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마케팅을 아십니까?

귀족마케팅의 의의

귀족마케팅은 고소득층, 사회계층(socio-economic status)중 상류층과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이들이 빈번히 많이 구입하는 제품류를 마케팅하는 것을 말한다. 빈번히 많이 구입한다는 것은 특정 제품류 중에서 이들 계층의 구매비중이 다른 계층보다 월등히 크다는 것으로, 소위 20:80 법칙 즉 20%의 제품 구매자가 전체 제품 소비량의 80%를 소비한다는 경험적인 볼륨 세그멘테이션(volume segmentation)법칙이 지켜지는 경우이다. 이때 마케터는 1명의 대량 구매자를 얻는 것이 16명의 소량 구매자를 얻는 것보다 이익이 되며, 이 경우 마케터는 대량 구매자들이 판매에 기여하는 수준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들 구매자가 고소득층이라는 의미에서 이들에 대한 마케팅 활동에 귀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볼륨 세그멘테이션이 가능한 제품에 대해 소득을 바탕으로 표적시장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귀족마케팅은 직업, 소득, 교육 정도에 기초한 사회계층에 따른 시장세분화 마케팅과 개념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사회계층상 최상층과 중상류층이 통상적인 고소득자라는 것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즉 사회의 계층구조를 구분할 때 최상층과 중상류층과의 구분인 세습된 부의 유무라는 변수를 무시하고 현재의 축적된 부나 소득이 시장세분화의 기준변수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귀족마케팅의 대상은 부를 세습한 최상층과 자수성가한 중상류층이 대부분이다.

경기변동에 영향받지 않는 귀족마케팅

소비자를 소득에 따라 세분화하여 마케팅활동을 전개하거나 소득을 시장세분화의 기본변수 중 하나로 보는 것은 일반적인 마케팅전략 중의 하나이다. 고소득층은 하나의 독립된 틈새시장으로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먼저 이들은 높은 가처분 소득으로 인해 각종 대형·고급 제품과 서비스의 주된 소비자이다. 고소득층이 빈번히 구매하는 제품으로는 금융서비스, 대형 아파트, 고급 승용차, 디자이너 의류, 향수와 희귀 보석류, 골프용품, 고급 문화상품, 대형 전자제품, 해외여행과 고급 휴양시설 등이다. 또한 고소득층의 소비패턴은 제품의 명성과 품질, 독특한 부대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소비패턴을 보여 제품의 실질 가치나 성능대비 가격이 상대적으로 중시되는 다른 소득계층의 소비행태와 차이가 난다.
고소득층이 마케터에게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이들 시장에서의 소비행태가 다른 소득계층의 모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상류층의 소비행태는 중상류층에 의해 모방되며, 중상류층은 다시 중류층에 의해 모방된다.
또 다른 매력은 지난 IMF 외환위기시에 나타난 것처럼 고소득층의 소비규모는 경기변화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활동은 경제상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고소득층 타겟제품들은 대부분 가격대비 마진율이 높다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이다. 미국의 포드 자동차사는 3만6천달러에서 4만5천달러 정도의 고급 승용차 라인을 판매하는데 이들 승용차 한대당 1만2천~1만5천달러의 마진을 남기며 지난해 미국내에서 30만대를 판매, 37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 수익은 작년 포드 자동차가 전세계에서 얻은 전체 수익의 1/3을 차지하는 것이다.

고소득층 시장의 규모와 특성

특정 시장이 바람직한 표적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규모의 적정성, 접근가능성, 측정가능성, 차별적인 마케팅반응이라는 세분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고소득층 시장은 이러한 조건을 대부분 충족시킨다.
미국의 경우 Mendelsohn Media Research 등에 의해 고소득층의 규모와 여러 제품구매 특성이 조사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고소득층에 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자료는 드물며, 몇 가지 간접적인 자료로서 그들의 규모를 추정해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3월 집계에 따르면 5억원 이상 개인 고객들의 계좌수는 1만8천4백여개이며, 계좌당 평균 금액은 13억9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또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97년 4천만원 이상 금융소득을 올린 종합과세 대상자는 4만4천3백여명이었으며, 98년에는 20%를 넘는 고금리로 인해 약 10만명 정도가 대상자로 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1천3백만가구로 볼 때 대략 0.8% 정도로 추정된다. 마케터들은 이들 최고소득층의 범주를 보다 넓게 파악하여 소득 상위 5~10%층을 귀족마케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사회계층을 5개로 분할하는 경우 최상층(upper class)은 전인구의 1.5%, 중상층(upper middle class)은 12.5%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고소득층은 매체노출에 있어서도 다른 소득층과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공중파TV를 적게 보는 반면 상대적으로 케이블TV 시청 비율이 높으며, 특정 잡지 구독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고소득층은 Avenue, Southern Accent, Robb Report나 Town & Country와 같은 잡지를 많이 보며, 우리나라의 경우 오뜨, 노블레스나 네이버 같은 잡지가 고소득층 전문잡지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고소득층은 또한 주거지역이나 주거형태와 규모가 갖는 특징에 따라 대부분 쉽게 파악될 수 있다.

금융서비스와 주거시설에서 나타나는 귀족마케팅의 사례

귀족마케팅의 사례로는 금융서비스, 주거시설, 승용차, 문화상품, 전자제품 등 많은 사례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은행이나 신용카드와 같은 금융서비스와 대형 아파트나 빌라 등의 주거시설이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은 프라이빗 뱅킹 센터, VIP클럽과 같은 고급스런 분위기의 고액예금자 전용매장을 두고 있다. 이들 매장에서는 일반 은행매장 거래의 번거로움 없이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고급스럽게 모든 은행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종합예금관리, 세무와 법률상담, 재테크 강연 등의 부대 서비스가 제공되며, 일부 은행에서는 골프 클리닉과 같은 은행업무와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은행의 서비스도 고액 예금자 한명이 일반 예금자 수십명,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명보다 은행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신용카드업계는 전체 고객의 약 1%이내의 고객들에게 서비스 이용한도 월 4백~5백만원, 신용구매한도 월 수천만원대의 플래티넘카드를 발급한다. 발급대상자는 연체가 없는 고액사용자이며, 그 희소성이 높은 만큼 외국 공항의 전용라운지 이용, 유명호텔 할인, 각종 편의서비스와 프리미엄 여행 상해보험 등과 같은 부대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고소득층의 가장 두드러진 소비행태 중의 하나가 주거시설이다. 고소득층의 이와 같은 특징을 파악한 건설업체들이 최근 뉴욕 맨하턴의 고급아파트를 본 뜬 초호화 아파트들을 고소득층 대상으로 짓고 있다.이들 아파트들은 90평에서 125평 규모로 평당 천만원 이상에 분양되고 있으며, 20억원이 넘는 가격에 분양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들 아파트들은 초고급 인테리어로 장식될 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변환경과 부대시설도 고급호텔 수준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들 아파트들은 대단위인 경우를 제외하면 적극적인 마케팅노력 없이 구전으로 분양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급 승용차 시장도 귀족 마케팅이 빈번히 쓰이는 곳이다. 현대자동차의 최고급 세단 에쿠스의 경우 고소득 전문가집단 3만명 가량을 표적고객으로 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VIP클럽을 운영하며, 이들에게 고급문화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에쿠스 구매자에게는 3년 6만km의 무보수 정비프로그램, 정비 주치의 등을 제공하며, 정비후 세차까지 한 후 승용차를 고객에게 인도하는 등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고품질의 서비스는 정비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수입 고급승용차들과의 차별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보다 고급스러움과 세심함을 나타내 보이기 위한 것이다. 대우자동차에서도 체어맨과 아카디아 고객들을 위한 고급생활정보 클럽인 체어맨 클럽을 열고, 회원들에게 골프, 여행, 패션,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나 갤러리아와 같이 고소득층 고객을 많이 확보한 고급 백화점에서는 최고급 수입의류, 디자이너 브랜드, 모피 등으로 꾸며진 명품관을 고액 구매자를 대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명품관은 백화점의 상대적인 품격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수입 브랜드와 겨룰 품질 경쟁력 갖추어야

우리는 고소득자에게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풍족함과 여유로움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분명치 않는 반감을 갖고 이들을 과소비의 원흉으로 사회적으로 질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유때문인지 모르지만 우리 기업들은 고소득층이 수입제품만을 찾도록 방치해왔다.
우리 마케터들이 이들 고소득자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활동에 관심을 갖는 것도 최근의 일이다. 현대자동차의 에쿠스, LG전자의 쁘레오와 디오스, 삼성전자의 지펠과 같은 고소득층을 타겟으로 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시장에서 수입제품과 경쟁,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분명 고소득층은 많은 장점을 가진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시장이며, 마케터들은 이러한 고부가가치 시장의 기회를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까지 국내 제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어정쩡한 품질과 디자인 등은 우리 기업들이 국내와 국외의 고소득 소비자층을 타겟으로 삼는 과정에서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신정신,『귀족마케팅』, 광고정보, 199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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