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설 곳 잃었던 코미디언들…‘유튜브’에 무대 세웠네

코미디 무대가 사라졌다. 작년 6월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KBS 2TV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리면서, 지상파에선 더 이상 개그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설 자리를 잃은 코미디언들은 다른 길을 찾았다. 새로운 무대엔 새로운 기회가 있었다. “개그는 코미디언이 가진 기술인데, (기술로) 돈을 가장 쉽게 벌 수 있는 구조를 유튜브에서 만들었다고 봐요. 방송·행사·공연이 코미디언의 수익모델이었는데 유튜브로 다변화된 거죠.(피식대학 정재형)”

4일 유튜브는 이런 코미디 유튜버들을 모아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를 열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정재형, 이용주, 김민수) △일주어터(김주연) △빠더너스(문상훈) 등이 참석해 관객(구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각자의 고민과 성장전략을 공유했다.

‘피식대학’은 코미디언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 씨가 만든 유튜브 채널이다. 처음에는 스탠드업 코미디 (Stand-up comedy)를 하기 위해 뭉쳤지만 주위의 조언을 듣고 유튜브에 무대를 세웠다. ‘빠더너스’ 문상훈 씨도 유튜브에는 문외한이었다. 콩트를 촬영해 기업들에게 무작정 보내던 와중에 MCN 회사인 트레저헌터로부터 “채널을 만들어 운영해보라”는 제안을 받아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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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기회의 땅’이었다. 우선 주도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졌다. 코미디가 관객에게 닿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았는데, 유튜브에선 코미디언들이 원하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주어터’ 김주연 씨는 “지망생 기준에서 말하자면 극단생활을 할 때 선배, 관객, PD·작가까지 3, 4단계를 통과해야 코미디를 선보일 수 있다”며 “유튜브는 내가 PD이자 작가다. 중간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문상훈 씨도 “편집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의도한 바를 좀더 잘 드러낼 수 있게 됐다”며 “(유튜브는)포트폴리오이자 이력서이자 연습장”이라고 말했다.

대신 소통 방식이 달라졌다. 이들은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아니라 유튜브 댓글로 재미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김주연 씨는 “무대에서 개그를 할 때 관객 반응은 웃거나, 안 웃거나 둘 밖에 없다”며 “유튜브는 단순히 웃지 않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피드백을 준다. 상처도 받지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이달4일 기준 67만 구독자를 보유한 피식대학은 ‘05학번 이즈백’을 비롯해 ‘B대면 데이트’, ‘한사랑 산악회’ 등의 상황극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반응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댓글은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는 재료가 되고 있다. 이용주 씨는 “우리가 콘텐츠를 만든 게 80%라면 구독자들이 만드는 게 20%다”라며 “댓글이 하나의 콘텐츠가 돼 우리 콘텐츠를 더 재미있게 해주고 있다. 이 점을 활용해 일부러 ‘이스터에그’처럼 콘텐츠에 흘려 놓는 것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또 “특히 유튜브 최초공개를 통해 우리가 생각한 웃음 포인트에서 대중들도 공감하는지 확인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장전략은 제각각이다. 피식대학은 ‘유튜브’만의 특성을 이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ABC마켓·스타벅스·올리브영 등 ‘알바생 성대모사’ 콘텐츠는 단기적으로 구독자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정재형 씨는 “성대모사, 프랭크 등 스낵 콘텐츠가 구독자를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다. 콩트는 구독자를 크게 늘려주지는 않지만 우리의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콘텐츠를 주 2회만 올려야 한다는 ‘불뮨율’이 있었지만, 2000년대 패션·문화를 재현한 ‘05학번이즈백’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피식대학은 이를 과감히 탈피했다. 일주일에 너댓개씩 콘텐츠를 올렸던 이유다. 김민수 씨는 “우리가 만드는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가 익숙한 게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두 개로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재형 씨는 “시행착오 시간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깜짝카메라’ 등 다른 콘텐츠도 80여편 올렸는데, ‘05학번이즈백’을 올리면서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들어가니까 기존 80편도 같이 흥행하는 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문상훈 씨는 구독자를 모으려면 일단 ‘한 편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개그’를 올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문상훈 씨는 “전략을 촘촘히 짜진 않았지만 유튜브를 하면서 터득한 건, 꾸준히 안 본 사람들이나 갑자기 유입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 구독자가 늘어나기에 좋은 것 같다”며 “구독자를 늘리고 이들과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고, 다시 구독자를 늘리고 또 단단하게 만드는 식으로 채널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다이어트’라는 콘셉트에 맞춰 김주연 씨는 명절이 지나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찍어 올리는 전략을 짰다. 명절 직후 ‘다이어트’ 검색량이 늘어난다는 데 착안해 이 같은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한다. 김주연 씨는 이외에도 성실성을 강조했다. 반드시 주 1회, 화요일 오후 5시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계속 하다 보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데,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버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들의 목표는 같다. 구독자들에게 꾸준히, 신선한 웃음을 주는 것. 행사 말미, 정재형 씨는 유튜브 시작을 고민하는 동료 코미디언들을 향해 이렇게 조언했다. “이제 막 시작됐다. 지금이 저점이다. 고점에는 들어오기 어려우니 저점일 때 들어와라. 장기를 못 보여준 개그맨들, 능력 있는 코미디언들, 숨어 있던 이들이 많이 도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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