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일이 손에 안 잡히면, 바다 앞으로 오세요"

[지디넷코리아]

일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장소에서 일정 시간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이다. 여기서 장소는 대개 사무실이다. 팬데믹 이후 이 장소에 집이나 카페 등이 더해져,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기업 문화가 뿌리내렸다. 최근 들어 이색적인 장소가 추가됐다. 바로 ‘휴가지’다.

정보기술(IT) 플랫폼 업계에선 재택근무를 넘어, 휴가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Worcation)’ 도입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한다는 의미다. 휴양지나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형태로,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라인플러스와 당근마켓, 야놀자, 티몬 등이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 강원 강릉 망원동 한 카페에서 지디넷코리아는 최지백 더웨이브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최지백 대표는 강릉에서 워케이션 프로그램 ‘일로오션’과 공유 사무실 ‘파도살롱’, 그리고 행정안전부, 강릉시와 함께 청년 지원사업인 ‘강릉살자’를 운영하고 있다.

더웨이브컴퍼니가 서비스하는 강원 강릉 일로오션 프로그램. (사진=지디넷코리아)

사명 더웨이브컴퍼니는 국내 기업 근무 체제와 청년들의 삶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자는 의미가 담겼다. 장교로 군 복무 중이던 어느 날, 최지백 대표는 문득 지역사회와 직장인들에게 혁신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군대 동료들과 창업 경진대회에 참가하며, 스타트업에 눈을 떴다. 제대를 앞두고, 대학교 동기들과 합심해 회사를 세웠다.

더웨이브컴퍼니가 선보이는 워케이션 ‘일로오션’ 기본 구성은 이렇다. 수도권에 있는 회사 직원들은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박5일 동안, 더웨이브컴퍼니와 제휴한 강릉 송정해변 인근 호텔에 숙박하며 자유롭게 일한다. 호텔 로비엔 책상과 복사기, 업무용품 등이 마련됐다.

또 이동용 책상과 의자, 그리고 휴대용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원한다면 언제든 야외에서도 자유롭게 업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호텔에서 조금만 걷다 보면, 강문해변과 경포대가 보인다. 모두가 자유롭게 일하길 바란다는 최 대표가 강릉에 온 지 5년이 흘렀다.

최지백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일로오션은 수도권에 자리한 유수 기업들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비교적 젊은 구성원들이 포진한 회사에서 문의가 잇따른다. 왜 워케이션이 급부상할까.

최 대표는 "일이 손에 안 잡히거나, 사색이 필요할 때 바다 앞에 책걸상을 놓으면 된다"고 했다.

[다음은 최지백 더웨이브컴퍼니 대표와 일문일답]

Q. 창업 초기(2017년) 워케이션이 지금처럼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나.

“상상 못했어요. 당시 ‘오늘은 해변으로 퇴근해요’ 콘셉트로 숙박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워케이션을 알리고자 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죠. (웃음) 열에 아홉은 ‘강릉에 왜 일하러 가? 놀러 가지’란 반응을 보였어요.”

Q.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하나의 추세가 됐는데.

“이 때 생각했어요. ‘(워케이션을) 준비해야겠다’. 직장인들, 특히 MZ세대가 인식하는 근무방식이 급속도로 변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상대로였죠.”

Q. 강릉에서 출발했는데, 서비스 지역 확대 계획도 있는지.

“더웨이브컴퍼니가 강릉에서 스타트를 끊었듯, 일로오션(워케이션)도 같은 곳에서 시작하길 바랐어요. 가장 ‘강릉스러운’ 송정해변 앞에서 일에 몰입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했죠. 연내 평창, 양양으로 워케이션을 확장할 예정이에요. 산이나 서핑을 즐기며 업무하게끔 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일+휴가를 함께하는 '워케이션' (사진=더웨이브컴퍼니)

Q. 경험해본바, 워케이션은 장단이 뚜렷한 근무 시스템으로 판단되는데.

“그렇죠. 혹자는 능률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Q. 워케이션 장점을 꼽자면.

“일에 대한 접근을 바꾸는 패러다임이라고 봐요. 꾸역꾸역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죠. 일이 유의미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지각을 고취하는 게 워케이션이라고 봅니다. 단 아직 원격근무보다 현장에서 주로 일하는 직장인들에겐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현장직 근로자를 위한 프로그램 고안을) 고민하는 부분이죠.”

Q. IT 업계서 특히, 워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데.

“언제 어디서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단 사회적 기류 때문이라고 봐요.”

Q. 이루고 싶은 목표는.

“창업 전부터 현재까지, 순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새로운 물결을’ 표방했지만, 평온하게 흐르지 않았던 거죠.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 문화에 변혁을 가져다주고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왔습니다. 일에 대한 생각은 전부 달라요. 직장인이 원하는 일, 기업이 그걸 받아들이는 방법은 천차만별이죠. 각기 상이한 입장에서 일에 대해 골몰하고, 진일보한 근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지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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