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뇌는 없지만…판단력·기억력 갖춘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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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은 낙엽 등 표면에서 서식하는 노란 색깔을 지닌 균의 일종이다. 그런데 황색망사점균은 인간처럼 뇌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고급 지능에 필적할 만한 판단력과 기억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황색망사점균은 그늘 등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눈에 보이는 전체가 하나의 세포인 다핵체 단세포 생물이다. 세포를 형성하는 원형질이 이동하는 원형질유동(protoplasmic streaming)을 통해 원래 있던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단세포 생물인 황색망사점균은 인간과 같은 생물이 지닌 장기나 뇌 같은 고급 기관이 없다. 따라서 인간이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문제나 과거 기억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판단과 기억을 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로 입구에서 출구까지 최단 거리로 이동하는 것도 이 중 하나다. 황색망사점균의 움직임을 타임랩스 영상으로 촬영한 걸 보면 2개 지점을 최단으로 연결한다. 또 오트밀 등을 이용하면 황색망사점균이 움직이면서 오트밀의 존재를 깨닫고 서서히 먹이가 있는 장소로 집중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효율적으로 영양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 모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 황색망사점균이 주위로 확산될 때에는 몸의 조직을 넓혀 움직이는데 속도는 시간당 4cm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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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뇌가 없는 황색망사점균에게는 존재하지 않아야 할 기억하는 힘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건도 확인되고 있다. 동물학자인 오드리 두슈투어(Audrey Dussutour) 박사는 이동하는 황색망사점균의 경로에 소금이나 커피 등 혐오물을 넣어 실험을 진행해 황색망사점균에게 학습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경로 상에 장애물을 만난 황색망사점균은 처음에는 그 자리에서 분명한 반응을 보이면서 움직임이 느려진다. 하지만 같은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하면 황색망사점균은 장애물의 존재를 기억해 그대로 통과해도 문제가 없는지 학습, 움직임을 늦추면서 이동한다. 두슈투어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세포가 학습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연구로 같은 일을 황색망사점균에게 2,000회 이상 실시한 결과 우연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억이나 학습 능력 존재를 확신한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기억이 다른 세포와 융합할 때에도 계승된다는 것이다. 두슈투어 박사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전혀 새로운 황색망사점균과 장애물을 경험한 황색망사점균을 늘어놓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관찰했다. 그러자 황색망사점균 2개는 일단 서로 붙어 세포체 하나로 통합됐다. 이후 같은 방식으로 이동을 하는데 이 때 이미 사전에 학습된 기억이 그대로 이어져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황색망사점균은 세포 수준으로 기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또 다른 세포체에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렇게 뇌가 없는 단세포 생물 중에서도 지성을 느끼게 하는 판단력과 기억과 유사한 능력을 갖춘 게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은 두뇌만 복잡하고 지적인 행동의 필요 조건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지구상 생물 대부분은 뇌를 갖고 있지 않지만 이런 생물이 어떻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연구 결과는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될수록 자연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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