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활용해 도시 개혁 꿈꿨던 고 박원순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새벽 숨진 채로 발견됐다. 지난 9일 서울시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고, 딸의 실종 신고 7시간여 만이다.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1년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3차례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2년까지 임기였다. 검사와 인권변호사를 거쳐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다양한 혁신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그는 서울시장 재임기간 동안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한 정책을 활발하게 펼쳐 왔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때 IT 개발자의 설움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서울시장이 나서 국내 IT인력에 대한 고충을 해소하고자 했던 점이 참신했다.

당시 서울시도 IT개발 발주 사업을 벌이고 있었으니 소위 ‘갑을’ 문제가 대두됐었고, 공공 데이터를 공개하는 정부3.0 비전 발표 후에도 공공 데이터 열람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많은 IT 개발자들이 희망을 달라고 말합니다. 전 집단지성과 소통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IT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의 현장 경험과 생각이 서울시를 채워 바꾸면, 서울시의 변화가 중앙정부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나는 이것이 정치가가 할 수 있던 최적의 답변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박 시장은 IT 개발 사업 발주의 재하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화답했고, 직접도급의 활성화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SW와 앱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공공 데이터 활용에도 적극 나섰다.

2013년 IT 개발자와의 만남에 나선 박원순 시장

2016년 지능형교통시스템인 서울 TOPIS 플랫폼 개발은 모범적인 민관 협력 사례로 꼽힌다. 또한 2017년 박시장이 여름 쪽방촌 경험 이후, 대기업과 함께 저전력 소형 냉온장고 전달 및 ‘스마트 IoT’ 센서를 장착한 LED전등 시범 지원 등 서울 쪽방총 여름나기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2018년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서울시 생활인구 통계 지표 서비스를 개발해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인 데이터 개방과 활용을 알리고 스마트시티 구현의 촉발점이 됐다.

‘제로페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박 시장의 IT 정책으로, 우리나라 간편결제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언택트 시대에 적합한 결제수단으로 뒤늦게(?) 떠오르고 있다.

제로페이 가맹점 확대를 위해 이동통신유통협회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9년 하반기부터는 서울 시내버스와 택시를 5G 기반의 대중교통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협업을 통신사와 추진했다.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사업을 통해 서울 시내 일반 도로에 1700대의 자율주행 차량 시범운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 시장은 IT 분야 중소기업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인력 운영에 대한 고충을 듣고 서울시와 연계 해법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기환경 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 IT 중소기업과 소통간담회를 가진 박 시장의 모습

박 시장은 인구 1000만 서울시에 과감한 도시 복지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IT 활용을 통해 대도시 개혁에 앞장 선 인물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9년여 간의 재임기간 동안의 과오를 떠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의 수장으로 IT 혁신을 꿈꾸었던 그의 노력을 새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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