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인디밴드가 온라인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거듭난 비결… 마르카토 컴퍼니 인터뷰

[아도바 내러티브 인터뷰 #1]

대표가 세명이나 있는 회사는 거의 10년 만에 보네, 세명이면 곧 망할 거야

신생 기업 ‘마르카토 컴퍼니’ 박정수 대표를 만난 베테랑 기업인들이 내뱉은 말이다. 수많은 조언에 섞인 한마디지만, 신참내기였던 박 대표에게 그 말은 유독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3인 대표 체제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고,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마르카토 컴퍼니 박정수, 박준혁, 조민형 대표의 학생 시절

마르카토 컴퍼니를 이끄는 3명의 수장, 박정수와 박준혁, 조민형은 10년 지기다. 중학교 1학년 꼬맹이 시절, 박준혁은 밴드부를 만들어 박정수와 조민형을 영입했다. 셋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신촌이나 홍대를 돌며 공연했다. 그 후 실용음악과에 입학해 박정수는 기타, 박준혁은 작곡, 조민형은 피아노를 전공했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박정수 대표, 지금은 대외 영업을 전담하고 있다

“그때도 음악적인 재능은 없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박정수는 인생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음악 경력을 이렇게 회상했다. 군 입대 후에는 고민이 더 커졌다고 했다. 가끔 휴가를 나와 박준혁과 조민형을 만날 때면 미래에 대한 고민을 술과 함께 나눴다. 어느 날 박정수는 둘에게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외향적인 성격에 다양한 기업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박준혁은 창업에 동참하며, 회사명으로 ‘마르카토(Marcato)’를 제안했다. 마르카토는 한음 한음 강하고 진하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이처럼 대중에게 강하고 진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영상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작곡과다운 발상이었다.

그렇게 박정수, 박준혁, 조민형은 2020년 7월 동영상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전문 MCN 기업 ‘마르카토 컴퍼니’를 창업했다. 하지만 한동안 박정수와 박준혁은 이런저런 행사를 다니며 스텝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조민형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창업에 초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 탓이다. 음악가 정체성이 남아있던 탓일까, 이들은 레코딩 장비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사무실에 전문 장비와 녹음 부스를 들여놓고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비용을 충당했다.

마르카토 컴퍼니 레코딩 장비

“크리에이터는 음악하는 사람처럼 바로 수익을 낼 수 없잖아요. 그래서 돕고 싶었어요. 저희처럼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서…” 박준혁이 설명을 덧붙였다. 가능성을 가진 창작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겠다는 포부였다. 마르카토 컴퍼니는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내걸고 파트너를 찾아다녔다. 영입 조건으로 오직 ‘가능성’만 생각했다.

‘여배우의 책방’ 오디오 퀄리티를 대폭 향상시킨 박준혁 대표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달세뇨’가 회사를 찾아왔다. 달세뇨는 유튜브에서 <여배우의 책방>이라는 오디오북 채널을 운영했다. 당시 구독자는 127명. 수익화 기준에 한참 모자랐다. 하지만 삼인방은 달세뇨의 열정에 주목했다. 앞으로 만들어 갈 콘텐츠에도 자신 있었다. 그래서 작곡가 출신 박준혁이 직접 녹음과 마스터링(녹음 후 음원 품질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맡았다. 그 후 달세뇨의 내레이션이 오디오북 청자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제 그 채널은 구독자 수 20만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달세뇨는 마르카토 컴퍼니에서 녹음하고 박준혁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2년 넘게 마르카토 컴퍼니의 매니지먼트를 받고 있는 유튜브 채널 ‘여배우의 책방’

마르카토 컴퍼니는 ‘인디 레이블’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성장 공식으로 업계 입소문을 탔다.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조민형이 있었다. 조민형은 사업 초기부터 ‘영상 제작의 꽃’이라 불리는 편집 작업을 도맡아 했다. 10년 넘게 지속해온 피아노도 편집을 시작한 후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박정수와 박준혁은 농담처럼 그를 ‘회사 붙박이’라고 불렀지만, 그 안에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조민형은 하나하나 영상을 만들며 마르카토 컴퍼니의 얼굴을 완성해갔다.

하지만 이들이 크리에이터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수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지도 없는 크리에이터와 ‘함께’ 성장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이를 현실적으로 가능케하려면 안정적인 먹거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2022년 5월, 조민형이 끝내 의견을 냈다. 영상 프로덕션 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박정수와 박준혁도 흔쾌히 동의했다. 2년 동안 모든 영상 제작 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다.

마르카토 컴퍼니에서 영상 편집을 총괄하는 조민형 대표

그렇게 마르카토 컴퍼니는 ‘마르카토 MCN’과 ‘마르카토 프로덕션’으로 사업부를 개편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프로덕션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수주가 몰려들었다. 스타트업부터 공기업까지 다양한 곳에서 영상 제작을 의뢰했고, 점차 회사 규모가 커졌다. 이들은 프로덕션 사업을 ‘무너지던 하늘에서 발견한 솟아날 구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빨리 잘 될 줄 몰랐다. 운이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     
왼쪽부터 마르카토 컴퍼니 박정수, 박준혁, 조민형 대표

다음은 아도바에서 창작자 인터뷰를 담당하는 김민호와 마르카토 컴퍼니 박정수, 박준혁, 조민형 대표의 일문일답이다.

그렇게 빠르게 성장한 비결이 있나요?

준혁: 고객사 대부분은 트렌디한 영상을 원하고, 제작 과정에서 세심한 관리를 요구합니다. 즉 ‘트렌드’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저희는 이 두 가지에 강점이 있습니다. 그간 MCN 사업을 이어오면서 파트너사와 1대 1로 콘텐츠를 만든 경험이 많거든요. 기획부터 편집까지 전 과정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트렌드를 캐치하는 눈과 고객사를 케어하는 능력을 갖게 됐습니다.

정수: MCN과 프로덕션 사업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도 저희에겐 큰 무기예요. 프로덕션과 인플루언서 섭외를 동시에 원하는 고객이 많은데요. 저희는 두 가지 모두 한 번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회사를 따로 찾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죠.

포트폴리오가 없었을 텐데 고객사를 어떻게 설득했나요?

준혁: MCN 사업 분야로는 이미 입소문이 났었어요. 사업 초기에 지인을 통해 회사를 하나 소개 받았는데, 제트웨이크라는 전동 서핑 보드를 만드는 스타트업이었어요. 홍보 영상을 제작할 프로덕션을 찾던 중 저희를 알게 된 거죠. 첫 미팅 때부터 저희를 마음에 들어 하셨고, 그렇게 프로젝트를 맡게 됐습니다. 저희의 젊은 감각과 MCN에서 크리에이터를 1대 1로 케어한 경험을 높게 평가하셨다고 해요.

그 프로젝트,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셨나요?

민형: 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았던 저희에게는 정말 규모가 큰 프로젝트였어요. 제주도로 3박 4일 출장을 갔는데, 현장에서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았어요. 촬영 하나 끝나면 밤새 백업하고 편집하느라 잠도 못 자고 예민했죠. 서로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그래도 다행히 결과물은 잘 나왔답니다. 제트웨이크는 저희에게 참 감사한 고객사에요. 그때 제작한 영상 포트폴리오 덕분에, 그 뒤로 여러 계약을 따낼 수 있었으니까요.

후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정수: 자세한 내용은 공유하기 어렵지만, 현재 삼성전자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도 공익 영상을 제작한 적 있고요. 또, 아이오케이 컴퍼니 소속 아이돌 콘텐츠 기획과 촬영 및 편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자원 공사, 아산 나눔 재단, 농협 등 다양한 고객사와 협업했습니다.

앞으로 마르카토 컴퍼니를 어떻게 꾸려 나가고 싶으세요?

정수: 남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실적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요. 조직이 커지더라도 수평적이지만 건설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싶어요. 저희가 처음 마르카토 컴퍼니를 시작했을 때처럼요. 지금까지는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직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를 너무 잘하고 있어요. 다들 연령대가 비슷하다 보니, 여유가 있으면 게임도 하고 저녁도 같이 먹어요.

준혁: 저희 3명은 여전히 실무를 보고 있어요. 박정수 대표는 영업, 조민형 대표는 편집, 저는 회사 안팎의 서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죠. 그런데 올해 직원 수가 꽤 늘었고 회사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실무를 넘길 때가 온 것 같아요. 업무 특성상 촬영 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현장에 있어야 되는데, 한편으론 회사 운영에도 손을 뗄 수 없으니 잠을 줄일 수밖에 없거든요. 이제 건강도 챙겨야죠.

다들 프로 기업인이십니다, 음악 쪽은 어떠세요. 종종 같이 연주하시나요?

정수: 아니요ㅎㅎ 시간이 없어서 못해요. 그래도 짬 날 때 한 번씩 기타를 꺼내기는 해요. 조민형 대표는 아예 손을 놨어요.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예전처럼 공연하고 싶어요.

준혁: 저희 밴드부는 원래 8명이었어요. 그러다 줄고 줄어 셋만 남게 된 거죠. 언젠가 8명이 다 모여 함께 공연하는 날이 오겠죠?

민형: 다들 바쁘니까 공연해달라고 부탁해야 들어줄 것 같아요.

준혁: 대관도 세션비도 저희가 마련해야죠. 돈을 많이 벌어야겠네요:D

The post 인디밴드가 온라인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거듭난 비결… 마르카토 컴퍼니 인터뷰 appeared first on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의견 0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