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지바이크 “가까운 거리, 꼭 걸어다녀야 하나요?”

‘망할 때까지 망한다.’

이강주 지바이크 대표가 스타트업을 꾸리고, 업계에서 들은 말 중 가장 절절히 공감했다는 문장이다. 지바이크는 현재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하드웨어’를 다루는 것도 쉽지 않은데, 국내에서는 척박하다는 평을 받는 모빌리티(Mobility) 분야다. “스타트업은 매일 매 순간 망할 수 있는 거더라”라며 웃었다.

|지바이크는 광화문 위워크에 입주해 있다.

지난해 말 중국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오포와 모바이크가 한국에 상륙한다는 소식에 언론이 잠깐 떠들썩했다. 2017년 11월 매스아시아의 S바이크가 국내 첫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서울 여의도에서 시작했고 올해 1월 부산에는 오포가, 수원에는 모바이크가 둥지를 틀었다. 공유자전거 붐이 몰아칠 거라는 장밋빛 예상과 함께 중국처럼 ‘자전거 무덤’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2018년 가을 국내 공유자전거 시장은 비교적 잠잠하다.

지난 4일 위워크에서 만난 이강주 지바이크 대표는 “자전거가 인도를 뒤덮을 거라는 수준으로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우리도 경쟁이 치열해질 줄 알았다”라며 “그때 좀더 시장이 활성화가 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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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설립된 지바이크는 올해 1월 정식으로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법은 여느 공유자전거 서비스와 같다. 앱을 내려받고 QR코드로 자전거를 ‘잠금해제’해 이용할 수 있다. 고정 거치대가 없어 자전거를 놓아둘 만한 곳에 자전거를 두고 가면 된다. 요금은 10분에 200원. 지바이크는 현재 서울시 송파구, 건국대학교, 판교, 제주도 등 지역에서 자전거 약 300대를 운영하고 있다.

 

도보의 대안, 공유자전거

공유자전거 사업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속을 뜯어보면 할 일이 태산이다. 이 대표는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려웠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국내는 자전거 공장이 거의 없어 자전거를 수입해야 한다. 해외 무역은 기본. 들여온 자전거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및 GPS 등을 설치해야 비로소 ‘공유’가 가능하다. 여기에 자전거 위치 관리와 유지보수 및 고객 응대는 물론, 앱에서 발생하는 버그 등도 해결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을 다 관리하면서도 이용요금은 10분에 200원 꼴이다.

국내는 공유자전거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공유자전거 자체도 수익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지바이크가 공유자전거 사업을 하는 이유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1-4km 정도 근거리는 걷기에는 멀고 개인 승용차, 택시, 버스 등을 타기에는 비효율적이다. 이 대표는 이 ‘비어 있는’ 근거리 이동을 공유자전거로 메꾸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통수단 중에서 도보로 이용하는 비율이 어느 통계에 따르면 40% 정도라 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불편하게 이동하고 있다. 해외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삶을 말도 안 되게 효율적으로 바꾸고 있다.

투자사, 협력사, 만나는 분마다 모빌리티의 ‘모’만 들어도 어려운 시장에 있다고 가엾게 보지만 그러면서도 모든 분들의 공통점은 ‘누군가는 이걸 꼭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이 있다는 거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업으로 연결된 데에는 시장이 품고 있는 잠재력이 한 몫 거들었다. 지난 4월 글로벌 빅데이터 연구기관 치타글로벌랩은 2019년 전세계 공유자전거 사용자가 3억600만명에 육박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대부분 공유자전거 서비스는 일일 인구 이동이 활발한 도심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은 인구 수는 적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가 많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는 1㎢당 평균 513명이 거주하고 있다. 세계 23위 수준이다. 서울시는 1㎢당 인구가 1만6154명으로 껑충 뛴다.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도 단위면적당 2천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대표가 근거리 이동 서비스 수요가 충분히 늘어날 거라 기대하는 근거다.

 

‘파일럿 테스트’로 분석하고, 기술력으로 차별화한다

지바이크가 던진 질문은 명료하다. 가까운 거리를 꼭 걸어다녀야 하냐는 것. 선택지가 주어질 수는 없냐는 것.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공유자전거 스타트업’이 아니라 ‘근거리 이동 솔루션 스타트업’이라 자칭하는 이유다.

지금은 자전거를 단거리 이동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동수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곧 전동스쿠터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공유’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서비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근거리 이동’이라는 비전 아래서 지바이크는 지금도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이고, *피버팅하는 단계다. (*Pivoting : 기존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

|지바이크는 아시아 최대 테크 컨퍼런스 ‘라이즈 2018′(RISE Conference 2018)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 준결승에 올랐다.

타 업체에 비해 지바이크의 공유자전거 운영 규모는 작은 편이다. 대신 지바이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내부 개발자들이 갖춘 ‘기술력’이다. 지바이크는 앱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는 지점에 ‘가상의 울타리’를 만들어두었다. 이용자가 해당 ‘울타리’ 안에 자전거를 두고 가면 할인 또는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운영 효율화를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자체 개발이 가능했기에 이러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었다. 지바이크는 현재 차별성 확보를 위해 해당 서비스의 특허를 준비하고 있다.

또 지바이크는 일반적인 고객 정보 데이터와 개개인 이동에 대한 데이터, 이를 통합한 데이터 등 성격이 다른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유자전거 이용 지역과 시간대, 이동 경로를 분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소비자는 기준이 높아서 눈높이를 맞추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파일럿 테스트가 필요하다”면서 “물량을 늘리기 전에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데이터를 보고 개선하면서 국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 도전은 전동스쿠터

|”내부적으로 팀원들이 ‘나 지바이크 다녀’라고 말하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폭발적인 성장은 없었지만 국내 공유자전거 시장은 조금씩 커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한 번 고생을 해보니 요즘은 바쁜데도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지금 이 분위기가 하루만 더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후 시장 규모가 커지면 기존 자전거 업체들과 경쟁을 펼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삼천리자전거는 IoT 전문업체 네이블과 손잡고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자전거를 수입해야 하는 지바이크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이 대표는 “기성업체 진출은 오히려 바라고 있다. 시장 자체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 대기업도 뛰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지바이크의 비전을 묻자 이 대표는 ‘팀원의 자부심’을 강조했다. 기업의 신념을 팀원이 함께 공유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업이 된다면 결국 이용자에게도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얘기였다. 팀원들과 함께 사람들이 환호할 만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그게 지바이크가 앞으로 가려는 방향이다.

“이 사업을 하면서 ‘너희가 되겠어?’ ‘이게 되겠어, 한국에서?’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하도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대표도 꺾인다. 그러면 팀원도 안다. 그래서 대표는 사업에 올인해야 한다. 나 이거 아니면 끝나, 나만 끝나는 게 아니라 내 가족 다 끝나. 이런 생각으로 해야 팀원도 함께 끌고 갈 수 있겠더라. 맨땅에 헤딩하면서 뭐든 만들어보려 한다.”

지바이크는 오는 10월부터 전동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전동스쿠터 스타트업 라임의 전동스쿠터 및 전기자전거 개발 총괄이 어드바이저 겸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스쿠터 사업은 인프라, 규제 등 사업 환경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모빌리티는 특히 지자체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시, 정부 담당자의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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