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자동차 HUD로 상상해보는 AR의 미래

자동차는 최근 기술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분야입니다. 이제는 모터쇼뿐만 아니라 세계 가전 전시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나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모이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Mobile World Congress)에서 자동차를 마주하는 건 어색한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기존 자동차 산업과 다른 가치를 창출하고자 커넥티드 카, 전기차, 자율 주행차 등 다양한 형태로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요. 사물인터넷의 확장으로 부품, 로봇 등이 자동차에 적용되어 상용화되고 있죠.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Head-Up Display)도 그런 기술 중 하나입니다.



초기 HUD는 항공기에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개발된 장치였습니다. 특히, 교전 중에도 속도와 고도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전투기에 꼭 필요한 기술이었죠. 조종사가 전방을 주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로 '전방 시현기'로도 불리고, 고개를 든 상태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 ‘헤드 업 디스플레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렸습니다. 



 차량용 HUD가 관심을 받는 이유

차량용 HUD의 등장이 최근 일은 아닙니다. 1988년, 5세대 올즈모빌 커틀라스 슈프림에 HUD가 최초로 탑재되었는데요. 해당 모델을 검색하면 HUD가 자동완성으로 가장 먼저 나올 만큼, 차량용 HUD가 탑재된 기념비적인 자동차입니다. 하지만, 기능이라고는 속도를 표시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뒤를 이어 닛산, 토요타, 캐딜락 등 제조사가 HUD를 차량에 탑재하는 시도를 했으나 유리창에 홀로그램을 반사해 정보를 나타낼 뿐이었습니다. 당시 HUD는 특이한 것 외 아무것도 아니었죠. 오히려, 차량용 대시보드의 발전으로 HUD가 없어도 충분히 시선을 전방에 고정할 수 있었기에, 한동안 HUD는 잊혀졌습니다.

l 파나소닉의 HUD를 위한 ‘Head Tracking’ 개념(출처: https://youtu.be/6L5ZY1TupSk)


그렇다고 HUD가 기술적으로도 외면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표시할 정보가 부족했고, HUD가 꼭 편한 건 아니었기에 보편적인 기술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었죠. 차량용 HUD는 2010년쯤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HUD에 담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콘택트 아날로그(Contact Analogue)'나 HUD 2.0으로도 불렸는데요. 개발은 이전부터 진행되었지만, 2010년부터 상용화 계획이 명확해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개념은 간단합니다. 외부 환경의 실제 물체에 가상 정보를 겹쳐 보여주며 운전자를 지원하는 것이죠. 속도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지침, 보행자 확인, 안전 관련 물체 강조 등 훨씬 늘어난 정보를 차량 전면 유리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


l BMW의 HUD 시뮬레이션 모습(출처: https://youtu.be/hYLZ2ehwy-A)


하지만, 윈드실드(windshield)[각주:1]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전환하는 것은 큰 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BMW 등 제조사는 마음만 먹으면 전체 윈드실드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었지만,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사후 지원 문제와 마땅한 안전 규정도 없는 상태에 무리해서 상용화하는 것은 도박과도 같았습니다. 


결국은 몇 가지 정보만 표시할 수 있는 좁은 영역에 머물렀는데요. 그러나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과 연동한 편의 기능, 보안 기능 등이 인기를 끌면서 HUD 보급은 서서히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차량용 HUD의 특별함

여기까지가 오늘날의 HUD입니다. AR을 받아들였고, 적당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방 시현기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다만, 필자는 HUD의 미래가 주행 정보와 스마트폰 정보를 이어받는 용도에서 끝나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차량용 HUD는 여타 AR 기기들과는 다른 특성을 보였습니다. 바로, '지속성'과 '이동성'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AR 콘텐츠를 즐기려면 투영할 주변 환경을 카메라로 담아야 하고, 동시에 디스플레이를 바라봐야 합니다. 고로 정확한 위치에 스마트폰을 계속 든 상태여야 한다는 거죠. 콘텐츠의 지속성이 떨어집니다. 또한, 카탈로그에서 볼 수 있는 AR 콘텐츠는 앉아서도 소비할 수 있으나, 특정 위치에서 발현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려면 해당 지점까지 이동해야 하므로 이동성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자동차는 다릅니다. 계속 이동하면서 전방 주시 상태로 윈드실드나 추가 디스플레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AR 콘텐츠를 소비하기에 별다른 행동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앉아서 HUD를 실행하면 AR 환경에 노출됩니다.

오래 전부터 마케터들은 AR을 마케팅에 활용할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AR에서 충분한 이익이 발생해야 콘텐츠가 늘어나고, AR 생태계가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태계가 확장하면 AR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지겠죠.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지속성과 이동성이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스마트폰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정 장소에서 특정 앱을 실행해야만 하고, 스마트폰을 든 상태로 콘텐츠를 모두 소비할 때까지 다른 행동에 제약이 생겼습니다. 특히, 양손을 사용하지 못했으니, AR 콘텐츠 소비는 보는 것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IBM의 쇼핑 AR입니다. 2012년, IBM은 미래 쇼핑 마케팅 기술의 하나로 AR을 제안했습니다. 유통 매장에 방문한 소비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상품을 비추는 것으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한다는 아이디어였죠. IBM 클라우드에 저장된 제품 성분, 사양과 가격, 소비자 평가나 할인 여부를 제공하여 좀 더 풍족한 정보로 상품을 고르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l IBM의 쇼핑 AR (출처: https://youtu.be/EAVtHjzQnqY)


그러나, IBM은 쇼핑 AR을 상용할 계획이 없었고, 지속성과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했습니다. 실현되더라도 쇼핑하는 동안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상품을 비춰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소비자는 많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착용할 수 있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Head Mounted Display) 형태의 고글도 연구되었습니다. 머리에 쓸 수 있다면 양손을 자유롭게 하고, 지속성과 이동성도 보장하여 AR 콘텐츠를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겠죠. 하지만 보급이 어렵다는 것과 지속해서 착용할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볍지 못한 탓에 상용화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차량용 HUD는 지속성과 이동성이라는 특성을 만족합니다. 무언가 머리에 쓸 필요도 없습니다. 한 가지 남은 문제가 있긴 하죠. 양손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자율 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결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자율 주행 기술이 교통사고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검증이 이뤄지면, HUD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동차, AR 플랫폼으로의 변화

간략하게 말하면, 자동차가 AR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지난 1월, 파나소닉은 CES 2017에서 좋은 예를 보여줬습니다. 파나소닉은 자율 주행 시대에 맞춰 HUD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CES 2017에서 보여준 자율 주행 컨셉은 윈드실드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며, 자동차의 주행과 주변 상황을 표시하고, 화상 통화를 연결하여 의논하거나 자료를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율 주행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HUD로 업무를 보는 거죠. 쉬는 동안은 영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차량에 탑재한 인공지능에게 밖에 보이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질문하면 알려주기도 합니다.

l 차량용 HUD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출처: https://youtu.be/CLw-utI36Fg)


HUD를 통해 탑승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인터페이스로서 외부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물론, 파나소닉의 컨셉이 현실이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러나 HUD로 보여준 자동차의 AR 플랫폼화 가능성은 뚜렷하고, 자율 주행 시스템의 발전 현황을 보면 HUD의 다음 단계가 매우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스마트폰이 앱 마켓 플레이스로 넓게 확장했던 것처럼 자동차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상 통화 등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당연한 솔루션일 테고, 주변 상점의 주요 할인 품목을 알려준다거나 주차장 근처로 가면 주차 공간 및 주차 요금 확인 등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라면 충전 가능한 충전소 안내도 가능하겠죠. 이처럼, 이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플랫폼에 추가하고, HUD를 통해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AR의 적용 분야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기존에는 AR에 참여하기까지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는 수동적인 기술이라는 것이 상용화의 걸림돌이었습니다. 발전한 3D 스캔과 3D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있지만,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시선을 한 지점에 일치시켜야 하는 단계까지는 쉽게 해결하지 못했는데요. 


AR 플랫폼으로써 스마트폰은 그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발전해서 자동차는 AR을 수동적인 기술에서 벗어나게 해줄 공간이며, HUD는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느슨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HUD와 함께 더 발전할 AR의 미래를 상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 | 맥갤러리 |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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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래는 윈드실드 글라스를 말하는 것으로, 흔히 프런트 글라스 또는 앞창이라고 한다. 실드는 차단한다는 뜻이다.(출처: 자동차 용어사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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