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새벽, 모 항공사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을 당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해킹 공격을 받은 항공사 홈페이지에는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No Justice, No Peace)’라는 문구와 함께 복면을 쓴 남성의 이미지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어서 영문으로 ‘세계는 알바니아가 세르비아인들에게 저지른 범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번 해킹의 주체라고 밝힌 ‘Kuroi’SH and Prosox’라는 해커 집단이 세르비아-알바니아 분쟁의 실상을 알린다는 목적을 내세워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해커 집단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해킹이 목적성이 있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단순한 게임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하여 ‘무슨 목적으로 한 건가?’, ‘왜 상관없는 기업을 해킹하는 건가?’, ‘만족스럽나?’ 등의 댓글이 달리면서, 의미 없는 해킹에 대하여 많은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대부분의 해킹은 개인적 혹은 정치•사회적 목적을 지닌 해커에 의해 행해지는데요. 해킹은 각각의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은 해킹 행위를 통해 대중들의 시선을 끌어 자신의 의사를 구현하거나, 대상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등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목적성을 지니는 해킹 행위를 일컬어 핵티비즘(hacktivism)이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정치•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에서 시위나 투쟁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투쟁은 물리적으로 많은 한계점을 지녔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었죠.
최근 정보통신 기술의 급격한 성장은 인터넷을 통한 개인 의사 표출을 가능케 해주었는데요. 해커들은 정치•사회적 인사와 단체들이 현실 세계에 비해 사이버 공간에서는 취약하다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해킹을 저항의 수단으로 정당화하는 핵티비즘을 내세워 그들의 영향력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죠.
핵티비즘은 대상의 시스템에 위해를 가하였는지, 그리고 합법•불법의 기준이 명확한지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① 정치적 크래킹(Political Cracking)
정치적 크래킹은 해커 프로그래머에 의해 수행되는 해킹 행위로,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를 말합니다. 주로 홈페이지 이미지 혹은 URL 변조, DDoS, 정보 탈취 등의 다양한 공격 기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의 시스템에 위해를 가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로 간주합니다. 대부분의 핵티비즘은 해커에 의하여 행해지는 정치적 크래킹을 말하는데요. 불법적 행위라는 점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② 행위적 핵티비즘(Performativity Hacktivism)
행위적 핵티비즘은 가상의 농성, 사이트 패러디 등의 기법을 이용한 일체의 활동입니다. 세계화나 인권과 같은 오프라인 이슈에 초점을 둔 예술적 행위자들에 의해 주로 수행됩니다. 행위적 핵티비즘은 특정 시스템에 위해를 가하기보다는 예술적 퍼포먼스의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합법•불법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③ 정치적 코딩(Political Coding)
2010년, 어나니머스는 정부와 기업 비리를 고발하는 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의 폭로 행위를 지지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위키리크스는 ‘지식은 모두의 것이다’라는 자신들의 모토 하에, 미국 정부 외교기밀 문서를 공개했는데요. 페이팔, 마스터카드, 아마존 등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위키리크스에 대한 기부금을 중단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어나니머스는 후원 계좌를 폐쇄한 기업 사이트에 대하여 DDoS 공격을 감행하며 ‘지식공유의 자유’를 주장했습니다.
2012년에도 그들은 지식공유의 자유를 외치며 해킹을 감행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저작권법 위반 등의 이유로 미국 유명 업로드 사이트인 ‘메가 업로드’를 폐쇄했었는데요. 이에 대해 정보 공유와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미국 법무부와 저작권 관련 사이트,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을 공격하여 서버를 다운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많은 사람은 어나니머스의 다소 개인주의적이고 협박적인 핵티비즘에 대하여 부정적 반응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 반응을 통해 핵티비즘의 정당성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2015년에 일어난 IS의 파리 테러에 대해, 어나니머스는 대규모의 사이버 공격을 할 것이라고 선전포고했었는데요. IS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수 1,000개를 해킹하여 차단하고, 그 주소를 공개하는 해킹을 감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위협이 되는 대상에 대해 어나니머스의 강경한 모습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그들을 신격화하는 팬들까지 모으며 그들의 핵티비즘을 정당화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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