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SW@CEO] 박동훈 닉스테크 “해외 보안 시장서 승부”

논어 위정편을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자고로 공자는 쉰이 넘어야 하늘의 뜻을 깨달을 수 있는 ‘지천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박동훈 닉스테크 대표도 공자와 비슷한 경험을 거쳤다. 그의 나이 마흔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쉰이 넘으니 보이기 시작했다. 35살, 패기 넘치는 엔지니어 시절이었을 때 몰랐던 많은 것들을 시간과 함께 깨달았다.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면서 박동훈 대표는 더 용감해졌고, 무뎌졌으며, 외로움을 알게 됐고, 직원의 소중함을 배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나요? 전 창업할 때 참으로 용감했습니다. 책 몇 권 보고 판타지에 빠져서 쉽게 이 시장에 들어왔지요. 그리고 여러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 속에서 아픔만큼 성숙해졌습니다.”

박동훈 닉스테크 대표

박동훈 닉스테크 대표

여러번 우연이 겹치면 운명이라고 하던가. 박동훈 대표는 운명같은 우연을 여러번 마주했다. 한 일본인이 쓴 책을 읽고, 그 책에서 ‘닉스(NICS)’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면서 호기심이 들었고, 때맞춰 인터넷 바람을 타고 벤처 붐이 불었고 창업에 대한 열망이 주변에 가득했다. 박동훈 대표 머릿속에 순간, 박사과정을 진학하기보다는 회사를 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박 대표는 그렇게 ‘3년 시작해보고 아니면 그만두지’란 마음으로, ‘말아먹지 않고 10년을 버티면 45살에 은퇴하지’란 마음으로 SW 시장에 발을 디뎠다.

마라톤, 이 좋은 걸 왜 안해?

“10주년, 45살을 잊지 못합니다. 회사가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그 당시 연구소를 세워서 리눅스 개발용 툴킷 사업화를 고민중이었는데 결과물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결국 연구소를 정리하고 뒷마무리 하는 데 3년이란 시간을 썼지요. 이때 마음 고생이 정말 심했습니다.”

이 당시 박동훈 대표가 동고동락한 연구소 직원에게 줄 수 있는 선택은 2가지였다. 시간을 더 줄테니 나가거나, 회사 내부에 다른 자리에서 할 일을 찾아 부서를 바꾸는 일이었다. 연구원 12명과 일대일로 마주앉아 얘기를 나눌 때마다 박동훈 대표 가슴에는 못이 박혔다.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속으로 끙끙 앓았다. 죄책감이 너무 큰 나머지 불면증까지 찾아왔다. 옆에서 보다 못한 부인이 박동훈 대표보고 ‘차라리 병원에 가서 얘기하라’라고 권유할 정도였다.

그는 이 시기를 뛰는 걸로 버텼다. 일주일에 3~4일을 그저 달렸다. 엄청 달렸다. 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모든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순 없지만, 더이상 고민에 눌리지 않았다. 생각을 바로 세웠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웠다.

“뛰니까 사람이 단순해지더라고요. 모든 고민이 순식간에 사라지진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하게 길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지요. 이 느낌을 나만 느끼기보다는 다른 직원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일까. 닉스테크는 특이하게 마라톤 정신, 배려, 혁신을 회사 핵심 가치로 삼는다. 회사에 입사한 모든 직원은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일정 기간에 이르는 마라톤 코스를 체험해야 한다. 여자는 5Km, 남자는 10Km, 팀장급은 하프 마라톤을 소화해야 한다.

“물론 뛰지 못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아주 강제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가급적 동참하도록 권유하지요. 초보자가 한번에 뛸 순 없으니까요. 우리 회사 직원을 마라톤 선수로 키우려는 것도 아니고요.”

뛰라고 죽어라 얘기해도 뛰지 않는 직원도 있지만, 동시에 곧 마라톤 매력에 빠지는 직원도 생겨났다. 처음엔 12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젠 거의 대부분 직원이 마라톤 대회를 신청한다. 신청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제대로 뛰기 위해 몸을 만드는 준비 과정도 함께 한다. 지난해 나간 대회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서 꾸준히 뛰는 직원도 생겨났다.

“중요한 건 결국 습관입니다. 한 번 습관을 들이니까 제대로 건강관리도 하면서 체력도 신경쓰고 정신도 단련하더라고요. 아직은 주로 젊은 직원이 많이 나가는 편이지만 차츰 더 나아지겠지요. 운동이라는 게 결국 습관만 들이면 굉장히 좋은 생활습관이지 않겠어요?”

NICS Tech ceo main

상장, 제2의 도약을 꿈꾸다

박동훈 대표는 처음부터 보안 솔루션을 생각하고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우연찮게 보안 쪽으로 기회가 열렸고, 그 기회를 잡은 결과가 지금의 닉스테크가 된 것 뿐이란다.

과거 모 대기업 연구소에서 내부 직원이 회사 산업 기밀을 갖고 나가 다른 곳으로 취직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기업은 이 일을 막을 수 없겠냐고 개발 의뢰를 했고, 이 일을 대기업 계열사 OEM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게 지금 ‘세이프PC’ 전신이다. 이후 고도화 작업을 거쳐서 세이프PC 엔터프라이즈 개발했다. 그리고 네트워크 접근제어 솔루션 세이프 NAC도 유무선 통합 인증 보안 기능을 강화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회사를 상장하고, 이를 엔터프라이즈 위협탐지대응(ETDR)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해외 시장 진출도 물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 회사 경영과 다르게 상장 회사는 끊임없는 성장을 보여줘야지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구조다. 박동훈 대표는 만 20년 넘게 칼도 갈았고, 도마도 다 닳았다. 그만큼 상장을 통해 더 큰 우물에서 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국내 시장 못지 않게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동안 로드쇼, 시장 개척단 활동 등을 하면서 단순히 잽을 날렸다면, 이젠 제대로 된 어퍼컷을 해외 시장에서 날려보겠다고 나섰다.

닉스테크 보안 솔루션은 개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엔드유저 제품군부터 엔터프라이즈까지 용도가 다양하다.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도 있다. 박동훈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는 ‘엔터프라이즈 위협 탐지 대응(ETDR)’ 솔루션 하나만 밀고 나갈 계획이다.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세일즈 마케터 모집뿐만 아니라 지사 설립까지 마음에 담고 있다.

“여러 제품으로 공략하려고 하다보니 문제가 있더군요. 각 제품마다 현지화 이슈가 있습니다. 제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제대로 팔아보지도 못하고 제풀에 지치는 경우가 있어서 우린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타깃 시장을 일본, 중국, 동남아로 정하고 한 제품을 가지고 3년에서 5년, 짧다면 짧은 시간 강하게 투자해보려고 합니다.”

박동훈 대표는 미국, 유럽 등 국내에서 먼 해외 시장은 과감하게 포기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걸 목표로 삼고 해외 시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우선 3년 안에 해외 시장에서 파트너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그 다음 5년이 되면 지사 형태로 엔지니어나, 마케터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30주년 시무식은 해외 지사에서 내리기로, 이런 결론을 마음 속으로 내렸습니다. 겁은 나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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