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스마트폰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다! 안경형 AR의 진화

제목을 본 순간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를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양손을 자유롭게 하자.'라는 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구글 글래스는 구글이 개발한 안경형 웨어러블 컴퓨터입니다. 구글은 2013년에 개발자 버전의 구글 글래스를 출시했죠.


그러나 구글 글래스는 구글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죠. 우선 가격이 1,500달러 수준으로 비쌌습니다. 휴대성을 고려하지 않은 거추장스러운 디자인과 부족한 서드파티 앱도 대중이 구글 글래스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최근 구글 글래스가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l 구글 글래스(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4EvNxWhskf8)


 AR에 대한 기대와 함께 다시 주목 받는 ‘구글 글래스


지난 6월 21일, 2014년 9월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가 중단된 상태였던 구글 글래스 지원 앱인 '마이 글래스(My Glass)'의 새로운 업데이트가 배포되었습니다. 업데이트에는 버그 수정과 함께 블루투스 지원으로 마우스나 키보드 등 주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구글 글래스의 개발이 중단되지 않았다는 방증이자 기능의 추가가 필요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구글 글래스는 종료된 것이 아니라 '글래스 앳 워크(Glass at Work)'로 불리는 기업용 프로그램을 통해 보잉 등 기업에 제공됐습니다. 단지 구글의 개발 의지까지 확신할 수는 없었는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확인된 거죠.


영국 인디펜던트는 '구글 글래스의 새로운 업데이트가 전체 기술 커뮤니티를 놀라게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구글 글래스는 추하고,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에 제대로 판매될 수 없었다.'면서 'HTC의 바이브(HTC Vive),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Hololens), 스냅챗의 스펙터클(Spectacles) 등 최신 헤드셋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므로 구글 글래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이제는 다를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구글 글래스는 너무 앞선 제품이었으나 현재는 다시 추진할 수 있을 시기가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기존 구글 글래스가 그대로 시장에 나온다면 많은 사람이 실망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구글 글래스가 돌아오는 것에 기술 커뮤니티가 놀란 것은 '증강현실(AR)'에 대한 기대가 부쩍 늘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목적을 지닌 구글 글래스를 예상할 수 있게 되었기에 다시 주목 받게 된 거죠.


 스마트폰에서 구현하는 AR의 한계점


그렇다면 AR과 안경형 기기는 얼마나 밀접한 관계일까요? 초기 구글 글래스도 AR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AR 기기가 아닌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방안으로 개발한 거라 AR 인터페이스를 채용하면서도 그 기능이 강조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관계가 역전됩니다. 많은 기업이 AR 플랫폼을 공개했고, 대부분 플랫폼이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개발된 덕분입니다.


l 구글 탱고 AR(출처: https://youtu.be/BOrg2oc3-rQ)


현재 스마트폰에서 구현하는 AR도 과거보다 발전한 것은 맞습니다. 걸림돌은 구현한 AR 요소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넘어서만 볼 수 있다는 부분이고, 이는 AR을 온전히 활용할 수 없게 하는 한계와 같습니다. 예를 들면, 트래킹 기술을 통해서 가상 사물을 특정 좌표에 고정해둔다고 할 때, 이용자는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뒤에 고정해둔 가상 사물을 볼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일직선에 둬야만 가상 사물을 확인할 수 있죠.


이런 방법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2가지 문제를 낳습니다. 첫 번째는 '시선 트래킹이 어렵다는 것', 두 번째는 '스마트폰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눈앞에 매달아둔다면 해결할 수는 있습니다. 구글 글래스보다 더 거추장스럽고 우스운 모습이 될 테지만 말입니다. 그럼 상기한 2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R 플랫폼의 등장으로 AR을 활용하는 방법과 관련한 앱 개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애플은 오는 가을에 업데이트할 iOS 11에 AR 플랫폼인 'AR 킷(AR Kit)'을 추가했습니다. 앱 개발 업체인 란 랩(Laan Labs)은 AR 킷을 이용해 개발한 AR 치수 측정 앱인 'AR 줄자(AR Measure)'를 공개했습니다. 이 앱을 이용하면 아이폰의 카메라로 측정을 원하는 물체를 비추는 것만으로 스크린에 나타나는 양 끝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일반 줄자를 쓰는 게 더 편하지 않나?'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AR 덕분에 일반 줄자로 측정하기 어려운 물체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러나 역시 걸림돌인 건 스마트폰입니다. 만약 스마트폰으로부터 양손과 시야를 해방할 수 있다면 길이를 측정하면서도 다른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l AR 줄자(출처:laanlabs 유투브)


 이동성, 시야, 사회적 수용을 확보한 ‘안경형 AR 기기’ 등장의 예고


구글이 개발하는 AR 플랫폼인 '탱고(Tango)'도 아직은 스마트폰에 머문 상태입니다. 탱고의 기술을 포함한 가상 현실(VR)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헤드셋도 개발 중이지만, AR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이 큰 구글 글래스로 기대감이 옮겨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홀로렌즈는 VR과 AR이 결합한 대표적인 혼합현실(MR) 헤드셋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구글 글래스보다 더 무겁고, 밖에서 쓰고 다닐 수 있을 만큼 휴대성이 좋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시야가 완전히 트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죠.


AR을 자사 미래 사업으로 강조 중인 페이스북도 이런 점을 지적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에 개최한 개발자 행사인 F8에서 '완전 AR(Full AR)'을 설명했습니다. 오큘러스 VR 선임 연구원인 마이클 어브래쉬(Michael Abrash)는 'VR은 가상 세계를 통해 혁명을 일으킬 것이고, 장래도 밝지만, 강점이 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VR 기기는 HMD 탓에 이동성이 부족하고, 앞이 가려져 시야를 방해한다는 겁니다. AR 기술을 VR 헤드셋에 포함할 수는 있겠지만, AR만을 위한 기기는 아니므로 밖에서 착용하려면 사회적 수용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어브래쉬의 주장입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완전 AR, 즉, 이동성과 시야, 사회적 수용까지 확보한 AR을 실현하려면 '시스루 AR(See-Through AR)'이 필요하다며, 시스루 AR을 위한 '시스루 AR 안경(See-Through AR Glasses)'을 예고했습니다. 시스루 AR 안경은 항시 AR에 접근할 수 있는 안경형 기기를 말합니다. 


어브래쉬는 시스루 AR 안경의 등장이 5~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먼 미래의 얘기처럼 들리지만, 페이스북은 완전 AR을 VR의 다음 단계로 생각하고 있으며, 시스루 AR 안경은 AR에 VR 기술을 결합하여 MR을 구현하는 것으로 현재 VR 헤드셋에 AR 기술을 포함하는 방법을 뒤집은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완전 AR 이전에 AR을 위한 안경형 기기의 등장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l 페이스북 시스루 AR 안경(출처: 페이스북 뉴스룸)


이런 징조는 애플에도 나타납니다. AR 킷을 선보이기 전부터 애플이 AR 안경을 준비 중이라는 뜬소문은 있었습니다. AR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계속해서 인수하고, 임원들도 AR이 아이폰보다 더 큰 사업이 되리라 얘기하는 터라 뜬소문에 신빙성도 다소 있었습니다. 그런데 AR 킷의 등장은 이것이 단순한 소문이 아님을 확정하는 행보였습니다. 


아이폰 중심의 AR 킷이 더 성장하려면 페이스북이 제시한 완전 AR에 근접해야 합니다. 또한, AR 줄자처럼 AR 킷을 적용한 앱들 대부분이 안경을 이용했을 때 더 편하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상기한 것처럼 이런 앱들에 이동성과 시야를 보장하려면 안경형 기기의 등장은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분석가 진 먼스터(Gene Munster)는 '애플의 안경형 AR 기기가 2020년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3년 안으로 출시된다는 거죠. 그리고 애플 글래스(Apple Glasses)로 불릴 이 기기가 아이폰이 차지한 사업 규모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사용자가 아이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 얼굴에서 바로 앱과 상호 작용할 수 있으니 애플 글래스가 아이폰을 잠식하여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안경형 AR 기기의 중요한 과제는?


애플 글래스가 필연이라면 먼스터의 예상은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애플 글래스가 독립적인 기기가 아닌 애플 워치처럼 아이폰을 보조하는 역할일 가능성도 큽니다. 안경형 기기에 대한 거부감이 구글 글래스 때보다 잦아들었다 해도 여전히 안경을 지속 착용할 때 생기는 불편함과 피로감까지 해소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지속 착용보다는 휴대하면서 AR 기능을 활용해야 할 때만 꺼내서 착용하는 형태가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안경형 기기가 스마트폰 AR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안경의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이 차례대로 출시할 안경형 AR 기기가 과거 구글 글래스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안경이 가진 문제를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AR 안경의 미래는? ‘콘택트렌즈’


안경보다 더 먼 미래는 어떨까요? 안경의 다음으로는 많은 사람이 '콘택트렌즈'를 예상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수 기업도 콘택트렌즈를 디스플레이로 사용하는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l 넷플릭스 비스타(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구글을 비롯하여 삼성, 소니, 넷플릭스 등 기업이 콘택트렌즈와 관련한 특허를 출원 중이며,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비스타(Netflix Vista)'라는 명칭의 콘택트렌즈 컨셉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컨셉에 불과하지만, 다른 경쟁 업체의 동향까지 고려하면 안경형 기기의 다음 경쟁이 콘택트렌즈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콘택트렌즈까지 도달하려면 안경형 기기가 AR 기술에 끼치는 영향력이 스마트폰처럼 절대적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피할 수 없게 된 경쟁에 앞으로 나올 결과물들이 상기한 문제들을 해결하여 현실성 있게 다가올 수 있을지 기대할 차례입니다.


글 | 맥갤러리 |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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