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코웨이, IoT로 미래를 수혈하다

정수기를 48시간 동안 쓰지 않으면 미리 등록돼 있던 가족이나 지인 등의 연락처로 정수기가 알림 메시지를 전송한다. 고령자를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다.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연동된 공기청정기는 필터 수명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교체 시기가 되면 알아서 인터넷으로 필터를 주문한다.

해외 가전업체 사례가 아니다. 우리나라 코웨이가 만든 정수기·공기청정기 얘기다.

코웨이는 3년 전부터 가전제품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도입해왔다. 지난해에는 정수기를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마이한뼘 정수기’를 출시했고, 세계 최초 미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음성인식 AI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한 공기청정기 ‘에어 메가’를 공개했다. 또 올해 1분기 내로 아마존의 IoT 자동주문 시스템이 도입된 에어 메가를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아마존 외에도 스마트홈과 연계하기 위해 애플, 구글 등과 협업하고 있는 중견기업 코웨이의 사례는 국내 전통 기업이 시대 흐름에 맞춰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가전의 미래, IT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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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는 1998년 코디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며 정수기 렌탈 사업을 국내에 안착시켰다. 이후 정수기 외에도 공기청정기, 비데 등 다양한 생활환경 가전제품을 만들어왔고 현재는 말레이시아·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입지를 튼튼히 다지고 있다.

코웨이 안진혁 ICT 전략실장

안진혁 코웨이 ICT전략실장은 “우리는 보수적인 제조업과 방판(방문판매), 코디 제도 등 인력이 많이 돌아가는 독특한 업이다. 돌아가는 ERP(기업자원관리)가 아주 독특하다”라며 “이런 업을 이런 규모로 하는 기업이 아예 없어 따라갈 수 있는 모델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넥스트’를 잘 준비하자는 합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품이 줄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해지고 있었고 우리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IoT를 선택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렌탈 제품은 사후서비스(AS)가 ‘생명’이다. 제품 관리가 잘 돼야 계속 쓰게 된다. IoT는 제품과 인터넷을 연결해줘 사용자의 이용 패턴은 물론 제품 고장 여부 등을 알려주고 사용자와 제품의 데이터를 꾸준히 제공한다.

코웨이 마이한뼘 정수기.  정수 성능, 물 사용량, 정상 작동 여부를 스마트폰 앱으로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IoT가 제공하는 실증 데이터는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정수 음용량 버튼을 제일 많이 쓰고 있다면 설계 단계에서 정수 음용량 버튼의 배치를 신경쓰고, 또 사용자들이 의외로 물을 많이 마신다면 물탱크 크기를 더 크게 만드는 식이다.

안진혁 ICT전략실장은 “가설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 IoT로 수집한 로우 데이터를 가지고 각 분야 실무자가 직접 분석해 인사이트를 나누면 제품 개발의 패턴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IoT로 축적되는 데이터는 그 어떤 사용자 후기보다 좋은 피드백이 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탕이 된다. 코웨이가 가전의 미래로 IoT를 택한 이유다.

알아서 돌아가는 알고리즘, 2세대 IoT

사실 인터뷰를 하며 들은 말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제품을 인터넷과 연결하는 게 고객에게 왜 필요하냐”는 본질적인 질문이었다. 오프라인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이 ‘뜬다고’ 무조건 제품에 IoT를 도입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래서 코웨이는 IoT의 정의를 인터넷과 연결됐다는 의미의 사물인터넷이 아닌 지능인터넷(Intelligence of Things)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2015년 10월 코웨이는 IoT를 탑재한 공기청정기 ‘아이오케어'(IoCare)를 처음으로 내놨다. 실내 통합공기질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관리하고 오염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알람을 보내주는 스마트 공기청정기였다.

안진혁 ICT전략실장은 “1세대 IoT는 앱으로 껐다 켜는 것이었다. 자동으로 끄고 켜게끔 해둘 수 있는데 IoT를 도입한다고 고객한테 어떤 효용이 있나?”라며 “IoT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느냐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고객이 ‘그걸 꼭 알아야 돼?’할 수 있게, 스스로 돌아가는 시나리오, 그게 2세대 IoT라고 본다.”

코웨이가 생각하는 공기청정기의 역할은 이렇다. 실내외 공기환경을 비교하고, 날이 추우면 “5분 정도 환기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정에서 삼겹살을 굽거나 생선을 조리하면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 가끔은 바깥보다 실내 공기가 훨씬 안 좋을 때도 있다. 그럴 땐 공기청정기를 끄고 3시간 동안 환기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코웨이의 액티브 액션 공기청정기. 공기오염원이 있는 방향을 인지하고 움직인다.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액티브 액션’ 공기청정기에는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가스, 이산화탄소, 온도, 습도 센서와 함께 딥러닝 기반 AI가 탑재됐다. 인체 감지 센서가 있어 사용자의 활동도 인지한다. 코웨이는 그 동안 모아온 실내공기질 빅데이터를 학습시켜, 5분 뒤 집안의 공기질을 계속적으로 예측하도록 설계했다. 일주일만 두면 가정 내 ‘공기 패턴’도 학습한다. ‘이 시간대에 요리를 한다’, ‘아이가 뛰어논다’ 같은 정보를 학습해두고 예상 오염 시점이 되면 공기를 순환시킨다.

아마존 DRS(자동주문 시스템)를 지원하는 ‘에어 메가’는 사람이 하기 귀찮은 필터 교체를 스스로 하는 공기청정기다. 알고리즘을 통해 교체 시기를 서버에서 예측하고 필터를 주문한다.

지난해 출시된 마이한뼘 정수기는 IoT 기능이 있어 정수 성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성능 이상 감지 시 제품을 통한 알람 및 콜센터에 자동으로 연결된다. 또한 물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필터 교체 서비스도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소비자가 번거롭게 해야 했던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것, 알아서 해주는 게 코웨이가 생각하는 2세대 IoT 가전의 모습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스스로 하게 된다면, 코웨이를 지탱하고 있던 코디 인력은 어떻게 될까.

안진혁 ICT전략실장은 “기술과 사람의 협업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우리의 코디 인력이 공기질, 물 데이터에 전문성을 갖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제공하는 제품은 물과 공기인데, 물과 공기를 실제로 만들어서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깨끗한 물과 공기를 제공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인 셈이다. 솔루션을 위한 하드웨어 제품도 있고 소프트웨어도 있고 서비스도 있는 거다. 핵심가치는 신뢰 구축이다. 디지털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말로 설명하던 것을 눈으로 보여주고 설명하게 해주는 것이다.”

아마존·구글·애플과도 협력 중

올해 출시 예정인 코웨이 공기청정기는 구글, 아마존 등 주요 기업의 AI 플랫폼과 모두 연동된다. 국내 통신사, 네이버와도 협력 중이고 애플 홈킷과는 현재 연계 작업 중이다. 제품은 70개국에 출시될 예정으로 각 나라별 언어팩도 정리된 상태다.

또 지난 1월 ‘국제소비자가전쇼(CES) 2018’에서 코웨이는 IoT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외에도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공기청정기와 연동되는 ‘스마트베드 시스템’, AI를 적용해 나만의 맞춤형 패션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FWSSⅡ’ 등 다양한 제품을 공개했다.

코웨이가 특히 눈여겨보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노후화된 시설 및 주택이 많아 스마트 홈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재개발 불가 지역인 뉴욕의 부동산 업자들은 노후화된 저택을 IoT와 연결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도모하고 있다.

“시장이 형성됐을 때 따라가는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반면 국내 IoT 산업이 꽃을 피우려면 몇 년은 더 필요하다고 안진혁 ICT전략실장은 말했다. 아직 국내는 IoT와 관련해 소비자가 가치를 느낄 만한 유인도, 인프라도 없다는 것이다. 여러 대의 IoT 가전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려면 이를 쉽게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AI 스피커가 그 플랫폼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안진혁 ICT전략실장은 “아직 (국내에는) 농익은 비즈니스 모델이 없지만 아마존의 알렉사도 그렇게 시작했다”라며 “코웨이는 ‘시작’하면 바로 (제품을) 쓸 수 있게 준비해두었다. 시장이 형성됐을 때 따라가는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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