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바둑판 앞에 앉은 인간 vs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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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이 펼쳐진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3월 9∼15일까지 서울에서 100만 달러 상금을 걸고 5번 대국을 펼치는 것.

대국을 하루 앞둔 3월 8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세돌 9단은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이번 대결은 바둑이나 인공지능 역사에도 한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이런 뜻 깊은 자리에 주인공으로 서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알파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알고리즘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면서 5:0까지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아직까지 인간의 직관이나 감각을 인공지능이 따라오려면 무리가 아니겠냐는 생각 때문에 여전히 자신감은 있지만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이런 직관도 70∼80%는 모방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 따라서 5:0까지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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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력과 판단력 같은 감각은 여전히 알파고보다 인간이 뛰어날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반대로 알파고도 어느 정도 모방이 가능하다는 점이 변수이고 또 인간이 불리한 점은 컴퓨터의 연산속도와 성능이라는 것. 반면 인간은 컴퓨터와 달리 인간적 실수라는 걸 하게 된다. 물론 이 9단은 그럼에도 처음에는 5:0을 말했지만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 이후 어느 정도 이런 인간적 실수가 행여 나오게 되면 패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9단은 기계와의 대결을 앞두고 “수많은 대국을 치렀지만 이런 생소한 느낌은 처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래도 사람이 아니다 보니 준비도 달랐다는 것. 사람끼리 대국할 때에는 상대방의 기개를 읽는 게 중요하지만 이번 대국에선 그런 게 전혀 없다. 이 9단은 “어떻게 보면 혼자 두는 느낌이 들 수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일 1∼2시간씩 가상훈련을 통해 극복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와 겨뤄 5:0으로 패배한 판후이 2단의 경우 첫 판을 진 이후 심리적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9단은 “첫 판에 진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지만 만일 첫 판을 진다고 해도 그렇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를 극복하는 것도 가상훈련을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이 말하는 가상훈련이란 머릿속에 바둑판을 놓고 대국을 미리 상상해 가상으로 연출해서 대국에 임하는 걸 말한다. 이 9단은 “컴퓨터만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도 이런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9단은 알파고의 실력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지난해 대국에 대한 기보에 대한 질문에는 “당시 대국은 데이터로는 큰 의미가 없었다고 본다”면서 당시 수준만 놓고 보면 자신과 대국을 할 만한 실력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아마추어 최고수 정도의 실력이었다는 것. 이것만 보면 프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0월 대국 이후 5개월이 흐른 만큼 알파고가 얼마나 학습을 통해 실력을 늘렸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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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알파고의 최대 강점으로 인간과 달리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만일 사람이 이9단과 대결한다면 피로감이나 겁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알파고는 기계인 만큼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인공지능 자체도 학습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알파고의 능력 향상에 한계를 못 봤다고 밝혔다.

알파고가 엄청난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을 했지만 인간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프로 바둑 기사라도 하면 30∼35세 정도라면 연간 1,000건 가량 대국을 치른다. 평생 수십만 건에 이르는 게임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하려면 기보도 공부해야 하고 스승에게 지도를 받는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런 지도나 지침을 받지 않는다. 스승의 지도를 받는 인간과 달리 정제된 지식을 받지 않는 것. 알파고는 대국 10만 건을 바탕으로 수천 건에 이르는 자가 학습 경기를 직접 한다.

하사비스는 이런 점에서 알파고도 스승이 없다는, 그러니까 정제된 지식이 없다는 단점은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9단 같은 천재적 기량을 어떻게 극복할지 확인하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대국을 통해 이제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9단은 만일 패배하게 되면 바둑에 대한 흥미나 묘미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질 수도 있지만 바둑의 아름다움까지 컴퓨터가 이해하는 것은 아닌 만큼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만큼은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9단은 자신이 한 판이라도 질 경우라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인공지능 역사에선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물론 이번 대결에서 지게 되면 바둑에 안 좋은 영향을 일부 줄 수도 있겠지만 이젠 어쩔 수 없는 시대라면서 언젠가 인공지능이 바둑을 이기게 되고 결국엔 인간이 패배하게 된다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패배만으로 바둑의 완전한 가치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 9단은 “이제 할 일은 좋은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는 일”이라면서 내일 바둑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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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번 대국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알파고가 강력하고 유연한 학습 알고리즘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대국 결과와 관계없이 인류의 흥미로운 문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을 들었다.

그는 실제로 인공지능의 실제 적용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의료 보건 분야 같은 것이라면서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이 의료진에게 유용한 수단이 되고 데이터를 수집해 더 많은 이해도와 정확한 진단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알파고 시스템은 범용이어서 다른 여러 문제에도 분야와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사미스는 인간 수준 인공지능이 나오려면 앞으로도 수십 년은 더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게임을 하는 수준일 뿐인 만큼 상당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뿐 아니라 강력한 기술이 등장해도 기술 자체는 언제나 중립적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악이 결정된다는 것. 그는 구글 딥마인드가 이런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특히 윤리적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알파고 같은 시스템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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