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유지은 딱따구리 "콘텐츠 성평등 문제 바로 잡고파"

[지디넷코리아]

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 스타트업 ‘딱따구리’는 나무를 뚫어 둥지를 마련하는 딱따구리처럼 아이들의 고정관념과 낡은 상식을 깨겠다는 기업철학을 갖고 재작년 설립됐다.

이 회사의 서비스명은 ‘우따따’. 딱따구리가 나무를 깨는 소리다.

지디넷코리아는 16일 유지은 딱따구리 대표와 만나 스타트업을 시작한 배경과 향후 방향성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지향점은 뚜렷했다. 유 대표는 한국이 세계로 뻗어 나가려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 체계부터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지은 딱따구리 대표.

스토리텔링 회사, 비영리단체 등에서 활동해온 유 대표는 평소 아이들이 접하는 교육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 어느 날 유 대표는 의구심이 들었다. 시중에 나온 그림책, 애니메이션 등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다수 콘텐츠가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 ‘상어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주로 외부에서 활동적인 놀이를 즐겨’, ‘여자는 분홍색을 선호하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아빠는 힘이 세고, 엄마는 연약해’ 등 내용물이 자칫 아이들에게 잘못된 고정관념을 줄 수 있다고 유 대표는 생각했다.

“영유아 콘텐츠 대부분 등장하는 캐릭터가 남성 위주인 데다, 여자 캐릭터의 경우 특히 ‘여성성’이 강조됐죠. 구시대적인 내용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영유아 때부터 올바른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바꿔보자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사진=딱따구리)

우따따는 영유아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 및 인식 개선을 돕는 그림책을 제공한다. 2년 동안 그림책 140권가량을 선보였다. 구성은 간단하다. 아이들은 색칠하기, 선 긋기, 글쓰기 등을 통해 손쉽게 성평등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성인지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그림책에 함께 제시한다.

‘코숭이 무술’은 유 대표가 꼽은 우따따 인기 그림책 중 하나다. 원숭이들이 남녀 기술을 구별해 무술을 배우지만 남자가 배우는 기술에선 여자가, 반대의 경우 남자가 두각을 나타낸다는 내용이다.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환기하고, 개인의 가치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 여자 영유아를 대상으로만 서비스하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세상은 남녀가 함께 살아가죠. 남녀 영유아 모두,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성평등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유 대표는 그동안 해외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국내로 ‘데려올’ 그림책을 선정해왔다. 최근엔 캘리포니아를 방문했다. 영유아 성인지 교육에 적극적인 나라들을 접하면서 유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성평등 교육은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 비해 30년 뒤처졌다고 생각해요. 독일과 비교해보면 15~20년 정도. 한국의 영유아 교육은 유독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어요. 교육을 곧 성공 발판을 위한 도구로만 여깁니다.”

유 대표는 성평등 교육으로 사회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성평등 교육을 통해 앞으로 부닥칠 사회 문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자연스레 아이들은 비판의식을 갖고,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게 되는 거죠. 우리도 답습해야 합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유 대표는 "우리는 교육자가 아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다"는 말을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왕왕 듣는다. 교육도 좋지만, 출판 사업 특성상 결국 이윤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유 대표는 이를 자성의 목소리로 받아들였다.

소비 주체인 아이들이 쉽고 편하게 콘텐츠를 접하고, 이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학습하게 한다는 딱따구리 기조는 ‘애니메이션’을 곁들여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유 대표는 그림책뿐 아니라 영상이나 미디어를 활용해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게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영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영어권 국가의 성평등에 대한 규범 및 사고방식을 교육하는 데엔 소홀해요. ‘아이러니’입니다. 한국의 자라나는 새싹들이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뚫고, 적합한 교육을 받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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