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밀레니얼이 풀어낸 ‘청춘로맨스’

우연은 필연을 가장해 다가온다. 그리고 대게 모든 연인은 그들의 첫 만남을 운명이라 생각한다. 플레이리스트의 최신작 ‘이런 꽃 같은 엔딩’의 대사 중 한 구절이다. 그들은 밀레니얼의 눈높이로 요즘 꽃청춘들의 사랑을 애틋하고도 담백하게 풀어나간다. 모바일을 통해 밀레니얼이 풀어가는 사랑이야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플레이리스트는 보통 음악에서 재생목록을 의미하지만 그들은 모바일에서 밀레니얼을 위한 달달한 연애 스토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웹드라마 제작사다. 지난해 방영한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 1, 2와 열일곱 시즌1은 모두 시즌당 조회수 6,000만회를 넘겼다. 현재 유튜브 70만 구독자,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158만 팔로워는 그들의 소셜 영향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플레이리스트에게 지난해는 한마디로 ‘연플리의 해’였다. 국내외 채널을 따로 운영하면서도 총 5억뷰의 성적을 냈다. 연플리만 3억뷰에 달한다. 주요 트래픽 중 70%는 여성으로 1025세대다. 타깃팅이 확실하다 보니 10대 타깃 브랜드에서 다양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공전의 히트작인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는 원래 스노우(snow)의 마케팅용으로 쓰기 위해 파일럿 2편으로 기획, 편성된 영상이었다. 요즘 흔히 먹힌다고 하는 네이티브애드. 광고 아닌 광고 영상이다. 파일럿이 성공하면서 연플리는 지난해 1월 정식팀 빌딩이 이뤄지고 플레이리스트라는 법인설립을 통해 나름의 연착륙으로 시작된 회사다.

성공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밀레니얼의 연애를 가장 충실히 보여준 것이 유효했다. 구독자와의 공감대 형성. 일반인에 가까운 신인 연기자를 캐스팅한 것도 그런 이유다. 웹드라마의 특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빠른 호흡이다. 작가가 상주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전개가 여느 드라마에 비해 빠른 편이지만 편당 재생 시간은 5분 내외로 맞췄다.

플레이리스트의 이한나 비즈니스 매니저는 “국내 뿐 아니라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 중에서도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쪽에서도 반응이 일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MCN, 디지털 콘텐츠 분야를 두루 섭렵한 그녀는 웹드라마 사업이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트래픽이 어떻게 매출로 증명되는지, 비즈니스 모델과 투자금액 대비 효과에 대한 도전 역시 그대로 존재한다. 이런 부분을 하나로 묶어 시장에서 의미있는 매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인플루언서와 IP나 오리지널 콘텐츠가 만났을때 시너지 역시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웹드라마가 기존 방송 시스템과 다른점은 일단 PD, 연출자보다 작가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60분짜리 정극 드라마 작가는 웹 드라마의 호흡을 못 따라가요. 물론 정반대 상황도 어렵죠” 제작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웹드라마를 직접 제작하려고 기존 방송 작가도 진입을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밀레니얼 세대에 맞춘 모바일 호흡을 따라가기 어려워서 그동안 모바일 콘텐츠가 쉽지 않았던 이유라고 말한다. 신규 직원을 채용할때도 이 부분을 중점으로 본다고. “이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역량이 바로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예요. 또한 이런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죠.”

이 매니저는 “기존 쏘카, 그린카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를 다 써봤지만 네이비는 차량을 찾아갈 필요 없이 언제나 지하주차장에서 출발이 가능하고 언제 타도 깔끔한 차량 관리를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밀레니얼은 시쳇말로 ‘돈이 안되는’는 장사다. 구매력이 현저히 낫다는 인식 때문이다. “광고주 역시 여전히 이런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사업을 하면서 체감 중이죠.” 1020 여성 타깃의 방송은 많지만 광고주 입장에서는 기존 TV가 아닌 웹드라마나 MCN 같은 신규 분야에 대해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시험삼아 해보자는 제안은 많지만 그런 부분은 보통 턱없이 낮은 제작비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구체화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작품성을 해칠 정도의 PPL은 자제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궁국적으로 광고 의존도를 낮추고 커머스나 사업 다각화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현재는 기존 방송 시스템과 같은 수익 모델을 지녔지만 미디어 커머스 라이센싱 사업은 꾸준히 진행중이다. 자체 캐릭터 상품을 비롯한 IP 비즈니스로 모바일 환경에 적합해서다. 광고에 대한 제약도 기존 방송에 비해 훨씬 유연하다.

“콘텐츠 사업자라면 누구나 듣는말이 ‘돈은 어떻게 벌건데?’인데 올해는 광고에 대한 수익을 증명할 수 있는 한해가 되는 게 목표에요. 젊은층의 구매력이 결코 낮지 않다는 걸 광고주에게 인지시키고 커머스로 나왔을 때 매출도 기대하는 상황이죠. 자체 IP가 있는 회사에서 미디어 커머스를 시도한다는 게 큰 의의를 두고 있어요”

팬덤은 충분히 형성했고 그동안 시장도 어느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보니 이제는 그 시점이 도래했다는 판단에서다. 광고주, 시청자 모두가 준비가 된 상황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자체 상품을 드라마에 녹여내 커머스로 연계하겠다는 큰그림이었다.

플레이리스트가 그린 커머스는 홈쇼핑이 아닌 자체 IP를 활용한 굿즈가 1차 목표였다. 일단을 팬덤을 이용한 판매수익에 기댈 수 밖에 없지만 추후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상품을 개발해 PPL 수준이 아니라 자체 개발 상품을 노출하는게 최종목표였다.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드라마 내에서 스토리텔링을 통해 풀어내는 방식이다.

“콘텐츠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 증명하고 싶어요” 바깥에는 때마침 눈이 내리고 있었다. 비록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업으로 사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라 차창 밖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웹드라마, VOD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본방사수’란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옥수수를 통해 선공개한 프로젝트는 그런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옥수수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틀 먼저 공개했지만 팬들은 이를 참지 못하고 10만뷰의 트래픽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본방사수는 모바일 세대에게 맞지 않는다. 인프라 역시 몰아보기에 최적화됐다. 각자 원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자기전이나 출퇴근 시간 등 각자 원하는 시간에 보는 것 역시 모바일로 오면서 생긴 대표적인 변화다.

소셜을 통한 관여도 역시 기성 미디어 보다는 인터넷 미디어에 가깝다. 페이스북은 소환 문화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매개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고 즐기는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태그하고 공유하는 일이 잦은 편이다. 반면에 유튜브는 소환보다는 자기의 시청소감을 남기는 ‘인게이지먼트’가 높다. 피드백도 많은 편이다. 플랫폼의 주요 소비층에 따라 소비자의 패턴이나 반응 역시 각기 다르게 일어난다.

글로벌 제작사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콕집어 “넷플릭스 역시 좋은 파트너로 함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존 앵글에서 조금 벗어난 예능 분야에 대한 관심도 털어놨다. “일본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테라스하우스는 국내 하트시그널과  같은 포맷이에요. 지금 하던 연애 드라마랑 결이 같으니까 우리가 만들어 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재미가 없음에도 누구 때문에 본다’라는 평가는 받고 싶지 않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좋은 배우를 기획사를 통해 소개받고 이렇게 출연한 신인이 제작한 드라마를 통해 데뷔를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꿈꾸고 있었다.

이번 인터뷰는 위워크 삼성점에서 출발해 성수동을 찍고 돌아오는 경로로 잡았다. 눈이 제법 많이 내리는 바람에 안전 문제로 카페에 잠시 정차해 인터뷰를 이어갔다.

모바일이 대세지만 모바일 환경이 지닌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휴대폰의 등장으로 집 전화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거실이나 안방의 TV는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게 허브라는건 당연한 사실이죠. 넷플릭스도 같은 전략일테고요.” TV로 가는 게 궁극적인 방향임은 인정하지만 모바일 콘텐츠로 만든 팬덤을 통해 TV로 진입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신문, 잡지가 몰락하고 TV 역시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시대다. 그렇다고 모바일을 통한 콘텐츠나 미디어가 득세인 세상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콘텐츠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모바일 환경은 ‘공감’ 피드백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아주 중요한 매개체임에 분명하다. 그렇게 얻은 공감은 바이얼을 일으키고 공유를 일으키는 핵심 원동력이 된다.

플레이리스트가 꿈꾸는 세상은 이랬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이는 이 방법이 도리어 더 빠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면 우리의 주력 소비자층이 될 테니까. 그때즈음이면 소비층도 바뀔 것이다.

꿈은 가급적 크게 잡으라고 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디즈니, 마블처럼 되는거에요. 우리는 젊고 트렌디한 밀레니얼 세대에 열린 사람들이 실무를 맡고 있다는 장점을 지닌 회사고요. 앞으로 좀더  스케일이 큰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해보고 기존 모바일 콘텐츠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해보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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