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Design Issue Archive] 커스텀 브랜드 서체에 대한 이야기

This – is – me – i – am – special : Custom brand typefaces

최근 2년 동안은 해외 기업들의 커스텀 브랜드 서체 개발이 굉장히 두드러진 해였습니다.
라이트브레인 입사 전 다니던 회사에서 콘텐츠 제작 내용으로 삼성원 폰트를 접했을 때만 해도 커스텀 브랜드 서체들이 이렇게 많이 개발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최근 Uber에서 발표한 ‘Uber Move’부터 YouTube, Netflix 그리고 Airbnb 등 주요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자신만의 커스텀 서체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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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커스텀 브랜드 서체 사용의 개념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기존 서체의 라이센스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꾸준히 개발되고 소개되었는데 처음에는 Ubuntu, Nokia, Apple, Google, Microsoft 같은 테크놀리지 기반의 대기업 회사들부터 시작되었지만, 지난 10년간 많은 중소기업들 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에 까지도 퍼져 나갔습니다.

 

왜 커스텀 브랜드 서체 개발이 중요할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이포그래피는 수 세기 동안 소통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져 왔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그 중요성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점점 브랜드화된 세상에서 오늘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매 순간 브랜드와 상호 작용하며 타이포그래피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컴퓨터, 스마트폰, 전자책 등의 기기들이 보편화되고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탑재한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사용자들로부터 디지털 환경에 맞는 서체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가속화 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브랜드의 중요성과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커스텀 브랜드 서체 개발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럼 회사들이 자신만의 서체를 만드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 몇 개의 해외와 국내 기업들의 커스텀 브랜드 서체 개발 사례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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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kia – Pure

Dalton Maag

2011년 Nokia에서는 그들의 커스텀 서체 ‘Pure’을 발표했습니다.
Nokia는 휴대 전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했습니다. 과거에는 회사 글꼴이 시각적으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것에만 기반을 두고 있었다면 새로운 서체는 좀 더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에 맞는 커스텀 브랜드 서체로 개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노키아는 단순함, 선명도, 기능성 및 형태의 아름다움을 반영하여 브랜드를 표현하기 원했고 다양한 언어 환경에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한 서체 ‘Nokia Pure’를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 Nokia Pure는 다중 스크립트 서체의 동급 최강을 자랑하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많은 연구가들이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다른 스크립트 시스템을 갖는 언어가 공통되고 일관성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img03* Nokia - Pure

 

Netflix – Netflix Sans

Dalton Maag + Noah Nathan

Netflix는 브랜드 서체로 Gotham 서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국제 캠페인 등 서체의 사용권 비용의 증가로 자신만의 서체를 만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고담 폰트의 사용료는 1년에 무려 백만 불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Netflix Sans는 디스플레이 미학과 실용적인 기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으며 대문자 비율은 ‘cinematic’ 소문자 비율은 ‘compact and efficient’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소문자 ’t’의 아치형 컷은 브랜드 워드 마크의 ‘cinemascopic curve’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Netflix는 보다 독립적이고 유연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img05image07* Netflix – Netflix Sans

 

Airbnb – Cereal

Dalton Maag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다양한 매체에서 브랜드 경험이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하는 Airbnb는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으면서 그들이 지원하는 모든 매체와 플랫폼 (디지털 환경)에서 기능적으로도 최적화된 서체가 필요했습니다. 특히, 191개 이상의 나라에 존재하는 Airbnb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일관된 브랜드 보이스를 낼 수 있는 디자인과 신뢰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현재 Airbnb에서 개발한 Airbnb Cereal 서체는 다양한 언어 스크립트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새로 중국어, 일본어, 데바 나가리, 아랍어, 히브리어, 키릴문자, 그리스어 및 태국어 등을 추가하여 스크립트 시스템을 확장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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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rbnb – Airbnb Cereal

 

YouTube – YouTube 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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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 각인시키고 자신만의 브랜드 보이스를 내기 위해서 커스텀 브랜드 서체를 만들었습니다.
브랜드 아이콘에 있는 플레이 버튼에서 영감을 얻어 그 쉐입을 서체에 적용시켜 브랜드 아이콘을 다른 문자나 기호처럼 입력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img10* YouTube – YouTube Sans

 

Uber – Uber move

Wolff Olins의 Forest Young + MCKL

Uber는 새롭게 리브랜딩 하면서 커스컴 서체도 개발하였습니다. Uber move라고 이름 붙인 이 새로운 서체는 운송수단 (이동)이라는 서비스 특성상 접근성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런던이나 브루클린 등 세계에서 교통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추어져 있다고 평가되는 도시 이정표 사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Uber move는 광고, 운전자 가이드북 또는 이정표를 포함하여 Uber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매체와 플랫폼에 적용되었습니다.

img14* Uber - über move

 

현대카드 – Youandi

Total Design + 산돌 커뮤니케이션

국내에서 전용 서체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기업 중의 하나는 단연 현대카드일 것 입니다. 현대카드는 삼성과 LG가 신용카드 업계를 양분하고 있던 지난 2001년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 했습니다. 적자를 기록하던
비주류에서 수천억 원 흑자 회사로 거듭난 변신에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서체 마케팅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현대카드 전용의 ‘유앤아이’ 서체는 신용카드의 형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카드의 가로, 세로 비율인 1.6대 1을 적용한 한편, 현대카드 영문 서체와의 조화를 고려해 제작되었습니다. 현대카드는 이를 카드 뿐 아니
라 광고와 임직원 명함, 사옥 내 안내판 등에 사용해 서체만으로도 현대카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img17* 현대카드 – Youandi

 

삼성전자 – SamsungOne

Neville Brody

삼성은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모바일기기, 다양한 가전제품과 서비스 영역에 걸쳐 사용자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제품·서비스, 시각 언어를 하나로 잇다’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그 소통의 중심에서 삼성만의 일관적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제작된 서체입니다.
Samsung One은 26개의 표기 체계와 400개 이상의 언어, 25,000개 이상의 글자들로 이루어진 진정한 글로벌 서체입니다.

img19* 삼성전자 – SamsungOne

위에 소개된 기업 외에도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서체를 개발하였으며 여전히 계속 진행 중에 있습니다.
다들 각자 나름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크게 정리해보면 기본적으로는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양한 플랫폼과 환경에서 일관성 있는 보이스를 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처음 커스텀 서체가 생겨난 배경처럼 비용 절감 효과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여러 언어 지원입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라틴어 스크립트만 포함하는 서체를 사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었지만 서비스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면서 여러 나라의 언어 스크립트를 지원해야 하는 이슈가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디지털 화면에 맞는 서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0 세기 후반부터 서체 개발자들은 핫맬트 조판 및 사진 식자재 제작과 같은 시대의 조판 기술에 적합한 서체가 컴퓨터 화면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서체들은 픽셀 기반 화면에서는 제대로 렌더링 되지 않아 작은 화면의 디바이스에서 가독성이 크게 떨어져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커스텀 브랜드 서체가 정말 필요할까요?

일단,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커스텀 서체는 오늘날 많은 디자인팀이 직면하고 있는 여려 문제에 대한 훌륭한 솔루션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물음에 완벽히 YES! 라고 외칠 수 있는지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아니면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850798099필자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철저히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YES! 라고 외칠 수 있겠지만 왼쪽 옆에 이미지에서 보다시피 브랜드의 관점에서만 보면 개성을 잃은 모두 비슷비슷해 보이고 대부분 산 세리프 서체 들로 채워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하던 중 “만국의 로고여 산 세리프로 단결하라?” 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글을 보았습니다.
현재 패션하우스 브랜드부터 수많은 기업들이 산 세리프 서체의 로고로 바뀌고 있습니다. 테크놀리지 기반의 기업들은 물론이고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기업을 지나 패션 업계까지 디지털 환경의 현시대 니즈를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움직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분명히 현대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고 다양한 디지털 환경을 염두해 봤을 때도 사용자 측면에서는 산 세리프가 세리프보다 가독성 면에서 탁월한 장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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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부분 산 세리프 서체를 채택하여 각각의 개성이 없고 특히, 패션하우스 브랜드 분야에서는 과거의 브랜드 유산을 잃어버리고 유구한 하우스 역사와 역할이 무시당하는 느낌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위에 나열한 각자의 여러 가지 목적과 이유, 그 효과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사용자의 관점을 무시할 수는 없는 현시대의 니즈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최소한 여기에는 정당한 조건이 있어야 하며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고유한 브랜드 정체성을 기능적인 부분으로만 해석한 방향으로 개발되는 것을 보면 디자이너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서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역할 즉, 메세지를 잘 전달하면서, 커스텀 서체만으로도 그 브랜드가 누구인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서체 들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아래는 Colophon Foundry가 디자인한 Nasty Gal의 NG Grotesque 서체입니다.
Nasty Gal은 젊은 20-30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선정된 여성 쇼핑몰입니다. 이 브랜드 서체에서는 브랜드의 대담하고, 장난기 있는 성격이 기하학적이고 대담한 모양과 구두점을 통해 잘 표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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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26* Nasty Gal NG Grotesque

 

IBM에서 개발한 IBM Plex Sans는 그로테스크한 산 세리프로 시작하지만, 로고에 맞춰 단점을 보완하면서 IBM만의 독창적인 서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 Ubuntu 브랜드 정체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Ubuntu fonts는 꽤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정확하고 신뢰적인 회사의 이미지를 잘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image27 * IBM Plex Sans

image28*Ubuntu fonts

 

기업들이 서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신만의 서체를 개발하는 것은 분명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서체를 개발할 때는 많은 책임을 가지고 그 정당화를 계속해서 검토해야 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서체가 가진 힘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운영 또한 지속적으로 잘 관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 가치디자인그룹 이윤희

 

* 라이트브레인 디자인 이슈 아카이브(Design Issue Archive)
사내 디자이너들의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수집 정리해 유의미한 경험과 정보를 나누기 위한 자료들로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재가공해서 rightbrain lab을 통해 공유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이미지 출처 및 참고문헌]
https://airbnb.design/introducing-airbnb-cereal (타이틀이미지)
https://www.daltonmaag.com/work/nokia
https://www.itsnicethat.com/news/netflix-sans-typeface-dalton-maag-graphic-design-210318?utm_source=twitter&utm_medium=social&utm_campaign=intsocial
https://airbnb.design/introducing-airbnb-cereal/
https://saffron-consultants.com/projects/youtube/
https://www.uber.design/case-studies/rebrand-2018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1/41785
http://monthly.appstory.co.kr/plan8980
http://design.samsung.com/kr/contents/samsungone/
https://www.arun.is/blog/custom-typefaces/
blog.nastygal.com/culture/ng-hq/2014/11/meet-nasty-gals-new-typeface/
https://www.ibm.com/plex/
https://design.ubuntu.com/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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