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당신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연인 사이는 아니라 해도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가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반대로 지인에 대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라고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되죠. 그런데 가깝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정의하는 경우가 생기죠. 이를 우리는 ‘평판’이라고 합니다.
사는 동안 소속된 공동체에서 평판은 끊임없이 만들어집니다. 학교에서, 동네에서, 동창회에서, 모임에서…. 자신은 본질적으로 하나인데, 또 다른 내가 끊임없이 평판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죠.
직장에서는 어떨까요? 아마도 이런 평판의 힘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곳이 직장일 것입니다. 직장 생활에서도 자주 접하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팀 동료는 같이 일하거나 매일 함께 점심을 먹죠. 일이 많을 때는 함께 야근하기도 합니다. 가끔이지만 회식도 서로를 알아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죠.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미우나 고우나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팀 단위 조직을 벗어나면 나와는 같거나 다른 자신에 대한 평판이 만들어집니다. 조직 내에서 잘 모르는 이들이 ‘당신은 어떤 사람이다’라고 정의하는 것이죠. ‘김 차장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없어’에서 ‘홍 차장은 매우 까칠한 사람이야’와 같이 자신의 의도나 노력에는 무관한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이것을 토대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사람에 대한 인식 상태를 ‘평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판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런저런 부차적인 내용을 다 빼고 ‘저 사람 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평판이 만들어질 땐 참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날 법합니다.
팀원을 뽑을 때나 프로젝트 멤버를 구성할 때도 조직 리더는 후보자의 평판을 기준으로 뽑게 됩니다. 승진 대상자를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죠. 심지어 경력직 채용 시에도 알음알음 지인을 통해 이전 직장에서 지원자의 평판이 어땠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듯 평판은 직장 생활에서 무시하지 못할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다 보니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판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제가 본 능력 있는 다수의 인재는 실제 평판을 잘 관리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평판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기보다 능력과 업무 태도로 인해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죠.
그런데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평판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상사의 도움은 둘째 치고 함께 일하는 동료의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후배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죠. 결과적으로 조직 내에서 버티기가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능력이나 선호에 맞지 않는 일을 맡게 되고, 이것은 성과로 이어지기 힘들고 성과 평가가 낮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조직 생활을 통해, 일을 통해 내 능력과 실력을 평가받고 스스로 돌아보는 것처럼 평판 또한 스스로 고찰해야 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조직이 평가하는 ‘자신의 모습’이 다르고 그 간극이 크면 클수록 조직에서의 생명력은 단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간극을 좁혀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평판을 들을 기회는 많습니다. 어쩌면 제일 쉽게 말해주는 상대는 바로 직장 상사겠죠. 수없이 많은 직원을 접하면서 비교도 하고, 이해도 해보려는 직장 상사는 어쩌면 여러분의 평판을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존재일 것입니다. 기분 나쁘겠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가까운 평판을 말해줄 수 있기에 기꺼이 듣는 게 좋습니다. 물론 그것을 수용하느냐는 각자의 몫이겠죠. 만약 상사가 가진 자신에 대한 평판이 틀린 것이라면 틀렸다는 것을 보란 듯 입증하시면 됩니다.
직무 영역에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는 것도 좋습니다. 필자에게 자연스럽게 형성된 평판 중의 하나가 아이디어가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 다른 동료보다 아이디어를 많이 낸 것은 아니고 제 나름대로 독특한 아이디어 노트 메모 습관이 평판 형성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평소 생각난 아이디어 1,000개를 목표로 적어두다 보니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이나 표현을 많이 할 수밖에 없고, 회의 때 평소 적어둔 아이디어를 활용했던 것이죠. 당연히 동료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밖에 없고 그것은 조직 내에서 ‘아이디어 = 강석태’라는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평판은 주변 동료와 조직과의 상호 피드백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피드백이 원활해야 자신이 현재 평판 상태를 직시할 수 있고 원하는 이미지로 이동시킬 수 있죠. 어쩌면 내면 깊숙한 아픔이나 자존감을 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성장을 위해, 조직 내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평판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어쩌면 당신도 누군가에 대한 평판을 쉽게 말하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초보, 예비 직장인을 위한 직장 생활 백서' 연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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