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방통위 전체회의서 드러난 '단통법 허점' 2가지

[미디어잇 최재필]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의 허점이 규제기관 회의에서 드러나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원금 과다지급·사전승낙 미게시 등 단통법을 위반한 100개 유통점에 총 1억 68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의결했다. 그런데 회의 도중 사업자별 법 위반 건수에 따른 과태료 기준과 개통 대리점의 하위 판매점 관리 등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위반 건수 관계없이 5건이나 5506건이나 과태료 똑같아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과태료 부과 기준과 관련된 애매모호한 단통법의 허점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특히 기준 과태료 액수가 적기 때문에 위반 건수에 따른 차별을 두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불법 지원금 지급 1회 적발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유통점은 모두 95곳이었으며, 기준 과태료는 100만 원이다. 이 중에는 5건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업체도 있고, 5506건에 달하는 위반을 한 곳도 있다.

방통위는 불법 지원금 지급 건수가 2건 이상인 곳에 기준 과태료 금액의 50%를 가중해 부과했다. 적발 유통점의 불법행위 건수는 최소 5건이므로, 95곳 모두 가중 처벌 대상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유통점에 부과된 과태료는 위반 건수에 상관없이 모두 150만원이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5건과 5506건을 위반한 업체의 과태료가 모두 150만원인데, 상습적으로 불법 행위를 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의 과태료가 같기 때문에 징벌 효과가 미흡하다"며 "근본적으로 불법행위를 막으려면 위반 건수가 많은 곳에 상당한 부담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사무국에서도 이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기준 과태료가 1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반 건수에 따른 차별을 두더라도 그 액수에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법 시행령에서는 위반행위 정도, 위반행위 동기와 결과,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해 과태료 금액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만 가중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신종철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조사를 하면서 이 부분 때문에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기본적으로 과태료가 너무 적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며 "지금과 같은 논란을 해소하려면 시행령을 보완해서라도 과태료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1회 적발된 업체의 위반 건수가 5500건을 넘는다는 것은 해당 업체가 목적을 가지고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며 "생계형 페이백을 하는 업체와 지속적으로 불법을 하는 업체는 서로 다르므로 불법 의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판매점 사전승낙 미게시? 개통 대리점은 알고 있었을 텐데…

사전승낙제와 관련된 논란도 이어졌다. '사전승낙제'란 판매점이 통신판매 영업을 하기 위해 사업자로부터 사전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을 말한다. 사전승낙서를 받지 않으면 대리점과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방통위에 따르면 사전승낙을 받지 않은 판매점 7곳이 대리점을 통해 정상 개통을 했다. 이는 대리점이 해당 판매점의 사전승낙 여부를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법적으로 이 같은 묵인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사전승낙을 받지 않은 판매점에서 가입자를 모집했을 때 대리점이 미승낙 업체인지 알고 있었다"며 "이를 알고도 묵인한 대리점은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지금 당장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 사전승낙서를 받지 않은 판매점의 영업을 대리점이 불법인지 알면서 개통을 도와주더라도, 법적으로 해당 대리점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방통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판매점에 '신분 확인 스캐너'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판매점은 고객의 신분증을 복사한 후 이를 대리점에 팩스로 보내 개통 절차를 밟는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대리점이 미승낙 업체로부터 전달받은 개통 요구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판매점에서 고객의 신분증을 스캔한 후 전산을 통해 대리점과 이통사와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사전승낙을 받지 않은 업체의 개통 행위에 이통사가 개입할 수 있다. 불법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신종철 담당관은 "사업자들과 '신분 확인 스캐너' 도입과 관련해 신중히 논의하고 있고, 도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재필 기자 mobilecho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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