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인공지능이 글을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글을 쓰겠다 받아놓고 쓰기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그만큼의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늦어지는 원고 기고에 완성되지 않은 글을 내놓는 것도 부담이었죠.
어느 순간부터 인공지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언론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다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의미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글에 공을 들이면 상황이 변하고 썼던 내용과 핵심이 지속적으로 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는데요. 그만큼 이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두 달의 짧은 시간 동안 아마존 알렉사(Amazon Alexa),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네이버 클로바(Clova), IBM 왓슨(Watson), SK 에이브릴(Aibril) 등 다양한 플랫폼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과 IoT 기반의 램프도 제작했고, 메이커톤에 참가하여 대화형 선풍기도 제작했습니다. 왓슨(Watson)과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플랫폼 기반의 대화형 챗봇 프로그래밍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몇 달간 접했던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제가 경험했던 많은 기술과 상당히 다른 점들이 있었습니다. 기술적인 난이도를 제하더라도, 인공지능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가에서부터 이 내용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 것인가까지 다양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짧은 두 달의 시간에도, 피상적으로 알던 인공지능에 대한 관점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용도와 기능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디자이너로서 제가 직접 경험한 대화형 인공지능을 처음 만나 활용하게 된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어진 생각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음성인식의 문제는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이 될지 안 될지 알 수가 없죠. 또 특정 기능을 입력했는데 작동이 안 될 경우, 그 기능 자체가 사용할 수 없는 것인지, 음성 입력의 오류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눈으로 빠르게 현재 상태를 인지하고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같은 수준의 사용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음성 인터페이스는 소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각적 인터페이스보다 복합적인 기능구현이나 피드백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에 맞는 새로운 용도와 사용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인공지능 서비스가 영화 그녀(Her. 2013)에서 보았던 것처럼, 모든 것을 사람처럼 해결할 수 있는 존재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있으며,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개발 툴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올해 2월에 10,000개의 스킬이 등록되었고 지난 7월 15,000개가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공지능 스피커의 스킬도 스마트폰 앱스토어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1
l 아마존 알렉사의 사용가능한 스킬
(출처: https://www.amazon.com/gp/browse.html?node=13727921011)
l IoT 램프
l IFTTT 메뉴와 설정창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지금까지 몇 년째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주소록에 새로 등록된 전화번호를 구글 드라이브로 저장한다거나, 핏빗(피트니스 밴드)의 운동 데이터를 구글 문서로 자동으로 저장해 주는 기능을 설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와 하드웨어를 복합적으로 연결하여 다양한 자동화 기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제작 이후 알렉사와 램프의 연결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위의 그림과 같은 설정 창에 입력할 음성명령을 입력하고 연결된 디바이스의 기능을 연결해주면 인공지능 스피커가 램프를 켜고 끄는 조작을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조작하는 램프는 제작이나 설정이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집에서 사용해 보니, 아이들과 부모님께서 여러 가지 사용상의 문제를 지적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의 영어 발음을 알렉사는 알아듣지 못했고, 결국 램프의 LED는 음성 지시가 아니라 전원코드를 빼서 꺼지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IFTTT를 통해 여러 가지 서비스들과 결합을 하고 있으며, 사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동시에 여러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코딩 없이도 여러 가지 기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실생활에서 잘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등장하는 플랫폼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게 학습할 방법은 기술을 직접 구현해 보는 것입니다.
l 인공지능 선풍기 제작과정
l 학생 프로젝트 (김진경, 김재웅)
(좌) 왓슨 컨버세이션 다이얼로그 설정창, (우) 왓슨 컨버세이션 다이얼로그 테스트 창
여전히 언론이나 기사자료들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떻게 학습시켜야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여전히 여러 가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그 데이터를 변형하고 어떻게 학습을 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찾아가는 중입니다. 또, 인공지능의 대화형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비주얼 부분만이 아니라 대화 자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제 인공지능은 사람의 뉘앙스에 대한 인식도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에 위협이 되는 무서운 존재를 만들 수도 있고,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 디자이너로서 교육자로서 인공지능과 함께할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졌습니다.
아직 정확하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일을 좌충우돌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인공지능 플랫폼의 기술을 일단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처음 접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배우는 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 | 박진현 교수 | 계원예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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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techcrunch.com/2017/07/03/amazons-alexa-passes-15000-skills-up-from-10000-in-february/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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