기업 중에는 영업부와 마케팅 부서 사이의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곳이 있다. 대개 정치적인 이유 때문인데, 이는 FBI와 CIA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 FBI와 CIA는 정보를 기관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자들을 밀어내기 위한 도구로 여긴다. 사실 부서 간의 이런 경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활성화된 조직 내에서도 정보의 불평등한 배급은 항상 일어난다.

회사 사정이야 어떻든, 같은 조직 내에서의 정보 공유는 서로의 공존을 위해, 조직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영업부와 마케팅 부서 사이의 정보 공유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상당하다. 다만 많은 수의 기업들이 이런 이득을 취하지 않고 있을 뿐.


영업부와의 정보 단절, 그 사례

한때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려주던 고객 계정 수익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담당 영업사원은 그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알아 보았다. 그 결과, 경쟁사가 고의적으로 고객에 접근해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객은 영업사원에게 자신이 변심한 이유를 말했다. "당신들 제품은 너무 비싸."

회사측에선 당장 할인할 '대상'을 찾아야 했다. 고객의 과거 데이터를 뒤져 최근 구매가 가장 뜸해진 제품을 찾았다. 영업사원은 당연히 그 제품이 너무 비싸 고객이 불만을 가진 줄 알고 15%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위의 가정에서 영업사원은 아무런 죄없는 제품의 가격을 인하한 우를 범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작 고객 중 누구도 그 특정 제품 가격에 대해 불만이 없는데, 쓸데없이 가격을 대폭 인하해 회사의 수익률 저하만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 격이다.


영업 사원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된 적이 있는가

문제는 영업 사원들이 자사의 제품이나 경쟁사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마케팅 부서는 영업 사원들에게 제품과 경쟁사에 대한 정보를 나눠주고 으레 '다 알고 있겠지'라며 마음 푹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영업 사원들은 바쁘다. A4 용지에 빽빽이 들어 찬 글을 성실히 읽는 사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사내에서 정보를 전달하려면 정보를 배급하는 사람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 의사소통을 위한 창구를 완전 개방해 정보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고 정보 습득을 위한 도움을 직접 제공해야 한다. 영업 사원들에게 이렇게 적극 정보를 전달하고 난 뒤 나타나는 효과는 대단하다.

어느 회사의 영업부 트레이닝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내 주된 목표는 사원들에게 경쟁사와 경쟁사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들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너희 회사 제품인 X가 경쟁사 제품인 Y보다 나은 이유 3가지만 대라'는 것이었다.

거기 모인 영업사원 중 단 한명도 답하질 못했다. 놀라운 것은 모인 사람 모두 경쟁사와 경쟁사 제품에 대한 정보를 일 년 동안 받아오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두개의 서로 다른 제품이 도대체 뭐가 다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간 회사에서 나눠 준 제품 업데이트 정보를 전혀 읽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고객을 찾기 위해 정신이 팔려 있었을 뿐, 경쟁사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데는 거의 관심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이 날의 트레이닝은 성과가 있었다. 나는 영업 사원들에게 결핍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고, 영업 사원들은 그때서야 자사의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월등히 낫다는 것을 정말로 깨달을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영업 사원들이 자신들이 깨달은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는 방법을 익혔다는 점이었다.

얻은 것은 이 뿐이 아니었다. 영업 사원들은 마케팅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을 알았고, 데이터에 제대로 의존할 경우 자신들의 경쟁력이 커진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나는 영업사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객 관련 데이터를 보는 방법을 알려줬고, 특정 상황에 맞는 가장 '높은 가능성'의 고객 계정을 찾아 낼 수 있도록 교육시켰다.

이제 이 영업 사원들은 경쟁사에게 대항할, 그들로부터 잃었던 고객들을 빼앗아 올 가장 중요한 무기인 '정보'를 얻은 것이다.


정보는 쌍방향이다

정보는 오고 가는 쌍방향 교류가 필요하다. 영업부서에서 마케팅 부서가 '던져준'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영업부서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주고 받으며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 단순히 마케팅 부서가 영업부에게 정보를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부로부터 몰랐던 정보를 받아들임으로써 정보의 가치와 질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영업부와 대화 소통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하면 고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자사 제품/서비스에 대한 불만, 고객의 새로운 취향, 경쟁사 제품에 대한 인식까지.

지금 전화기를 들어 영업 사원들과 직접 통화하라. 고객 데이터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고객의 피드백은 어떤지, 경쟁사에 대한 정보는 습득을 했는지 대화를 통해 알아보도록.
영업사원은 고객과 대화를 위한 가장 좋은 창구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Created 2003년 0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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