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 성과향상을 위한 포인트

CRM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적합성을 검토하여 과연 CRM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인지를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성공적인 CRM을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지난 몇년 동안 마케팅의 화두는 단연 고객 관계 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였다. 초기에는 금융업을 중심으로 전개된 CRM은 통신, 유통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몇몇 금융기관에서 시작된 CRM 투자가 여러 기업으로 확대되고, 투자에 대한 성과를 기대할만한 시점이 되면서, 초기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CRM의 성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CRM의 성과가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콜센터 솔루션과 같은 운영 CRM (Operational CRM)은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운영 CRM은 고객 관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가치 있는 고객을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한다는 CRM의 기본적인 사고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운영 CRM은 고객 관계 관리보다는 고객 관리 효율화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하다.


CRM 성과 부진의 원인

CRM 관련 업체나 프로젝트를 직접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CRM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CRM이 성과를 내더라도, 그 성과가 CRM에 투입되는 비용을 신제품 개발이나 영업망 확대, 점포 리뉴얼 등에 투입했을 때의 성과보다 낮다면 CRM에 대한 투자는 올바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CRM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일까?

그 이유는 3가지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자사의 업종 및 보유 고객의 특성이 CRM에 적합하지 않다.

둘째, 자사만의 차별화된 CRM 전략이 없다.

셋째, CRM 전략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전산 시스템이나 인력 등 운영 측면의 문제점이 있다.

CRM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합성, 전략, 운영 시스템이라는 3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운영 시스템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 자사에 CRM이 과연 적합한지, 그리고, 어떤 CRM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CRM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적합성을 검토하여 과연 CRM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인지를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성공적인 CRM을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CRM을 통한 개선 가능성 확인

먼저, 자사에 CRM이 적합한지를 평가해보기 위해 필요한 몇가지 요인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 산업의 특성 파악

산업의 특성은 다양한 차원에서 파악될 수 있다. 그러나 CRM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해당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가, 또 그 변화 속에서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 라는 점이다. 제품 혁신이 빠른 산업에서는 같은 자원을 CRM에 투입하는 것보다는 제품 개발에 투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생산하는 제품이 성숙기에 이르러 혁신이 어려운 제조업이나, 원천적으로 상품 혁신이 어려운 금융업 등에서는 고객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CRM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둘째, 구매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라는 점이다. 특정 상품의 구매에 관해 고객이 결정을 하는 형태인지, 아니면 공급업자가 실질적으로 결정을 하는 형태인지에 따라 CRM의 필요성은 달라질 수 있다. 공급업자가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시장이라면 CRM보다 PRM(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필요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자사가 속한 산업에서 고객의 구매 역학 관계(Dynamics)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 자사의 경쟁 원천 고려

CRM을 통해 자사의 성과가 높아질 것인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이 자사의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나 마찬가지다.

제조업의 경우, 확실한 제품 우위에 있다면 고객과의 관계를 특별히 좋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고객의 불만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정도의 노력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사의 강점이 A/S와 같은 고객 서비스에 있다면 CRM의 도입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또, 유통업의 예를 생각해보자. 근린 상가에 입점한 작은 수퍼마켓이나 편의점 같은 경우 고객이 찾아오는 주된 이유는 입지다. 가깝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대형마트의 경우 입지 뿐만 아니라, 판매 상품의 품질과 가격도 고객을 유인하는 요인이 된다.

수퍼마켓에서 마트에 대응하는 포인트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해서 대형 마트에 갈 사람이 동네 수퍼에 올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어차피 자기 점포에 올 고객에게 추가적으로 혜택을 주는 바람에 수익성만 나빠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고객이 자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자사의 어떤 측면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면밀히 파악한 후 CRM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고객의 특성 반영

같은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이라도 그 특성은 제각각이다. 브랜드 혹은 회사에 로열티를 갖고 경쟁 제품에 대한 별다른 탐색 없이 자사 제품을 구입한 고객도 있는 반면,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그 제품을 구입한 고객도 있다.

또, 같은 점포에 오는 고객이라도 단순히 가까운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오는 고객도 있고, 품질 때문에 오는 고객도 있다. 구입량은 적지만 우리 점포에만 오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다른 점포에 주로 가지만, 가끔씩 우리 점포에 와서 많은 돈을 쓰고 가는 고객도 있다.

또한, 고객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금전적인 보상을 선호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심리적인 보상을 선호하는 고객도 있다.

이처럼 고객은 각양각색이다. 다양한 고객을 똑같은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CRM 전략을 수립하기에 앞서 자사 고객을 세분화할 수 있는 데이터나 기법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 유사 CRM 활동 파악

최근에 신용카드의 사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많은 신용카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자사가 전개하려고 하는 CRM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이런저런 판촉과 고객 보상 프로그램에 길들여진 고객에게 얼마 안되는 혜택을 약속하는 새로운 보상 프로그램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자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시장에서 CRM과 혼동될 수 있는 판촉 활동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해보는 것은 자사가 본격적으로 CRM을 도입했을 때의 예상 효과를 추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CRM 전략 수립의 포인트

CRM을 통해 자사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확신 아래 CRM을 도입하기 결정했다면, 자사의 상황에 적합한 CRM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공격적 CRM vs. 방어적 CRM

먼저 자사의 CRM 활동을 타사보다 훨씬 더 뛰어난 수준으로 실행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회사가 CRM을 하니까 우리 회사도 방어적인 입장에서 최소한의 CRM을 실행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무조건 훌륭한 CRM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제품력이 강한 제조업체나, 서비스 품질과 이미지가 좋은 통신 업체, 입지가 뛰어난 유통 업체 등은 CRM이 별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고객에게 ‘우리도 CRM을 하고 있다’고 알릴 수 있는 정도의 형식적인 CRM을 실행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일 수도 있다.

● 획득적 CRM vs. 유지적 CRM

획득적 CRM은 신규 고객의 확보에 중점을 두는 것이며, 유지적 CRM은 기존 고객의 이탈 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공격적 CRM 및 방어적 CRM과 유사한 개념으로 간주될 수도 있으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공격적, 방어적 CRM의 구분은 강도에 의한 것이라면, 획득적 및 유지적 CRM은 목적에 의한 분류다.

일반적으로, 획득적 CRM에는 단기적, 금전적 보상이 바람직하며, 유지적 CRM에는 비금전적, 심리적 보상이 바람직하다.

초기 고객에 대해 훨씬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획득적 CRM을 전개하는 경우 기존 고객과의 마찰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 차별화, 차별화, 차별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화다. CRM도 마찬가지다. 남들과 똑같아서는 고객으로부터 환영받을 수 없다. 방어적 CRM의 경우는 경쟁사와 유사한 활동을 전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경우는 경쟁사에 비해 비용 효율성만 확보하면 된다.

그러나 공격적 CRM의 경우는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 파트너의 활용

회사가 아무리 고객 관리를 잘해보려고 해도 대리점과 같은 협력 업체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헛수고로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CRM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성공적인 CRM을 위해서는 인프라 차원에서라도 부분적인 PRM이 필요하다.

PRM(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란 대리점, 중간 유통업체 등 모든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CRM에 PRM 요소를 도입하면 고객의 주문 과정에 있어서 필요한 비용, 자원 등의 투입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 예컨대, 인터넷 쇼핑몰 업체가 주문 처리와 관련된 Tracking, 주문 이력, 사후 평가 등에 관한 내용을 택배 회사의 시스템과 연결시켜 놓으면 별도의 추가적 노력 없이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 기업이 고객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정보와 기술 등을 파트너가 고객에게 직접 제공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먼저 산업별로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선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업 등의 CRM에서는 전화나, 편지, e-mail 등이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수퍼마켓과 같이 습관적 구매 행태를 보이고, 마진도 박한 유통업에서는 전화나 편지와 같은 전통적인 수단은 적당하지 않다. 매장에서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더 중요하다. 예컨대, 구매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고객에게 즉석에서 뜻밖의 사은품을 준다든가 하는 식의 자연스러운 접점을 이용한 활동이 바람직한 경우가 많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조화롭게 사용해야 한다. e-메일의 확산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e-메일 커뮤니케이션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고객의 특성에 따라서, 또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에 따라서 전화나 방문의 방법으로 사람이 직접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미리 준비하고, 고객과 사안에 따라서 어떤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 온/오프 라인의 기준 통합

지금 대부분의 오프라인 업체들은 e-비즈니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의 통합된 CRM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프라인에서의 우량 고객이 온라인에서 천대받아서는 곤란하다.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이 분리 운영되더라도 채널의 브랜드가 같다면 최소한 고객 관리만이라도 동일한 기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은 일관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이 각각 다른 세분 고객을 목표로 하고 머천다이징도 상이하다면, 이때는 온라인 브랜드를 오프라인 브랜드와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혼란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실제 운영되는 상황을 보면, 같은 회사의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의 머천다이징이 다르고 가격도 다른 경우가 흔하다.

● 적절한 성과 지표의 선정

지금까지 CRM의 성과 관리는 대체로 도입 이후 수익이 어느 정도 증가하고, 비용이 감소되었다는 식의 재무적인 성과 측정 방식이 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고객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시각에서는 우량 고객의 유지율과 같은 비재무적인 지표가 보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성과 지표는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것보다 CRM을 실행하기 전에 미리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리적인 순서로는 CRM 전략에 따라서 적당한 성과 지표가 선정되고 이에 따라 전술적 CRM 활동들이 마련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CRM은 정보 시스템이 아니다. CRM은 고객과 기업이 만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이며, 나아가서 그 방법을 지배하는 생각의 틀이다. 따라서 모든 기업은 원칙적으로 CRM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CRM을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과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는 업종의 특성과 자사의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다.

가장 좋은 CRM은 자사에 적합한 CRM이다. 이 해답을 외부의 컨설팅 기관이나 벤더가 찾아줄 수 없다. 이 해답은 반드시 자사가 찾아야 한다.

김재문
주간경제 693호 200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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