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서울서 월 50만원에 로봇이 밥·빨래해주는 공동주택 선보일 것"

[지디넷코리아]

이정근(35) 엑사로보틱스 대표는 부동산업에 10년 동안 몸 담다가 2020년 2월 로봇 사업을 시작한 늦깎이 로봇 사업가다. 그는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빌딩'이라는 개념을 창업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가 그리는 스마트 빌딩은 인공지능(AI) 로봇과 관제 시스템을 활용해 요리, 빨래, 청소, 구급, 방역 등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상의 일들을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모습이다.

엑사로보틱스는 지난해 로봇 론칭쇼 '코리아 로봇쇼'를 단독 개최, 서비스로봇 '코리(KORI) 시리즈' 20종을 선보이며 스마트 빌딩을 향해 첫 발을 내딛었다. 코리는 요리, 빨래, 청소, 헬스케어 등 제각각 용도로 쓰인다.

이 대표는 과거 부동산 시행·분양을 하던 사업가였다. 그는 고급 아파트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대중화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가 찾은 답은 로봇이 공동 주택 안에서 요리, 빨래, 청소 등 궂은 일을 대신하는 스마트 빌딩이다. 그는 "스마트 빌딩에서 로봇은 스마트폰의 앱처럼 여러 역할을 한다"며 "스마트 빌딩도 스마트폰처럼 시간과 비용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근 엑사로보틱스 대표(사진=엑사로보틱스)

이 대표는 로봇 산업에 발을 내딛은 지난 2년 반 동안 '왜 부동산업을 하다 로봇을 시작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독특한 이력에 관한 호기심, 비용이 많이 드는 하이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작은 기업은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우려가 섞인 말이다. 이에 이 대표는 부동산업에서 10년간 일찍이 산전수전을 겪으며 쌓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24살 때부터 2~3년 동안 회사를 차렸는데, 쫄딱 망했어요. 세상이 만만하지 않더라고요. 어린 나이니까 뭘 해야 한국에서 가장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26살 때 신문 광고에서 부동산업을 배우면서 일할 수 있다는 구직 글을 보고 찾아갔죠. 현수막 붙이고, 전단지 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실무를 배웠어요. 그러다 29~30살 때부터 제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는 지난 경험에서 쌓은 사업 수완,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생소한 분야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때는 로봇을 위탁생산했는데, 협력사와의 업무 조율과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표는 "제가 IT, 로봇 전공이 아니다보니까 위탁생산 업체 말만 듣고 제네시스 정도의 질 좋은 제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유아용 자동차가 나오는 정도로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직원 20명 중 절반을 관련 연구·개발 경력직으로 채우고, 직접 로봇을 조립·생산하기 시작했다. "직접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을 설계하고, 부품을 조립해 플랫폼을 만들어야 원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사용자를 중심에 둔 로봇 서비스 개발을 강조했다.

"지난 부동산업 경험에서 실제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흔히 사업 현장에서는 제조·개발자, 판매자, 사용자가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볼 때가 있어요. 사용자들은 A를 원하는데 건설사들은 B를 짓는 경우를 종종 봤죠. 저희의 서비스 로봇 '코리' 20종을 내놓을 때도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에 가장 우선으로 초점을 맞췄어요."

코리는 자율주행 실내 배송, 벨 보이, 방역, 청소, 세탁물 수거 등 20 가지 역할을 커스터마이징해 사용할 수 있다.

엑사로보틱스의 세탁물 수거 로봇 (사진=엑사로보틱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 대표는 로봇 활용 스마트빌딩의 구체적인 모습을 "서울에서 월 50만 정도로 주거와 음식을 해결하는 공동 주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토지를 매입해서 건물을 짓고, 로봇이 밥과 빨래를 대신하는 스마트빌딩을 3년 뒤에 준공해서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로봇의 활용이 사회 곳곳에서 늘어나면 삶은 더 윤택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봇이 여러가지 궂은 일을 대신하면 사람들은 보다 더 여유롭고 편하게 살 수 있겠죠. 농업 등 산업 현장에서 로봇 기술을 활용하면 생산성도 높아질 거고요. 스마트폰이 IT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됐듯이 로봇도 더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해요. 엑사로보틱스의 일도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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