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블록만 쌓으면…레고 닮은 소형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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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사이 인텔이 공개한 NUC(Next Unit of Computing) 같은 모델이 등장하는 등 크기가 CD 케이스 수준까지 줄어든 소형 PC가 늘어나고 있다. 기존 미들타워 케이스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작은 크기를 앞세운 대신 상대적으로 부품 성능이 떨어지고 GPU도 CPU 내장 그래픽을 이용하는 등 아무래도 상대적인 제약이 있는 건 사실이다.

물론 그럼에도 일반 작업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점, 상대적으로 공간 활용도가 높고 심지어 휴대성까지 확보한 PC라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초소형 PC가 겪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이보다는 확장성 부족에 있다. 본체 자체가 워낙 작은 탓에 슬롯 같은 확장 여력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소형PC가 가질 수 없었던 확장성=에이서가 선보인 레보 빌드(Revo Build)는 이런 점에서 기존 초소형 PC와는 다른 접근을 한 제품이 아닐까 싶다. 마치 레고처럼 간편하게 확장 모듈만 얹으면 손쉽게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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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의 크기는 135×135×56mm 정사각형이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에 불과하다. 사양은 세부 모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직접 써본 제품(모델명 M1-601-Revo20)은 인텔 펜티엄 N3700에 DDR3 메모리 2GB, 저장공간은 eMMC 32GB를 갖췄다.

펜티엄 N3700은 동작 클록 1.6GHz를 지원하는 CPU다. 베이트레일 후속으로 등장한 브라스웰(Braswell)로 수치상으로는 인텔 코어i3-4010Y보다 성능이 더 좋다고 한다. 레보 빌드는 CPU로 모두 브라스웰을 썼는데 N3050 같은 모델은 셀러론 듀얼코어지만 N3700은 펜티엄 쿼드코어, 브라스웰에선 가장 최상위 모델이다. 제조공정은 기존 22nm에서 14nm로 미세화해 전력 소비량이 줄었고 내장 그래픽 코어 역시 8세대다. 물론 레보 빌드는 AC 어댑터를 이용해 전원을 공급받지만 전력 소모 자체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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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뒤쪽에는 디스플레이포트와 HDMI 2가지 외부 출력 단자를 갖췄고 유선랜 단자와 USB 3.0 단자 2개, 전원 어댑터 단자가 있다. 옆쪽에는 SD카드 슬롯과 USB 3.0 단자 1개, 사운드 관련 단자가 자리잡고 있다.

레보 빌드의 성능을 기존 데스크톱PC 기준으로만 본다면 그냥 “so-so”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제품이 고사양에 있는 건 아니다. 앞서 밝혔듯 초소형 PC라는 컨셉트를 유지한 채 지능적으로 확장성을 유지한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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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위에는 마치 도시락 뚜껑처럼 자석으로 고정되어 있는 상판이 있다. 상판을 떼어내면 한쪽 끝에 14점 접점이 보인다. 레보 빌드가 확장 유닛을 연결할 때 이용하는 외부 인터페이스다. 이 접점에 다른 유닛 모듈 접점만 겹치면 간단하게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레보 빌드용 확장 모듈은 2개다. 1TB짜리 하드디스크를 갖춘 HDD 블록(HDD Block 1TB for Revo Build M1)과 사운드 칩, 스테레오 스피커, 헤드폰 단자 등을 갖추고 있는 사운드 모듈인 오디오 블록(Audio Block for Revo Build M1)이 그것이다.

물론 이들 모듈 외에도 무선 충전 모듈(Wireless Power Bank)도 있다. 충전 모듈을 이용하면 치(Qi) 규격을 지원하는 무선 뿐 아니라 유선 충전 모두 가능하다. 그래픽 모듈(Graphics Module)도 마찬가지. 이 모듈의 경우 AMD와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외부 모듈을 추가할 수 있게 해주는데 참고로 i5 모델만 호환된다고 한다.

당연히 이들 모듈의 크기는 가로세로 135mm로 본체와 같다. 두께는 본체보다 절반 이하로 훨씬 얇다. 본체와 마찬가지로 이들 제품에는 모두 외부 연결용 접점이 있다. 물론 모듈에는 위아래에 접점이 있다. 본체 위에 하나씩 마치 찬합 도시락처럼 접점을 겹쳐 쌓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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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 부분에는 자석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단단하게 고정된다. 모듈 유닛이 쉽게 빠져버리지는 않는다. 접점을 이용해 확장 모듈을 모두 쌓으면 맨 위에는 레보 빌드에서 빼낸 상판 덮개를 씌우기만 하면 된다.

확장 모듈을 연결하고 나면 그냥 쓰면 된다. 따로 전원을 공급할 필요도 없다. 개별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레보 빌드에만 전원을 켜면 접점을 통해 전원이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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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 빌드의 전용 연결 인터페이스는 USB 2.0을 이용한 것이다. 사운드 모듈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하드디스크 모듈이라면 데이터를 옮길 때에는 조금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다. 모듈에는 모두 뒤쪽에 USB 단자가 자리 잡고 있다. 모듈은 레보 빌드 뿐 아니라 다른 PC나 노트북에도 외장형으로 모두 연결할 수 있는데 이 때에는 USB 3.0을 이용할 수 있다.

하디디스크 모듈은 말 그대로 외장HDD인 만큼 운영체제도 똑같이 인식한다. 앞서 설명했듯 레보 빌드의 기본 저장공간은 32GB에 불과하다. 데이터 저장을 위해 1TB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활용도가 높은 확장 모듈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는 블록을 이용해 6TB까지 추가로 확장할 수 있다.

사운드 모듈을 보면 본체 뒤쪽에 USB 2.0 단자가 자리잡고 있으며 앞쪽에는 볼륨 조절을 위한 노브, 마이크가 위치하고 있다. 또 상태 표시를 위한 LED도 있다. 이 모듈 역시 시스템 설정에선 USB 오디오로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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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겠지만 이들 제품은 USB 2.0으로 연결한 외장 기기와 마찬가지인 만큼 윈도를 사용하는 도중에 모듈을 분리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교체주기 길어진 PC기본 사양 높인 모델도 있어야=실제로 이 제품을 사용하려면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USB로 연결하고 HDMI로 모니터에 연결만 하면 끝난다. 무선랜도 지원하니 굳이 유선랜을 연결할 필요 없이 곧바로 무선랜 설정만 하면 인터넷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간편하다. 물론 이 제품에는 USB 단자 3개가 있지만 입력 인터페이스에 이미 2개는 양보해줘야 하는 입장이긴 하다. 앞으로 나올 제품에는 USB 타입C 하나 정도를 추가해 외부 액세서리 확장 여력을 확보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쾌적한 연결성에 비해 기본 사양은 조금 갑갑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CPU는 그렇다 쳐도 기본 메모리가 2GB에 불과해 쾌적한 느낌을 앗아갔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이 제품은 본체 바닥 쪽을 통해 메모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천만다행이다. 이 제품을 구입할 생각이라면 최소한 메모리 4GB짜리 모델을 고르는 게 어떨까 싶다.revo_build_160518_19 revo_build_160518_20

기본 저장공간 용량이 32GB인 것도 비좁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나면 전체 저장공간 중 절반 밖에 남지 않는다. 만일 하드디스크 모듈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SD카드 같은 것이라도 추가할 생각은 해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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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재미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에이서 레보 수트(Acer Revo Suite)라는 앱이 그것. 데스크톱에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안드로이드)에 앱을 설치하면 블루투스로 연동,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터치패드처럼 레보 빌드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밖에 에이서 캐어 센터(Acer Care Center) 같은 앱을 이용해 시스템 정보나 업데이트, 복구 관리 등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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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 빌드는 성능만 보자면 기본적인 웹서핑이나 문서 작업에 충실한 저사양 PC라고 할 수 있겠다. 최고 사양 모델에 들어간 CPU는 스카이레이크 6세대 코어i5-6200U지만 역시 노트북용이며 가격대가 배로 뛴다. 브라스웰 쪽을 쓴다면 일반 작업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이 빼어난 장점이 있다는 점은 짚어줘야 할 듯하다. 소형 PC에선 꿈꾸기 어려웠던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PC 교체주기는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기본 사양만 만족한다면 길면 5년 이상도 사용한다. 레보 빌드는 하드디스크나 그래픽, 오디오, 스마트폰 무선 충전까지 지금도 꽤 다양한 모듈을 갖췄지만 광드라이브가 됐든 어떤 형태도 필요에 따라 모듈만 내놓으면 간단하게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사운드 블록은 꽤 튼실한 소리를 내서 만족스럽기도 했다.

일단 모듈별 연결 인터페이스 속도를 더 높이고 본체의 기본 사양을 일반 PC 수준으로 맞춘다고 보면 공간 활용도나 확장성 면에서 매력적인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간편한 모듈 형태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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