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먹구름 낀 벤처·스타트업...새해 키워드 '생존'

[지디넷코리아]

올해 벤처·스타트업 투자 업계에서는 지난해 급랭한 시장 분위기가 이어졌다. 투자 규모는 줄고, 잘 나가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자금난을 우려해 체질개선에 나섰다.

새해에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들의 '생존 경쟁'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청산과 인수합병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 등 조직 효율화를 이루고, 확실한 기술력과 상품력으로 수익성을 증명해야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든다는 전제 하에, 미래 먹거리 아이템인 헬스케어·인공지능(AI) 등 분야가 올해에 이어 더 큰 주목을 받고 성장할 분야로 점쳐진다.

스타트업 업계는 내년에도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 시장 위축으로 힘든 한해가 예상된다.(제공=이미지투데이)

스타트업 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총 투자건수는 총 1천133건으로, 전년(2천3건) 대비 43.4% 감소했다. 총 투자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13조6천802억원, 2022년 1~11월)보다 56.0% 감소한 6조211억원으로 책정됐다.

분기별 투자건수는 1~4분기(단 4분기는 12월 제외) 순서대로 306·341·308·17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분기 45.7%, 2분기 47.6%로 감소세를 보이다, 3분기 39.6%, 10월부터 지난달까지 36%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투자 규모는 ▲1분기 1조3천591억원(지난해 대비 감소율 76.1%) ▲2분기 1조7천897억원(58.2%) ▲3분기 1조9천470억원(24.5%) ▲10~11월 9천253억(17.75)이다. 스타트업 민간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데이터를 보면 5월 시드 투자부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까지 8천억원 이상 투자금이 몰렸지만,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치(1조2천315억원)를 28% 가량 밑돌았다.

하반기(12월 제외) 투자금은 7월 7천억원가량, 지난달 약 5천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5천500억~6천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7~11월, 6천100억원 내외)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7~11월 투자건수는 437건으로 지난해(564건) 대비 22.5% 감소했다.

투자건수 기준 시드 투자가 35.3%로 라운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시리즈A(22.9%)와 프리A(22.2%)가 뒤를 이었고, 후기 라운드에서는 시리즈C(4.3%), 프리IPO(3.1%)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시리즈D·E·F 라운드의 경우 모두 0.1~0.3% 비중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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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 데이터 추정치를 집계해보면 상반기 헬스케어·바이오, 블록체인·인공지능(AI), 제조·하드웨어 분야 순으로 스타트업 투자 유치율이 높았고 올 중순부터 지난달까지, AI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에 있어 강세를 보였다.

혁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스타트업 신규 설립 수는 1~3분기 40·37·16곳, 이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2곳으로 조사됐다. 재작년 1~4분기 163·153·145·118곳, 지난해 124·96·53·49곳으로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들어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 중 투자 유치에 성공한 건 95개로, 전년(322개) 대비 70.5% 쪼그라들었다.

올해 폐업한 스타트업은 146곳으로, 한때 유니콘으로 승승장구했던 옐로모바일 자회사 옐로디지털마케팅과 옐로오투오그룹이 문을 닫았다. 소상공인 매출 정산 플랫폼 더체크와 샐러드 배송 스타트업 프레시코드, 화훼시장 중개 플랫폼 오늘의꽃도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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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런웨이(유보 현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 역시 올해 얼어붙은 스타트업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달 초 기준 1천억원 이상 투자받은 국내 스타트업은 총 11곳이다.

새벽배송 전문업체 컬리는 5월 1천200억원을 투자받았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7월 2천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받았다. 현재 무신사 기업가치는 4조원대로 평가된다. 토스 전자지급결제대행 자회사 토스페이먼츠도 1천억원(시리즈B) 자금을 조달했다.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 운영사 한국신용데이터은 지난해 말 유니콘에 등극한 데 이어, 8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투자 조직 택티컬밸류(MSTV)에서 추가로 시리즈F(1천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시리즈B(1천700억원 규모) 라운드에서 8천억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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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대표 유니콘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기도 했다.

여가·숙박 플랫폼 야놀자와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코리아는 9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잇단 사업 확장과 인수합병(M&A) 추진으로 불어난 비용을 인력 감축으로 메운 것. 또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자들의 명단이 이메일을 통해 공유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자회사인 직방파트너스도 올해 임직원 대상 권고사직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 유니콘’ 파두는 올 초 120억원 규모의 프리IPO 유치 후 1조원 웃돈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8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하반기 부진할 실적을 보이며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팬데믹 이후 ‘개발자 채용 열풍’을 타고 성장세를 보이던 코딩 교육업체 코드스테이츠의 경우, 무자격 강사 채용과 훈련비용 부정 책정에 따라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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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래 먹거리인 전기자동차 자율 충천 로봇 기술 개발사 에바와 기업 메신저 채널톡 운영사 채널코퍼레이션,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운영사 힐링페이퍼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며 유니콘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으로 꼽혔다. 포브스는 AI스타트업 라이너와 의식주컴퍼니가 서비스하는 런드리고, 네이버 손자회사인 콘텐츠 기업 플레이리스트 등을 유망기업으로 선정했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생존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대표는 "스타트업들은 올해 불황 속에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한 한 해를 보냈다"며 "내년에도 생존 게임과 청산, 인수합병(M&A) 등이 이어질 텐데, 핵심 사업에 집중하거나 인원 감축과 수익모델을 구체화한 스타트업이 하반기 이후 급성장할 것"이라고 점쳤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연간 투자 감소 폭이 그리 크지 않았던 지난해와 비교할 때, 올 한 해 자금 경색 정도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모태펀드 운영사 30% 투자건수가 '제로'인 점만 봐도, 벤처·스타트업 시장 내 위축된 기류가 계속 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펀드 결성액과 유보 투자금을 보면, 투자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이 나아지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디지털 헬스케어와 AI 등 분야를 발판 삼아 장기적으로 내년에는 턴어라운드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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