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인디음악 배급사 ‘미러볼뮤직’의 유튜브 활용법

‘미러볼뮤직’은 국내 최대 인디음악 배급사다. 이름은 낯설어도, 미러볼뮤직이 유통한 음악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언니네이발관, 신현희와김루트, 장기하와얼굴들, 10cm, 국카스텐 등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인디음악은 대부분 미러볼뮤직을 거쳐갔다. 물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인디 뮤지션의 음반은 더 많다. 미러볼뮤직의 미션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해 인디음악을 배급하고 유통하며 널리 ‘알리는’ 데 있다.

온라인 유통 채널 중 하나로 미러볼뮤직은 ‘유튜브’를 택했다. 미러볼뮤직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018년 10월 기준 24만9천여명. 재미있는 점은 유튜브에서 미러볼뮤직이 유통사인 동시에 하나의 ‘크리에이터’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디음악 큐레이션 콘텐츠 ‘플레이리스트’ 덕분이다.

미러볼뮤직 콘텐츠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렇게 좋은 음악을 어디서 찾아오세요”, “역시 믿고 듣는 미러볼뮤직님”, “미러볼님 이런 음악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등 크리에이터에게 할 법한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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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볼뮤직 유튜브 채널 전반을 관리하고 있는 장혁조 미러볼뮤직 컨텐츠해외배급팀 팀장은 “보통 오피셜 계정은 이런 반응이 없다. 그래서 이런 댓글이 감사하다”며 “사람들에게 미러볼뮤직 콘텐츠가 편하고, ‘클릭’을 하기까지 주저함이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믿음을 주는 콘텐츠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디의 매력, ‘큐레이션’으로 알린다

미러볼뮤직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건 2013년. 유통을 맡고 있는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나 기타 영상을 게재하기 위한 용도였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놨던 콘텐츠는 한참 지나 ‘역주행’의 덕을 보게 됐다. ‘신현희와김루트’가 부른 ‘오빠야’라는 곡이 뒤늦게 주목 받으면서 미러볼뮤직 채널에 올라와 있던 뮤직비디오 조회수도 훌쩍 뛰었다. 2018년 10월 기준 ‘오빠야’ 뮤직비디오는 2540만회 가량 재생됐다. 미러볼뮤직 채널도 덩달아 사람들 눈에 띄게 됐다.

유튜브가 ‘수익형 모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최근 들어서다. 미러볼뮤직의 자체 콘텐츠 플레이리스트가 구독자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각 주제에 맞는 다양한 인디 뮤지션의 음악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는, 인디 뮤지션의 개별 콘텐츠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PLAYLIST|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 어쿠스틱’은 2018년 10월 말 기준 조회수 200만을 바라보고 있고 ‘PLAYLIST|국내 여성 아티스트 노래 모음’은 156만 조회수를, ‘PLAYLIST|국내 남성 아티스트 모음집’은 143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물론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생각하면 적은 편이지만, 미러볼뮤직 채널에 올라와 있는 인디 뮤지션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대부분 1천여회에서 많으면 2천여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인디뮤지션을 하나하나 알리는 것보다, 주제에 맞게 선별한 다수의 곡을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큐레이션 콘텐츠가 오히려 인디뮤지션 각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불러왔다.

“음원 사이트에 찾아가서 실제로 그 아티스트의 음악을 따로 듣는 사람도 늘었다. 플레이리스트에 수록된 특정 곡에 ‘좋아요’나 스트리밍 수가 많이 늘어난 게 보인다. 음원 활동을 하지 않는 팀인데도 불구하고 그렇더라. 플레이리스트 하나를 듣고 레이블에서 계약을 하자고 요청해 실제로 계약한 아티스트도 있었다.”

지금까지 플레이리스트 대부분은 컨텐츠기획팀 최성권 팀장의 ‘귀’를 거쳤다. 그는 우선 앨범 커버 이미지로 분류해, 임의의 트랙리스트를 만들었다. 업무를 하는 동안 트랙리스트를 틀어 놓고 생각한 분위기와 어긋나면 빼고 다른 음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자체 재생목록을 꾸렸다. 나중에 시간을 할애해 음악 재생 순서를 짜맞추고 다시 한 번 들었다.

|미러볼뮤직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섬네일 갈무리.

|플레이리스트 주제에 맞는 앨범 커버를 섬네일로 선택한다고.

최성권 팀장은 “플레이리스트를 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첫 곡’이었다”고 귀띔했다. 귀에 바로 들리는 멜로디가 매력적이면 사람들은 뒤에 나올 곡도 신뢰하고 기다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 앞의 곡과 뒤의 곡이 쭉 이어지도록, 맥이 끊기지 않게끔 노력했다. 전반적으로 듣는 동안 귀에 편안하게 들리는지를 신경 썼다.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카피는 플레이리스트 분위기에 적합한 단어를 검색하고, 검색 결과에 잡힌 뉴스나 글의 제목 등을 토대로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작성했다.

장혁조 팀장은 “기계가 하는 것과 사람이 하는 것. 비교해보면 사람이 하는 게 정감이 가지 않나. 유튜브를 예로 들면 첫 화면에 뜨는 영상은 사실 관련은 있지만 관심은 없는 것도 많다”라며 “그보다는 우리가 훨씬 섬세하게 (큐레이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콘텐츠마다 “첫 곡 때문에 끝까지 들었다”는 댓글이 꼭 남겨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자주 가는 술집에서도 플레이리스트만 틀어 놓더라. 그게 편하다고. 한 시간 동안 음악을 바꾸려고 컴퓨터를 건드리지 않은 게 처음이라는 거다. ‘큐레이션이 중요하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수익을 내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저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만들게 된 콘텐츠였다. 홍보 수단으로만 여겼던 유튜브가 수익 모델로 성장하면서, 최근 콘텐츠의 중요성에도 무게가 실렸다. 장혁조 팀장은 “유튜브는 홍보 채널인 동시에 광고 수익 및 프리미엄 등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니까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정말 인기있는 플레이리스트는 그것만으로도 수익이 꽤 나오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미러볼뮤직 플레이리스트에서 나오는 수익은 재생목록에 포함된 아티스트에게도 어느 정도 배분된다. 미러볼뮤직과 더불어 인디뮤지션에게도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순기능으로만 이어져 있으니까 별 걱정이 없다. 자극적인 게 있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그럴 콘텐츠가 아니라 잘 되면 좋기만 한 콘텐츠라서 더 좋다. 되게 건전하고, 아름답고.”

다만 공부나 운동 등 무언가를 하면서 BGM처럼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는 경우가 많아 실험적인 장르를 소개하기 어렵다는 데 아쉬움도 남는다고. 장혁조 팀장은 “인디(음악)의 이미지는 어떤 ‘아이콘’이 주도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전 국카스텐에서 지금 볼빨간사춘기, 혁오 등으로 (인디 아이콘이) 움직였다면 시대가 언제 또 바뀔지 모르니. 우리는 계속해서 다양하고 폭넓은 음악을 안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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