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컴패노이드 랩스(Companoid Labs) 디렉터 장진규 박사입니다. LG CNS 블로그를 통해
[ 연재 기획: HCI와 AI의 미래를 논하다 ]
- 제 1편: 컴퓨터와 삶을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자.
- 제 2편: 도구, 매개, 동반자로써의 컴퓨터.
- 제 3편 예고: 동반자 경험 기술을 위한 AI와 Data Science 관점의 HCI.
지난 연재글 ‘1편: 컴퓨터와 삶을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연이 아닌 필연적 이유로 인간은 컴퓨터와 공존하기 위한 경험의 과정을 거쳐왔다. 공존을 위한 매개의 측면에서 사용자는 컴퓨터를 통한 대화를 시작했고, 그 대화가 보다 인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인터랙션 설계들이 사용자로 하여금 컴퓨터를 일상으로 끌어당겼다.
이렇듯, 일상으로 들어오는 컴퓨터를 우리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이나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 등 다소 포괄적이고 마케팅적인 개념으로만 이해할 뿐이다. 필자는 구체적으로 컴퓨터와의 공존을 위한 HCI 기술의 구현을 위해 스스로 항상 던지는 몇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l 망치는 도구이다. 컴퓨터도 도구이다.
그렇다면 이 둘이 갖는 속성과 본질은 도구로 정의되기에 정말 같을까?
l 인류의 진화와 시대를 구분 지을 수 있는 포즈.
두 발로 선 인류의 진화는 도구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 시켰다.
그런데 필자는 도구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통해, 역설적으로 최근의 컴퓨터가 동반자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했다. 생각해보자. 그 간의 도구들 역시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없어서는 안될 것들로 자리매김 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손톱깎이, 빗, 망치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한 가지 일(task)을 수행하는데 최적화된 형태의 도구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현재 ‘도구’로 가장 많이 쓰이는 스마트폰은 한 가지 일만을 하지 않는다. 이미 거의 모든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단순히 한 가지 일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UX에 관한 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컴퓨터는 도구의 일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구와 컴퓨터는 구별되는 측면이 있다. 필자는 직접 던진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준으로 도구와 컴퓨터를 구별해보겠다(이 구별은 필자의 HCI 개론서에 더욱 구체적으로 잘 나와 있다).
1. 도구는 외관 디자인에 따라 기능적으로 그 목적을 달리하는 반면, 컴퓨터는 같은 외관 디자인이더라도 인간에 따라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2. 도구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반면, 컴퓨터는 인간이 필요로 하지만 직접 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고차원의 연산을 빠르게 할 수 있다.
3. 도구는 이를 사용하는 인간의 행위가 곧 결과를 결정하지만, 컴퓨터는 정해진 방식으로 인간에게 최소한의 상호작용을 요구한다.
즉, 도구란 외관 디자인에 결정된 기능적 목적성을 가진 보조적 수단의 결과물이며, 따라서 이를 사용하는 인간의 행위가 곧 그 경험의 결과를 결정하는 특성이 있다. 컴퓨터 역시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발전해왔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능적 발전을 거듭해왔고 인간이 어떠한 행위를 통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보다 편리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HCI 분야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화두가 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은 앞서 언급한 HCI 분야의 관점을 인간 중심에서 공존 중심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을 안고 있다.
l 연결성(connectivity)이 공존(coexist)을 담보할 수 있을까?
앞으로 인간 사이의 연결을 넘어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 연결되는 형태로 사회는 발전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컴퓨터가 단순히 인간의 행위를 돕거나 보조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본래 하던 일을 완전히 대신하거나 의논하는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도구적 측면으로만 컴퓨터를 바라보고 설계하기엔 점차 설명하지 않는 부분이 생겨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개념으로 진화하던 방식은 이미 끝났다. 이미 도구적인 요소로 사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컴퓨터는 더 이상 존재 가치를 잃어 가고 있으며, 우리 삶에 보조 수단이 아닌 일상생활의 일부로 특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이미 스마트폰이 하는 역할로 인해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컴퓨터가 목적이 아닌 역할 측면에서 설명되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이 역할을 위한 컴퓨터를 디자인하기 위한 HCI 기술의 연구는 그래서 지난 수년간 중요했다. 바로 ‘매개’ 역할이다.
l 전달자는 수신자가 되고, 또 다른 수신자는 또 다른 전달자가 된다.
역할은 상호 교환을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타인과 교환할 수도 있다.
네트워크 효과의 파괴력은 여기서 나타난다.
이는 모두 컴퓨터가 ‘매개의 역할’을 하게 된 대표적인 예시들이다. 전달자와 수신자가 역할을 교환하는 것(role exchange)이 연락의 본질인데, 매개의 역할을 컴퓨터가 하면서 어떻게 매개하도록 만들 것인가에 대한 HCI 분야에서의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소셜 컴퓨팅(social computing)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이러한 고민의 영향력은 강력하다. 우리는 불특정 다수와의 정보 교환과 소통을 위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이하 SNS)를 사용하고, 일대일이나 폐쇄된 그룹 사이의 대화를 위해 인스턴트 메신저(Instant Messenger, 이하 IM)을 쓴다.
채팅을 위해 이메일을 쓰는 경우는 없고, 업무 과정에서 공식 문서를 첨부하고 교류하기 위해 SNS를 쓰는 경우는 없다. 모두 컴퓨터가 매개 역할을 하면서 제공하는 UX가 사용자 행위 자체를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l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서 등장하는 인플루언서. 이들은 HCI 시스템 측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데 중요한 요인들을 아주 잘 다룬다. 바로 표현, 그리고 공유이다.
l 텍스트는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온전히 포함할 수 없다.
그래서 HCI 연구자들은 바로 이 부분을 고민한다.
l 사용자의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비언어적 표현을 파악하는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얼굴을 보고, 제스처를 본다. 이는 마치 온라인 상에서 텍스트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이모티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와 같다.
l 표현하고 공유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Sophia).
우리는 소피아가 우리를 이해하고 감정에 공감한다고 느낄 수 있을까?
글 | 장진규 박사 |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장진규 박사는 학부 시절 로보틱스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석/박사 시절 인지과학 기반의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를 수학하였다. 현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컴패노이드 랩스에서 HCI 관점에서 인간과 컴퓨터가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 AI 등 혁신 기술 분야에서 인터랙션 설계 전문가이다. 과거 스타트업 CEO로 3년간 회사를 키워 매각한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에 대한 엔젤 투자 및 자문을 겸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국내 최초 엑셀러레이터인 DHP의 파트너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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