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증강현실 도입하는 미디어,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미래

지난해, 애플과 구글은 각각 AR 킷(AR Kit)과AR 코어(AR Core)라는 모바일 증강현실(AR) 플랫폼을 출시했습니다. 이전에도 AR을 적용한 앱은 존재했지만,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플랫폼의 등장으로 훨씬 다양한 아이디어가 AR 모바일 앱으로 출시되고 있죠.


이런 추세는 저널리즘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뉴스 전달에 AR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자사 공식 iOS 앱에 AR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아직은 실험적인 기능이지만, AR이 저널리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체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뉴욕타임스는 AR 기능을 통해 피겨 스케이팅, 스피드 스케이팅, 스노보드, 아이스하키, 아이스 댄싱 등 동계 스포츠 종목에 초점을 두어 개발한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사용자는 3명의 미국 선수와 1명의 오스트리아 선수를 AR로 불러올 수 있으며, 각 종목의 동작에 대한 3D 분석과 경기를 관전할 때에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 유익한 세부 사항을 표시합니다.


뉴욕타임스 앱으로 동계 스포츠 축제 소식을 보는 사람들은 AR을 통해 경기에 대한 새로운 몰입감과 평소에는 관심이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인지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l AR 코어(출처: https://youtu.be/ttdPqly4OF8)


이러한 형태를 '디지털 스토리텔링(Digital Storytelling)'의 한 분야, 세부적으로는 '몰입형 스토리텔링(Immersive Storytelling)'이라고 말합니다.


몰입형 스토리텔링은 AR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몰입형 스토리텔링 안에 AR 저널리즘이 포함된 것이고, 가상현실(VR)이나 혼합현실(MR)도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단지 AR 킷과 AR 코어의 등장으로 모바일 앱에서 AR 저널리즘을 통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시도하기 수월해졌다는 거죠.


뉴욕타임스는 AR에 앞서 VR을 이용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바 있는데, 분명 몰입하는 데에 도움은 되었으나 VR 헤드셋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2015년에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종이 VR 헤드셋인 카드보드를 무료로 배포하고, 별도 VR 앱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AR은 별도 헤드셋이 요구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앱을 개발할 필요도 없었죠.


뉴욕타임스의 몰입형 플랫폼 스토리텔링 책임자인 그레이엄 로버츠(Graham Roberts)는 AR 지원에 대해 접근 방식의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첫 번째는 '별도 내려받는 과정이 없는 뉴욕타임스 앱에서 AR을 찾는 것'입니다. AR이나 VR 등 몰입형 스토리텔링은 스토리텔링의 과정이지 주류 뉴스가 될 수는 없습니다. 속보성이나 심층 뉴스는 글로 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니까요. 고로 주류 뉴스가 아닌 것을 경험하기 위해 구독자들이 별도 앱을 설치하게끔 유도해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그나마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자 기반 언론이기에 카드보드를 배포하는 것으로 실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R 킷을 이용하여 스마트폰과 기존에 사용하던 앱 그대로 몰입형 스토리텔링에 접근할 수 있게 했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건 '다른 멀티미디어처럼 이야기 안에서 AR 경험을 통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로버츠는 말했습니다. 무작정 요소들을 AR로 구현한다고 해서 스토리텔링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전달하려는 콘텐츠를 분류하고, 분류한 것에서 AR을 지원했을 때 효과적일 수 있는 부분을 추리는 작업이 필요한 거죠.


뉴욕타임스는 VR 저널리즘에서도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 등을 보여주는 것,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장소의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그러고는 어떤 계층이 VR 저널리즘을 소비하는지, 평가는 어떠한지, 분석 도구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이런 과정이 AR 저널리즘에도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위의 두 가지 조건이 만족할 때, 몰입형 스토리텔링, 나아가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가치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로버츠는 이러한 접근 방식의 통합을 강조한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iOS뿐만 아니라 AR 코어를 활용하여 안드로이드 앱에도 곧 AR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가 AR 지원을 발표한 뒤에 BBC도 AR 앱을 공개했습니다. BBC가 출시한 AR 앱은 BBC 2의 미술 다큐멘터리인 문명 시리즈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런던의 BBC 내부 연구 개발팀에 의해 개발되었는데요. iOS와 안드로이드를 모두 지원합니다.


앞서 뉴욕타임스가 AR 저널리즘의 장점으로 접근 방식을 통합하는 것, 특히 별도 앱을 개발하지 않는 점을 꼽았기에 따로 앱을 만든 BBC의 AR 앱에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이 기반이므로 뉴스 앱 꾸준히 사용하는 구독자가 풍족하지만,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기 시리즈의 요소를 별도 앱으로 구현하여 상호작용을 통해 접근성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해당 AR 앱은 일종의 박물관 전시 앱입니다. 이용자는 토키 박물관의 이집트 미라나 웨일즈 국립 박물관의 로댕의 키스 등 영국 전역 30개 박물관의 유물을 실제 크기의 AR로 경험할 수 있죠. 하지만, 박물관의 유물을 AR로 구현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것으로 정보를 얻게 하고, 앱을 통해 유물의 지리적 탐색이나 내부 스캔, 오디오 클립을 통한 해설까지 이어집니다.


시청자들이 다큐멘터리에 나온 유물에 대한 궁금증을 TV가 아닌 스마트폰의 AR로 살필 수 있도록 하여 별도 앱으로 유도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면 유물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에 대한 AR 접근을 늘릴 수 있습니다.


BBC는 AR 킷과 AR 코어가 제공하는 고급 기능이 AR 앱 개발이 큰 도움이 되었다면서 잠재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명 앱은 BBC의 AR에 대한 첫 번째 실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나 BBC 외에도 AP통신, NBC, 월스트리트저널(WSJ), ABC 뉴스 등 여러 방송사와 언론사가 AR 제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AR 저널리즘뿐만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로 이뤄지는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을 의미합니다. 마케팅이나 광고, 각종 미디어 콘텐츠도 디지털 스토리텔링 영역에 포함되죠.


그런데도 방송사나 언론사가 AR 저널리즘으로 유독 빠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정보의 수집과 전달이 곧 사업이고, 정보의 특징에 따라 AR을 적용하기 적합한 것들을 빠르게 분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텔링이 가장 요구되는 분야라는 게 이유인 겁니다.



AP통신의 전략 관리자인 프란세스코 마르코니(Francesco Marconi)와 신흥 미디어 펠로인 테일러 나카가와(Taylor Nakagawa)는 작년 9월에 '역동적인 스토리텔링의 시대: 언론인들이 몰입형 3차원 콘텐츠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The age of dynamic storytelling: a guide for journalists to immersive 3D content)'를 발표했습니다.


가이드에는 AR과 VR 등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대중의 의견에 영향을 끼치고, 알리는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르코니는 '몰입형 스토리텔링이 저널리즘의 미래'라면서 몰입형 스토리텔링은 수동적인 뉴스 소비가 아닌 미디어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서 가치가 있으므로 새로운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대해 언론인들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가이드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렇기에 AR 저널리즘으로 나타난 새로운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이제 시작입니다. 언론들의 실험이 디지털 스토리텔링에서 성과를 낸다면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요구하는 다른 분야에서도 AR 도입과 스토리텔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글 | 맥갤러리 |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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