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2018메이커] 메이커가 군대에서 살아남는 법

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는 9월 이들과 함께 모여, 만드는 이들의 축제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을 엽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미리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을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초대합니다.

군인의 전역 그리고 복귀가 이렇게나 설렐 수 있을까? 김동석 메이커가 2016년 12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한 뒤 2018년 9월 4일 전역하며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에 화려하게 돌아온다. 무려 군 생활 중 틈틈이 제작한 초고퀄리티 너프머신건을 들고서 말이다. 군대 안에서 책 한 권 다 읽기도 힘들건만 메이킹을 해냈다니? 김동석 메이커를 만나 그 특별한 사연을 들었다. 그야말로 주경야독 뺨치는 주격야메(주간 사격 야간 메이킹)였다.

김동석 메이커가 자신이 설계한 너프머신건과 함께 사진 촬영에 응했다.

| 김동석 메이커가 자신이 설계한 너프머신건과 함께 사진 촬영에 응했다.

너프머신건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뒀나요?

‘메이커 페어 서울 2015’ 때 드론파이트클럽에서 드론을 격추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그때 처음 너프건을 다뤘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 정도면 내가 만들 수 있겠다 해서 2016년 1월 처음 프로토타입을 제작해봤죠. 당시에는 여러모로 부족해서 잠깐 접어놨다가 그해 11월에 한 달간 빡세게 다시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12월이 입대 날이었거든요. 남은 기간 입대하기 전에 꼭 만들고 가야겠다 해서 ‘마크4’를 완성하고 군대에 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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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메이커 페어에 내놓을 버전은 ‘마크9’이고요. 군대에서 보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버전을 업그레이드해가며 진짜 총처럼 외관을 만들고 있어요. 기성 너프머신건보다 더 세고 더 ‘간지나게’, 거기다 전동으로 움직이게끔 하는 게 목표예요.

기관총에 BB탄 총, 피칭머신까지 여러 메커니즘을 결합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제 총은 사실 메커니즘이 간단하잖아요. 방아쇠를 당기면 화약이 총알을 밀어줘서 날아가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건 화약 같은 강력한 에너지 소스가 없어요. 작은 힘을 증폭시켜서 큰 힘으로 만들어야 하니 자연스레 여러 메커니즘을 뒤질 수밖에요. 다른 좋은 게 있으면 찾아서 머리를 굴려가지고 따와야죠.

너프머신건의 총알도 별개로 만드나요 아니면 기성품을 사용하나요?

탄은 기존에 있는 걸 써요. 너프건의 탄도 50구경, 9㎜, 5㎜ 등 다양해요. 그래서 만약 권총을 만들고 싶으면 짤막한 탄에, 소총을 만들고 싶으면 또 다른 탄에 따라 설계하면 되죠. 원하는 형태와 구경에 맞게 가면 돼요.

‘밀덕’ 김동석 메이커가 배틀그라운드 3레벨 헬멧을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밀덕’ 김동석 메이커가 ‘배틀그라운드’ 3레벨 헬멧을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럼 혹시 군대에서 보직은 무엇이었나요?

탄약계원이었어요. 덕분에 총알도 많이 만져보고 총도 다 분해·조립해봐서 군 생활이 도움이 됐죠. 부대 내에서 다루는 총기류는 다 만져봤으니까요. 거기에 녹아들어서 제 너프머신건도 새롭게 설계할 수 있었고요.

밀리터리 덕후 기질은 언제부터 있었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요. 왜냐면 그해에 게임 ‘서든어택’이 나왔거든요. 친구들이랑 게임을 하는데 저는 사실 게임보다 게임 속에 나온 총, 특히 TRG를 너무 만들어보고 싶은 거예요. 어릴 때는 볼트액션이니 하는 개념도 몰랐고 총이면 그냥 쏘고 나가는 줄 알았죠. 그런데 TRG랑 스카웃(‘서든어택’에서 기본 아이템으로 제공되는 총)만 장전 방식이 다르니까 왜 저 총은 저렇게 장전할까 궁금하더라고요.

알아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와, 총이란 게 이렇게 아름다운 기계구나. 화학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변환해서 다시 장전하는 매우 정교한 기술이 숨어 있구나. 그걸 깨닫고는 본격적으로 총기류를 공부하고 직접 설계도 해보면서 푹 빠져들었어요.

탄약계원으로서 ‘이 총 정말 좋더라’ 할 만한 총을 꼽자면 무엇이 있나요?

K14 저격 소총이요. 이건 진짜 물건이에요.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해서 특임대에서 쓰는 볼트액션 저격 소총이거든요. 박람회에서 보고 느꼈어요. “호오. 총이 이렇게 멋있을 수 있다니!” 들어도 보고 견착도 해봤는데 느낌이 장난이 아닌 거예요. 제가 행정계원이니까 인트라넷에 들어가서 교범을 볼 수가 있잖아요. 분해조립법이나 수리법을 찾아 읽으면서 배웠죠. K14는 다르구나, 정밀한 총을 만들려면 이 정도 관리는 해줘야 하는구나.

M16도 은근 감동이었어요. 보통 훈련소랑 자대에서는 K2만 쓰잖아요. 그러다 예비군 동원훈련 때 M16을 들어봤어요. 분명 K2보다 길어서 무거운 줄 알았는데 가벼운 거예요. 왜 가볍게 느껴질까 궁금했죠. 찾아보니까 무게 차이는 거의 안 났어요. 문제는 무게중심이더라고요. K2는 약간 앞에 쏠려 있어서 들고 다니기에 불편하지만 M16은 무게중심이 정확히 가운데에 있어요. 그래서 들기에도 편하고 사격할 때에도 더 잘 맞죠. 이걸 개발한 유진 스토너가 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설계를 잘했으면 이렇게 성능이 좋을까. 그래서 M16 덕후가 됐죠.

김동석 메이커가 소개한 너프머신건의 설계도

| 김동석 메이커가 소개한 너프머신건의 설계도

너프머신건을 군 생활 동안 틈틈이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불가능할 줄 알았어요. 이등병 때 사이버지식정보방(이하 사지방)에 들어가서 내가 과연 여기서 뭘 할 수 있을지 다 지켜봤거든요. 깃허브도 들어가 보고 아두이노.cc에도 들어가봤는데 컴퓨터가 너무 느려서 뭘 돌려보려고 하면 뚝뚝 끊어지는 게 기본이었어요.

그러다 한 달 뒤에 유해사이트 접속자 목록이 날아와서 봤더니 거기 곳곳에 제 이름이 빼곡히 적힌 거예요. 불려갔죠. “넌 도대체 들어가서 뭐했냐? 이 사이트는 뭐고 이건 또 뭐냐?” 중대장님이랑 행보관님한테 해명했어요. 야동 보는 사이트가 아니라 이런저런 곳이라고.

그러나 설계는 해냈으니 기어이 답을 찾은 거네요. 늘 그랬듯이?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점점 사지방의 특성을 파악해갔죠. 생각해보니까 저는 CAD 정품 사용자고 사지방 규정에는 특정 사이트는 들어가지 말래도 뭘 꼭 설치하면 안 된다는 문구는 없더라고요. 답을 알았죠. 온라인 CAD보다 직접 설치해서 쓰는 CAD로 해야겠다. 그래서 그렇게 작업 계획을 잡았어요.

난관은 또 있었어요. 제가 쓰는 프로그램이 ‘오토데스크 인벤터’인데 용량이 10GB 정도 돼요. 다운로드하고 설치하는 데까지 40분쯤 걸리거든요. 그런데 평일에 컴퓨터 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이잖아요. 결국 40분 열심히 깔아서 달랑 10여분 작업했다가 컴퓨터를 꺼야 하는 거예요. (웃음) 게다가 사지방 컴퓨터는 껐다 켜면 초기화되니까 매일 다시 설치해야 했고요.

작업 시간을 더 확보하는 방법은 없었나요?

히든카드가 있었어요. 군대 연등시간 있죠? 제가 있던 부대는 저녁 점호 이후 연등시간에 사지방을 쓸 수 있거든요. 부대가 공부하는 걸 갖고 뭐라 하지는 않아서 밤에 도서관이든 사지방이든 얘기만 하면 이용이 가능해요. 그래서 당직사관한테 “저 기계설계 공부합니다” 보고하고 연등시간 총 2시간 중에 40분은 설치하면서 매커니즘 공부나 코딩을, 나머지 1시간20분은 설계를 쫙 했어요. 이렇게 조금씩 매일매일 계속 쌓아나갔죠.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를 하나 하면 보통 한 달은 걸렸어요. 사회에서는 일주일이면 끝날 것을요. (웃음) 컴퓨터를 못 쓰는 일과시간에도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곤 했고요. 이게 제 눈물 나는 사지방 이용기랍니다.

군대에서 흘린 눈물은 현재 3D프린터의 매질이 돼 너프머신건의 부품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 군대에서 흘린 눈물은 현재 3D프린터의 매질이 돼 너프머신건의 부품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그밖에 만드는 과정 중에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일단 첫 번째로 제 작품은 컴퓨터 속에만 있고 제가 실제로 만질 수 없으니까 감각이 안 서는 거예요. (웃음) 설계한 모델이랑 실제 3D 프린터로 인쇄한 부품 간에는 제작 공차가 있어서 치수가 다르단 말이에요. 고작 0.6㎜가 엄청난 차이를 발생시켜요. 그렇지만 이걸 눈으로 확인하질 못하니 감 잡기가 힘들었고요.

두 번째로는 앞서 말했듯 컴퓨터가 너무 느려서 설계 중에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블루스크린이 떠요. 그래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노트에 치수를 다 적어서 여기가 이쯤 움직이면 저기는 저 정도 움직이겠지, 하면서요. 머리가 깨질 것 같아요. 나중에는 아예 직접 만들었어요. 종이로 뽑아서요. (웃음) 인쇄해서 오리고 핀 꽂아서 연결하고 움직여보면서 별짓을 다 했죠.

총을 만든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반응이 어떤가요?

시선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요. “많은 것 중에 왜 굳이 총이냐?” 묻더라고요. 부모님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러고요. 그런데 어떡해요? 제가 좋아하는데. 딱히 저는 주변 시선에 신경을 안 써요. 막상 완성되면 좋아하고 다들 쏴보니까요. (웃음)

아무래도 총이다 보니 안전문제도 중요할 것 같아요.

애초에 우리나라 법으로 운동에너지 2J 이하면 문제없거든요. 계산해서 무조건 2J 이하로 맞춰요. 그러려고 실험용 기구도 만들고요. 만일 그 이상이 나오면 모터 스피드를 낮추는 등 안전하게 조절하고 있어요.

복학생 티가 안 나는 젊은 대학생, 김동석 메이커는 올해 페어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 복학생 티가 안 나는 젊은 대학생, 김동석 메이커는 올해 페어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전역자 신분으로 첫 메이커 페어 참가입니다.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제가 그간 만든 총을 사람들이 직접 쏴보는 시간이잖아요. 제가 만든 총에 신뢰를 갖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내 새끼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 보이는 첫 순간이니까요. 부스를 내 참가하기도 처음인지라 어려운 점도 좀 있겠지만 잘 해야죠.

걱정되는 부분도 있기는 해요. 탄이 여러 종류가 있어서 섞였을 때 생기는 문제도 있고 관람객들이 잘못 쏴서 저 멀리 날아가거나 누군가가 맞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 일은 없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관람객들에게 너프머신건과 김동석 메이커를 홍보하는 한마디 부탁드려요.

제가 군대에서 어렵게 만들어온 작품이니까 많이 찾아주면 좋겠어요. 이번 메이커 페어 때 ‘사지방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세미나도 열거든요. 주요 내용은 제 눈물 나는 군대에서의 메이킹 이야기고요. 앞으로 입대할 분들에게 좋은 ‘꿀팁’이 될 거예요.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부스에서 좋은 사격 실력을 뽐낸 ‘특등사수’에게는 치킨 쿠폰을 드려요. ‘배그’ 콘셉트로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하실 수 있게요. (웃음) 제 옆에서는 콩돌이 프로덕션이 자그마치 ‘오버워치’ 토르비욘 포탑도 가져오니까요. 함께 놀러 오세요!

사제 컴퓨터를 만지는 그의 얼굴에 생기 돋는 미소가 가득하다.

| 사제 컴퓨터를 만지는 그의 얼굴에 생기 돋는 미소가 가득하다.

글·사진 | 장지원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사전예약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사전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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