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그는 어떻게 의료인에서 ICT 전문가가 되었나?

전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열풍이 뜨겁습니다. 의료계 역시 제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데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 Hospital Information System)의 개발 및 수출을 이끈 ‘HIS 전도사’ 분당서울대병원의 황희 CIO. 그가 그리는 건 인공지능이 휴먼 인터랙션(사람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불친절한 방해자가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간의 상호작용을 돕는 친절한 보조수단으로 자리하는 미래였습니다.


의료인에서 ICT 전문가로 거듭난 황희 CIO를 만나보겠습니다.



 Q 본업에 해외의료사업에 강의 요청까지 쇄도하고 있어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주어진 일,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멀티플레이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잠잘 때 외에는 쉴 시간이 없습니다. 일은 평일에 열심히 하고 대신 주말에는 무조건 쉬려고 합니다. 열심히 머리를 써야 할 때가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넋 놓을 시간도 필요하거든요. 쉴 때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피아노를 치거나 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은둔자가 되는 거지요.


 Q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신데, 어쩌다 차세대 HIS 전문가가 되셨나요?

원래는 컴퓨터나 IT 분야에 관심이 많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2003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데이터웨어하우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마땅한 책임자가 없었나 봅니다. 그때 PM께서 저더러 한번 해보라 해서 덜컥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의과 졸업생들이 갖게 되는 무수한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점 중 하나가 현실 순응적이라는 겁니다(웃음). 시키니까 무조건 열심히 한 거지요. 

부족한 경험을 메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병원 측에서는 제가 전산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알음알음 알아갈 무렵인 2007년쯤 병원에 차세대 HIS를 건의했습니다. HIS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것으로 보였던지, 당시 원장님께서 차세대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 TFT 본부장으로 발령을 내더니 나중에는 아예 제게 CIO를 맡겼습니다.


 Q 지나온 길은 다 쉬워 보이는 법입니다. 줄곧 순탄하기만 했을 것 같은 HIS도 개발 단계에서는 어려움에 직면했을 텐데 어떤 점이 어려웠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병원 내에는 다양한 직군이 존재합니다. 보는 시각, 위치, 기준에 따라 바라는 점이 모두 다르지요. 이런 다양한 의견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담고 통합해 최적화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난제였습니다. 

흔히 ‘체인지 매니지먼트(Change Management)’라고 하지요. 그 과정이 가장 골치 아프고 노력을 많이 들였습니다. 일례로 개발한 아이콘만 3,000개가 넘는데, 아이콘 하나하나를 일일이 검토하고 수정했습니다. 30분 단위로 회의를 했죠. 매일 릴레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수정이 필요하면 전략이냐 전술이냐를 신속히 판단해 적용해야 했고요. 스트레스 내구성을 시험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는데, 그나마 병원의 협조를 많이 받아 이 모든 난제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Q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는 능력은 의료계를 비롯한 전 산업 분야에서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LG CNS 임직원들에게 미래예측능력을 키울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하신다면요?

첫째는 남한테 도움받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장벽이 없어야 합니다. 저도 IT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이 시작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욱 꼼꼼히 알려고 노력했습니다. 주변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전공, 전문 분야만 집착하지 말고 타 분야에 두루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합니다. 오랫동안 저는 음악을 하고 싶었고 20년 이상 피아노를 쳤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차세대 HIS는 다른 운영시스템과 상당히 다릅니다. 심지어 디테일한 부분의 디자인까지도 말이지요. 분명 다방면에 가졌던 관심이 차별화된 감각을 가미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겁니다. 관심 분야가 다양한 사람은 주 관심사를 전환하는데도 부담이 덜 하고 전환 속도가 빠릅니다. 아는 것만큼 적용하려면 유연한 태도를 견지해야 하고요. 태도, 사고의 유연성은 분명 빼어난 장점입니다.



 Q 이러다 로봇이 의사를 대신하는 거 아니냐며 인공지능으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은 환자가 아니라 의료진에게 위협입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의 충격이 곧 피부로 와 닿을 테니까요. 환자 측면에서 보자면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식이요법, 감정조절 등도 치료의 판단 근거로 사용되어 지속적인 보살핌이 가능해질 겁니다.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언젠가는 급성질환으로 번질 수 있는 만성질환 환자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테고요.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적절한 시점에 개입할 수는 있겠지만, 기계가 인간을 100% 대신하는 일은, 최소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에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의사와 환자는 가장 위험한 순간에 가장 긴밀해지는 협업 관계입니다. 지금은 환자가 3분 진료를 위해 2시간 대기를 하죠. 그 3분 동안 어떤 휴먼 인터랙션이 일어나고 있나요?

그렇다면 인공지능 때문에 휴먼 인터랙션이 사라지게 될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면 의사가 환자의 얘기를 듣는 동안 축적된 데이터로 시스템이 논리를 판단하게 될 겁니다. 의사는 인공지능의 판단을 근거로 더욱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되겠죠. 즉 기계는 사람(Human)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오류(Human Error)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될 겁니다.


 Q 산업계 판도 변화에 부응해 교육도 달라질 거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물론입니다. 의사인 만큼 의료 교육을 예로 들겠습니다. 제가 의대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의학용어를 달달 외워야 하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판단력을 키우고 적용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내용은 물론 패턴이 완전히 바뀌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산업혁명’이지요.

의사의 서비스가 바뀌니 교육도 바뀌고 수익•비용 구조가 달라지면서 산업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거대한 변화 말입니다. 앞으로는 공대 출신 엔지니어들의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봅니다. 분야별, 직급별로 획일화된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별로 서비스의 내용, 서비스의 가부에 따라 급여와 대우가 확연히 달라질 겁니다. 이른바 산업생태계가 달라지는 거지요.


 Q 교수님께서 LG CNS 인사이트+ 특강 시 기초과학의 힘을 강조하셨습니다. 왜 응용과학보다 기초과학이 중요한가요?

응용과학도 결국에는 원천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원천기술에 투자하거나 집중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겉 포장에만 집착한다면 머잖아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겁니다. IT 강국인 나라에서 오퍼레이팅 시스템에 쓸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하나가 없는 현실이 이를 말해줍니다.

프로젝트 비용이 100억이라면 현재의 구조에서는 20~30%를 해외 DBMS 업체에 사용료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가 유행이라면 전부 빅데이터로 몰리고 IoT가 유행이라면 이번에는 죄다 IoT로 쏠립니다. 연구•개발(R&D)도 트렌드를 추종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기초에 투자하고 싹이 나무로 자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 LG CNS도 미래에 커다란 나무가 될 씨앗을 키우는 마음으로 기초, 근본(Fundamental)에 꾸준히 자양분을 공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황과 앞으로 나아가게 될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술적으로 우리나라의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 세계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만큼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개발된 점이 주효했죠. 우리 병원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2~3개 팀의 해외병원 및 업체가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을 하고 있으니까요.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는 의료 빅데이터, 클라우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3차 병원에 특화된 기술들이 많은데, 2차 병원 측면에서 보자면 불필요한 기능이 많고 비용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니까요. 콘셉트와 철학은 유지하되 프로세스나 솔루션 규모 등은 2차 병원에서 쓸 수 있게 개발할 생각입니다. 

최고급 병원 위주였던 수출도 G2G(Government to Government, 정부 간 수출계약),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미국 보건기관) 위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고요. 내년 중반이면 2.0 기반의 클라우드 솔루션에 대한 시장 마케팅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봅니다.

※ 디지털 헬스케어를 읽는 KEYWORD

 

 인공지능•빅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의 구현을 위해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필수다. 웨어러블 기기, 모바일 기기 등으로 정보를 축적하면 데이터 분석으로 개인의 세세한 차이를 반영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딥러닝을 통해 자가학습을 한 AI는 분석에 드는 시간을 대폭 단축해 준다.

 

• 1인 임상시험 

1인 임상시험은 특정 약을 특정 양만큼 투여했을 때 개인별 반응을 모두 취합해 그에 따른 치료 계획을 수정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의 위험성이 그만큼 최소화되고 신약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진다.

 

• 애플리케이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건강 증진을 돕게 된다. 지난해 7월 출시돼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린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게임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 웨어러블 디바이스 

휴대와 이동이 간편해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검사 및 진단기기, 피부 및 심장 패치, 콘택트렌즈, 심지어는 주사를 통해서 몸에 넣는 칩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황희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자 CIO. 황 교수는 2011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직을 맡아 성공적인 시스템의 개발을 이끌었고,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 수출된 시스템을 현지화 하는 작업 등 수출 팀을 직접 이끌고 있다. 


융합을 통한 혁신과 국부 창출을 위해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근정포장인 ‘대한민국 ICT Innovation 포장’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높인 공로를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미국의료정보경영학회(HIMSS)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글 l LG CNS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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