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인터뷰] 강상욱 미디어캐슬 이사 "신 고지라는 재난 영화, 작품 수준 나무랄데 없다"

국내 364만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으로 주목 받은 영화 수입사 미디어캐슬이 마니아들의 영화로 평가 받는 '신 고질라(シン・ゴジラ)'를 국내 개봉했다.

'신 고질라' 영화는 일본에서는 82억엔(약 821억원)의 수입을 기록하고 일본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부문 상을 휩쓸며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반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흥행 불발, 스페인에서는 약 910만원이라는 처참한 흥행수입으로 유럽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괴수 마니아는 열광하지만 일반대중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신 고질라'를 왜 국내 수입하게 됐는지 미디어캐슬의 강상욱 이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강상욱 미디어캐슬 이사는 1998년부터 콘텐츠 비즈니스에 몸담아 왔으며, 2008년 '피아노의 숲', 2010년 아이들을 위한 인기 공룡 애니메이션 '고 녀석 맛나겠다'를 국내 수입한 장본인이다.


Q. '신 고질라'를 국내에 선보인 이유는?

신 고질라는 영화 제작사 토호(TOHO)에서 만드는, 더군다나 명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제작한 작품이라 관심이 갔다. 안노 감독이 과연 고질라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과거 사토 에리코 주연의 큐티하니처럼 전대물 느낌일지, 신세기 에반게리온처럼 각성의 느낌이 강할지 궁금했다.

에반게리온 팬으로서 안노 감독이 에바를 미뤄두고 '신 고질라'를 만들 정도면 굉장한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영화사 토호에 연락했더니, 당시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영화를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스크리너(영화 내용을 담은 저화질 동영상)'등 영화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안노 감독 작품'이라는 이유로 구매의사를 보냈었다. 이후 토호는 2016년 3월에 열리는 홍콩필름아트 전시장에서 완성전 영화를 보라고 연락을 보내왔다.

홍콩필름아트 전시장에서 만난 '신 고질라'는 과거 특수촬영 영화처럼 수트를 입고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 전달력이 높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제작됐음을 확인했다. 고질라 그래픽 재현 수준이 옛날 고질라의 느낌을 현재 그래픽 기술로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놀라웠다. 이는 영화에 대한 기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고 실제 영화 수입 계약으로 이어졌다.

토호로부터 스크리너를 딱 받아보니 '큰일났다'는 생각이 앞섰다. 이유는 영화 대사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팬의 시각에서는 안노 감독이 어마어마한 작품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어 자막으로 표시되는 스크리너로는 타 영화에 비해 절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신 고질라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스크리너를 받자 마자 약 다섯 시간 가량 계속 반복해서 봤고 영화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자막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신 고질라' 영화를 이왕 국내 개봉하려면 고질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해야 잘 하지 않을까 판단됐다.

영화 수입사 입장에서 흥행 수입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도 키덜트, 팝컬처 시장이 서서히 성장하고 있어 고질라 같은 마니아틱한 괴수 영화도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입 계약 이후는 배급사 선정이 중요했다. 신 고질라 단독이었으면 배급사 잡기가 무척 힘들었을 것이 분명했지만 흥행 성공이 확실했던 '너의 이름은.'을 세트로 묶으면서 영화 배급 문제가 해결됐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황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잘 되는 영화만 하고 싶은 배급사 입장을 수입사가 이해를 못 해주면 누가 이해를 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배급사가 있으리라 여겼고 다행히 배급사 선정에 성공했다.

Q. 신 고질라가 '너의 이름은.'보다 늦게 개봉된 까닭은?

시기적으로 '신 고질라'가 '너의 이름은.'보다 먼저 개봉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국내 극장 흥행이 불투명한 '신 고질라'는 IPTV 등 VOD 방영이 극장과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었다. 흥행이 저조했던 해외와 달리 '신 고질라'가 일본에서는 엄청난 히트 작품으로 떠오르면서 블루레이 등 VOD 서비스 시기가 그만큼 늦춰졌다.

VOD서비스는 영화가 극장 스크린에 걸려있을때 콘텐츠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인터넷 불법공유 등의 문제로 국내에서 VOD서비스가 이뤄지려면 일본에서 먼저 DVD나 블루레이디스크가 출시되어야 한다. 때문에 3월로 미루어졌다. 물론, 고질라 팬들은 영화 개봉이 늦춰진 것에 대해 반발했다.

Q. 국내 영화 마케팅은?

일본에서는 '신 고질라'를 철저히 베일에 가리는 방식의 신비주의 마케팅을 펼쳤다. 국내에서 이런 마케팅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생각해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방식으로 신 고질라 마케팅을 진행했다. 영화 톤은 '재난영화'로 정하고 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에게 신 고질라가 괴수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전달했다.

국내 재난 영화로는 '괴물'을 들 수 있다. 영화 괴물이 개인적인 관점에서 재난재앙을 그렸다면, 신 고질라는 정부 시스템과 관료사회 관점에서 그려졌다. 신 고질라 영화는 국내에서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라는 주제를 내세워 인간들에게 경고를 주는 영화라고 사람들에게 알렸다.

영화 '신 고질라'를 국내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일본 영화 자막의 대가로 불리우는 강민하 작가와 신 고질라 자막글을 다섯 번 이상 다듬었다. 그만큼 이 영화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고 내용을 이해만 하면 신 고질라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생각했다.

Q. 국내 평가는 어떤가?

신 고질라 영화에 '극우 코드'가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 속에서 '일본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말과 '자위대 발동권'을 가지고 꼬집은 것인데, 영화는 문화 콘텐츠로서만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문화 수준에 대해 꼬집는 사람도 있다. 일본에는 소설 '설국(雪国)'의 카와바타 야스나리 등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2명 있지만 한국은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을 생각했으면 한다. 신 고질라는 일본에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다. 작품 수준은 나무랄데 없다.

영화에 대한 의견은 자유롭게 낼 수 있지만 영화를 본 뒤에 제대로 평가해 주길 기대한다.

Q.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미디어캐슬은 '좋은 콘텐츠를 다양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슬로건 아래 토호의 괴수 시리즈, 카도카와 '가메라' 등 해외에서 만들어진 좋은 영화를 계속 수입할 것이다. 이 것이 미디어캐슬을 존재하게 했던 영화 마니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한국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한다. 국내 영화 팬 일러스트를 보면 깜짝 놀랄만큼 대단한 실력자들이 팝컬처 작품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이런 팝컬처 팬들을 위해 미디어캐슬이 뭔가 일조를 하고 싶다.

'신 고질라' 영화를 관람하는 에반게리온 팬들을 위해 '고질라 대 에반게리온' 일러스트가 그려진 클리어파일을 10만장 제작했다. 그게 다 국내 팬들의 손에 들려지길 기대해본다.

한편, '신 고질라'는 세계적인 명작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창조한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가 총감독을 맡았으며, 영화 '진격의 거인'을 만든 '히구치 신지(樋口真嗣)'가 특수촬영 감독을 담당한 작품이다.

또, 하세가와 히로키, 다케노우치 유타카, 이시하라 사토미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배우들과 한국 영화 '곡성'에 출연한 쿠니무라 준, '대호'에 출연한 오스기 렌 등 베테랑 중견 배우 등 모두 329명의 일본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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