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노동의 미래, 근력증강 로봇

미국 미시건주 웨인 카운티(Wayne County)에 위치한 포드자동차의 조립 생산라인에는 3,500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폴 콜린스(Paul Collins)’씨는 작년 5월부터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에 위치한 외골격 로봇 업체 ‘엑소 바이오닉스(Exo Bionics)’의 근력증강 로봇 ‘엑소베스트(Exovest)’를 착용하고 ‘하이라인(High Line)’에서 작업을 합니다. 하이라인에는 차체가 근로자의 머리 위에 놓여 있고, 근로자들은 차체 아래에서 무거운 도구를 들고 작업을 합니다.


 근로자들을 위한 ‘근력증강 로봇'


근로자들은 하루 평균 4,600회, 1년에 수백만 회에 달하는 팔 동작을 해야 합니다. 장시간 이런 노동을 하다 보면 피로가 누적돼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잠깐 방심하면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폴 콜린스가 착용한 엑소베스트는 최대 15파운드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육체적인 피로가 덜하고 사고 위험도 적습니다. 포드자동차는 향후 성과가 입증되면 미국 공장은 물론이고 유럽과 남미 지역 공장까지 엑소베스트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l 포드자동차 하이라인에 투입된 근로자가 엑소베스트를 착용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https://media.ford.com/)


근력증강 로봇은 생산라인 근로자들만을 위한 제품은 아닙니다. 미국 가정용 건자재 용품 유통업체인 ‘로우스(Lowe's)’의 이노베이션 연구소는 작년 5월 버지니아공대와 제휴해 매장 직원들이 무거운 물건을 손쉽게 옮길 수 있는 근력증강 로봇 시제품을 개발해 실증실험에 들어갔습니다.


로우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진열대에 물건을 배치하기 위해 허리를 구부려 물건을 들고 옮기는 일을 오랫동안 수행해야 하는데,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면 허리를 다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력증강 로봇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l 로우스가 개발한 근력증강 로봇 (출처: http://www.lowesinnovationlabs.com)


미 NASA(항공우주국)와 GM은 지난 2012년 우주인용 근력 지원 장갑인 ‘로보글로브(RoboGlove)'를 개발했습니다. 이 장갑은 사람의 근육을 모사해 인공 힘줄과 엑추에이터를 갖추고 있습니다. 원래 로보글로브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무거운 장비를 들고 작업해야 하는 우주인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NASA와 GM은 지난 2016년 스웨덴 의료기기 업체인 ‘바이오서보 테크놀로지스(Bioservo Technologies)’에 라이선스를 제공했습니다.


바이오서보 테크놀로지스는 로보글로브를 산업 현장에 맞게 개선해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재활의료 기기로도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GM도 자사 공장에 이 제품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일수록 근력증강 로봇의 도입 필요성은 높습니다. 일찍이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이 근력증강 로봇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파나소닉, 사이버다인, 어토운 등 일본의 기업들은 근력증강 로봇의 개발 및 보급에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파나소닉은 사내 벤처기업인 ‘액티브링크’를 중심으로 근력증강 로봇 개발이 활발하며, 사이버다인은 재활로봇용으로 개발된 근력증강 로봇을 산업용으로 적극 개발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로봇 전문 기업 어토운(Atoun)은 ‘코마(Koma)’라는 특이한 형태의 근력증강 로봇을 개발했는데 근로자가 하체에 착용하면 무거운 물건을 싣고 이동하는 게 가능합니다. 카메라와 인공지능을 탑재 장애물을 감지하고 회피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의 생산현장 또는 물류 현장에선 근력증강 로봇의 도입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미토모화학은 원료 의약품을 제조하는 기후현 생산 공장에 파나소닉의 근력증강 로봇 ‘어시스트 슈트(Assist Suit)’를 도입했으며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는 2016년 11월 사이버다인의 근력증강 로봇인 ‘할(HAL)’을 나리타공항에 도입해 실증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전일본공수는 HAL을 항공 수화물 운반 등 업무에 적용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델타항공 역시 미국 로봇업체인 ‘사코스 로보틱스(Sarcos Robotics)’의 근력증강 로봇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본 주택 건설업체인 다이와하우스공업은 올해 4월부터 전국 9개 생산공장에 사이버다인의 할 로봇 30대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근력증강 로봇의 도입 필요성이 높은 곳 가운데 하나로 군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지난 1960년대부터  병사들이 착용할 수 있는 근력증강 로봇 기술 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병사들은 전쟁터에서 완전 군장을 하고 행군을 하거나 군수 물자를 옮기는 일을 많이 하는데 병력 이동과 물자 수송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선 근력증강 로봇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소프트 슈트 개발에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하버드대 '비스 연구소'와 공동으로 ‘워리어 웹 프로그램(Warrior Web Program)’을 추진 중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총 15종의 근력증강 로봇 시제품을 개발하고 육군 개발연구소와 함께 메릴랜드주 에버딘 실증시설에서 테스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실증 실험은 병사들이 완전 군장을 한 상태에서 도로와 숲길 등 총 3마일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면서 병사들의 발걸음, 속도, 근육 활동,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연구팀은 ‘신진대사 비용(에너지 소비, Metabolic Cost)’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둬 근력증강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근력증강 로봇 ‘K-SRD(FORTIS Knee-Stress Relief Device)’는 병사들이 무거운 군장을 매고 장거리 행군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장시간 작업을 할 경우 착용하면 체력적인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습니다. 병사들은 185파운드(약 84kg)의 물건을 껴안은 상태에서 평균 50회 이상의 몸을 굽혔다 펴는 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l 록히드 마틴의 K-SRD. (출처: https://news.lockheedmartin.com/)


근력증강 로봇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로봇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로봇 스타트업인 ‘슈트X(SuitX)’는 모듈러 방식 근력증강 로봇 ‘맥스(MAX: Modular Agile eXoskeleton)’를 개발했습니다. 이 로봇은 등, 어깨, 다리에 착용하는 3가지 외골격 로봇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전체 제품을 구입하거나 일부 모듈만 구입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l 사코스 로보틱스의 ‘가디언 GT’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mJwGaR7kYKQ)


사코스 로보틱스가 개발한 ‘가디언 GT(Guardian GT)’는 인간 조종자가 고글을 쓰고 원격 제어할 수 있습니다. 회사 측은 공상과학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탑승형 로봇 ‘파워 로더(Power Loader)’가 현실화됐다고 소개합니다.


이 로봇은 2.13m 길이의 강력한 로봇 팔을 갖고 있으며, 227kg의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인간 조종자가 조작하는 대로 로봇 팔을 능숙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이나 대규모 플랜트 건설 등 험한 작업이 많은 곳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재활의료용 ‘근력증강 로봇'


근력증강 로봇은 재활의료용으로도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아동용 제품도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로봇 스타트업인 ‘트렉소 로보틱스(Trexo Robotics)’는 장애 아동용 외골격 로봇과 휠체어 타입 이동 로봇을 개발했고, 노던 애리조나대(NAU) ‘자크 러너’ 교수는 뇌성마비 아동을 위한 보행 지원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일본 사이버다인도 최근 아동용과 키 작은 성인을 위한 로봇 슈트를 내놓는다고 발표했습니다.


l 트렉소 로보틱스의 휠체어 타입 외골격 로봇 (출처: http://trexorobotics.com/)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로봇 스타트업인 ‘롬 로보틱스(Roam Robotics)’는 값비싼 전기 모터가 아니라 공기압 엑추에이터를 채택한 스키어용 근력증강 로봇을 개발, 내년 초부터 2,500달러 선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로봇은 스키어들이 착용하면 장시간 운동을 하더라도 다리 근육의 피로도가 적습니다. 통합 센서를 통해 스키어의 동작과 의도를 감지해 강력한 파워를 발휘합니다. 스키 선수뿐 아니라 근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착용하면 젊은 사람 못지않게 스키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l 스키어를 위한 근력증강 로봇 (출처: http://www.roamrobotics.com)


근력증강 로봇은 인터페이스 차원에서도 기술적인 진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바이오닉 레보라토리즈(Bionik Laboratories)’는 근력증강 로봇에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비서인 ‘알렉사’를 결합했습니다. ‘ARKE’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신체가 부자연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개발됐는데, 사람이 음성으로 명령을 하면 명령대로 작동을 합니다.


최근 MIT 김상배 교수팀이 4족 보행 로봇 치타 3에 알렉사를 탑재해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근력증강 로봇이 사람의 음성을 이해할 수 있다면 더욱 편리하게 로봇을 작동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뇌파로 로봇을 작동하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근력증강 로봇에 결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근력증강 로봇은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 인류는 힘든 노동의 고통에서 벗어나 보다 생산적인 일에 몰두할 것입니다.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들이 근력증강 로봇을 앞다퉈 도입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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