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의 위험한 함정

별로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닐 테지만, 이젠 온라인 상의 무료 콘텐츠와 서비스는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유료화는 온라인 기업들이 살아 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섣불리 시도했다간 일을 크게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짜로 배포되던 콘텐츠를 어느 날 갑자기 돈을 받고 보여준다는 것은 독자들의 큰 반감을 사기 마련이고, 결과적으로 사업에 커다란 위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미 슬레이트(Slate)를 비롯한 다수의 사이들이 유료화의 ‘쓴맛’을 톡톡히 본바 있다.

최근 유료화를 선언한 인사이트닷컴(Inside.com)의 경우, 일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인사이드닷컴은 최근 독자들에게 7월 1일자부터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들이 유료화된다고 공식 선언했다. 따라서 7월 1일부터 인사이드닷컴의 독자들은 매달 일정량의 등록비를 내거나 기사를 읽을 때마다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인사이드닷컴은 자사의 유료화의 이유를 “작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이라 설명했다.

지금 경제 상황이 어려워서 유료화를 한다니. 앞으로 경제가 나아지면 다시 무료로 돌아선다는 뜻일까?

회사의 위기 어쩌고 해봐야…

인사이드닷컴은 간단히 말해 큰 실수를 저질렀다. 독자들은 지금 경제 상황이 어떤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무 관심이 없다. 인사이드닷컴은 ‘회사의 위기 어쩌고’ 하소연 해봐야 귀담아 듣는 독자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못했다.

그럼 이제 유료화의 일반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온라인 사이트들이 유료화된다면, 독자들은 사이트의 콘텐츠를 보기 위해 인쇄 잡지처럼 구독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잡지가 돈을 받으니까 같은 내용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당연히 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쇄 잡지들이 구독료를 받는 것은 잡지 인쇄에 드는 비용과 배달료 때문이다. 잡지의 구독료에는 기자들 임금이나 사무실 운영비가 포함돼 있지 않다. 잡지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비용은 대부분 광고료로 충당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법칙이 있다. 내가 대학 다닐 때 언론학과 교수가 가르쳐준 법칙인데, 바로 ‘역 균형(inverse square) 법칙’이란 것이다. 역 균형 법칙이란 더 적은 내용의 콘텐츠로도 더 전문화된 내용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엄청나게 많고 잡다한 콘텐츠에 수많은 광고를 실은 일간지의 경우 판매가가 50센트 내외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얇고 내용도 그리 많지 않은 잡지의 경우, 화려하고 빳빳한 컬러 종이에 전문적인 콘텐츠로 한 카피 당 4달러씩 받는 경우가 있다. 극단적인 경우, 어느 조그만 의학 전문 뉴스레터의 경우 한 카피 당 가격이 40달러에 이르는 것도 있다. (일년 구독료 395달러)

독자들에게 구독료를 받는 경우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전문 요리점에 관한 정보만 다루는 어느 잡지의 경우 무료로 배급이 되는데 불구하고 매우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잡지는 프랑스 요리를 좋아하는 특정 독자들로부터 대단히 높은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광고료도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프랑스 음식에 관한 잡지의 경우, 광고를 싣지 않는 대신 프랑스 식당 소유주들만을 대상으로 높은 가격의 구독료를 받고 판매하고 있다.

말하자면, 미디어 콘텐츠는 보다 전문화된 내용일수록 보다 적은 독자들이 보게 되고, 그러면서 그 가치와 가격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독자를 모르면 유료화도 없다

이렇게 콘텐츠로 돈을 벌기 위해선 먼저 그 콘텐츠를 이용하는 독자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는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모든 출판 업에 해당되는 불문율이다. 콘텐츠로 돈을 벌려면 먼저 다음의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1) 콘텐츠를 이용하는 독자들이 누구인가 2) 그 수가 얼마나 되는가 3)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인사이드닷컴의 실수는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인사이드닷컴은 반대로, 자신들이 현재 얼마를 지출하고 있으니까 독자들로부터 이 정도의 돈을 받아야 한다는 막무가내 식의 계산부터 했다. 그야말로 유료화의 정해진 수순을 거꾸로 밟고 올라간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독자층이 누구인가’라는 생각보단, ‘사이트에 얼마가 필요하니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기가 훨씬 쉽다. 이것이 바로 콘텐츠 유료화가 갖는 위험한 함정이다.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콘텐츠 생산자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회사의 문제는 그저 회사의 문제일 뿐이다. 회사의 대차 대조표, 한달 지출, 손실 규모를 아무리 떠들어 봐야 독자들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독자들은 오직 독자들 자신들에게만 관심이 있다.

유료화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먼저 독자가 ‘얼마나 있는지’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지’ ‘독자들이 광고주들에겐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지 않는다면 유료화의 성공 확률은 지극히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수익 모델이란 자고로 밖에서부터 안으로 들어가야지 안에서부터 밖으로 진행되어선 곤란하다. 수익 모델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과거나 지금이나 항상 회사가 아닌 소비자 쪽에 맞춰져야 한다.

인사이드닷컴은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제발 다른 사이트들이 이런 위험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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