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PDA 사업 전망

안녕하십니까? PDA 비즈니스 컨설턴트 최준혁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새해만 되면 항상 듣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는 PDA 시장이 좀 잘 될까요?”
어느 PDA 개발사의 사장님께서는 올해에는 아예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셨다고 합니다. PDA 시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예측 불허인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에피소드입니다.

올해의 PDA 시장은 특히 더 예측 불허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PDA라는 기기 자체가 세분화되면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PDA, PDA폰, 스마트폰, 커뮤니케이터 등 PDA와 연관이 있으면서도 개념적으로는 완전히 이질적인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이러한 기기들을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PDA 기기의 본질

우선 PDA라는 기기의 본질을 좀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개인정보 관리’라는 목적으로 탄생한 PDA지만, 기기의 성능이 계속 향상되고 사람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면서 어느 순간인가 ‘휴대형 다목적 정보단말기’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휴대형’이라는 점인데, 이는 휴대폰처럼 드레스셔츠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대신 핸드백이나 코트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는 사이즈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스타일러스 펜으로 무리 없이 조작할 수 있고, 또 한눈에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3.5인치(혹은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크기가 이 이하로 줄어드는 것은 곤란합니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PDA는 ‘개인정보관리’의 일환으로 이메일 브라우저를 갖추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온라인 상에서 직접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PDA를 본격적인 ‘네트워크 장비’로 인식되게끔 만들었고, 따라서 웹 브라우저나 인스턴트 메신저 기능이 추가되기에 이릅니다. 즉, PDA도 어떤 식으로든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한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무선 인터넷 접속 방법은 역시 CDMA 2000, 즉 IS-95C망을 통한 접속입니다. 한국도 휴대폰 문화가 상당히 일찍 싹튼 국가에 속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은 자연히 휴대폰을 무선 모뎀으로 활용하여 PDA와 결합시키자는 쪽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이동 통신사들의 인프라 구축 환경 상, 단순히 ‘데이터 통신’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결국 PDA용 무선 통신 모듈에도 음성통신 기능을 첨가하여 아예 그 자체를 한대의 ‘휴대폰’으로 만들어버리는 방식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기존의 PDA에 확장팩 방식 혹은 일체식으로 CDMA 2000 모듈을 결합시켜, 무선 데이터 통신은 물론 음성통화까지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PDA폰’입니다. 휴대폰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PDA들이 바로 이 분류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PDA폰의 단점은 크기

‘PDA폰’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크기입니다. 최근 개발된 몇몇 일체식 모델은 상당히 작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휴대폰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이상의 크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비교적 고성능을 자랑하는 포켓PC 계열의 PDA를 이용한 PDA폰은 아무리 애를 써도 기존의 PDA 크기에서 줄이기가 힘듭니다. 무선 인터넷 PDA로 사용할 때에는 그야말로 ‘펄펄’ 날지만, 휴대폰으로서는 사실상 이용하기가 곤란한 제품이 바로 ‘PDA폰’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회의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PDA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PDA 유저인가, 아니면 휴대폰 유저인가? 그저 조금 고성능의 휴대폰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표준형의 PDA를 사용하게 해야 하는가? PDA폰 자체는 어디까지 작아질 수 있으며, 또 휴대폰은 어디까지 고성능화 될 수 있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결론은 사실 이미 일찌감치 나 있었습니다. 이미 MS가 내놓기 시작한 ‘Smartphone 2002’라는 제품군이지요. 이것은 포켓PC OS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화면의 크기나 용량 등을 가능한 한 줄여서 휴대폰 사이즈의 단말기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PDA의 최대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도 제외되어 있어서 일반 휴대폰처럼 방향키와 숫자패드를 이용해 제어해야 합니다.

즉, PDA의 특징인 ‘PC와의 유기적 데이터 연계’, ‘자유로운 애플리케이션 설치’,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와의 호환성’ 등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만, 또한 일반 휴대폰 사이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휴대성 역시 보유한 전혀 새로운 종류의 단말기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기기를 ‘스마트폰’이라고 부릅니다.

◆스마트 폰 시장의 약진 눈여겨 봐야

국내에서도 지금 ‘스마트폰’의 개념을 지닌 제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인데다 나름대로 균형이 잘 맞춰져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이 제품의 경우는 표준형의 PDA용 OS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형화에 성공하여 일반 휴대폰 사이즈에 접근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분류합니다.

‘커뮤니케이터’나 ‘메시지패드’ 같은 개념도 따지고 보면 ‘스마트폰’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올해의 PDA 시장이, 상기한 세 종류 기기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일단은 전년도의 여세를 몰아 ‘PDA폰’이 어느 정도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교적 구하기 쉬운데다, 보조금 지원이라는 강력한 아군을 얻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더욱 높습니다. 또한 그 기반이 되는 PDA가 고성능의 포켓PC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PDA 그 자체를 얻기 위해서라도 구매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마트폰’은 중·후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발표될 전망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관련 벤처 기업들이 여러 종류의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스마트폰’의 정의에 맞게끔 휴대성을 극도로 강조한 모델도 있고, 오히려 ‘PDA폰’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도에서 벗어난 모델도 있습니다. 아무튼 선택은 사용자들이 직접 하는 것이고, 저 개인적으로는 ‘기능’보다는 ‘디자인’과 ‘휴대성’이 사용자들의 구매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더라도 그것이 현재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주요 이동 통신사들의 낙점을 받지 못하면 제대로 시장에 등장하기 못할 수도 있습니다. 비교적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한 OS를 채택한 ‘스마트폰’들이, 이동 통신사의 플랫폼 운영 정책이나 콘텐츠 서비스 정책 등과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DA에는 무선 랜이 희망

가장 불안한 것은 역시, ‘PDA’ 입니다. 통신기능이 배제된 ‘스탠드 얼론(Stand-alone) PDA’는 사실상 더 이상 판매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PC와 그렇지 않은 PC라고 놓고 보면 더욱 명확해 질 것입니다. 요즘 세상에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PC를 구입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일단은 ‘PDA폰’에 PDA가 포함되어 있으니 덩달아 판매가 일어나기는 하겠지만, 만약 ‘PDA폰’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으로 대체되고 나면 사실상 PDA라는 기계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별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고 말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유일한 대안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선랜’입니다. PDA는 기본적으로 PC에 필적하는 컴퓨팅 파워를 지닌 기계이기 때문에, 인터넷과 연결된다면 당연히 ‘협대역’보다는 ‘광대역’이 어울립니다. 대부분의 PDA에는 웹 브라우저가 설치되어 있고, 비록 화면은 작지만 통상적인 웹 페이지에 접속하여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단지 웹 페이지의 화면을 PDA의 화면 크기에 맞게 조정하기만 하면 되므로 특별히 플랫폼 변화에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서비스 업체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사용자들이 고정된 장소에서 서비스를 사용하며 지불하는 비용 이외에 추가적인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PDA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의 그것에 비해 비교적 복잡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 자체가 넓고,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정교한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서비스를 이용하노라면 무선 통신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터인데, ‘무선랜’ 서비스는 ‘정액제’이기 때문에 그 또한 별 걱정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PDA와 ‘무선랜’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성에 관해서는, 이 부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 ‘무선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 회사들인 관계로, 이 회사들의 사업의지가 얼마나 확고한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예측이지만, 어쩌면 PDA와 ‘무선랜’의 결합은 올해 ‘매우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과연 PDA가 ‘무선랜’을 동지 삼아, 유비퀴토스(ubiquitous) 세계의 중심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인터넷에 연결된 PDA를 손에 들고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그런 세상이 올까요? 언제나 그렇듯이 ‘예측 불허’ 입니다. 하지만 PDA 매니아로서, 그렇게 되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준혁 드림 arthur@pdawriter.net


출처 : http://www.itchosun.com/web/dirservice/content.html?res_id=25872&ITchosunSession=b66ad3b0363ccc3ab5b02ba4c3a5c1e3

의견 0 자료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